육아휴직 불가 사유 1위 '동료 업무 가중'
전문가 "新정책, 일·가정 양립 문화 조성"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육아 지원 예산이 1조 6827억 원 증액될 예정이다. 다만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정부는 육아휴직 급여와 대체인력 지원금을 인상하고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육아기 단축 업무 분담 지원금을 신설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제도를 쉽게 활용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추가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육아와 관련된 복지 정책 지원을 대폭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육아휴직 급여는 현행 150만 원에서 △1~3개월 최대 250만원 △4~6개월 200만원 △7개월 이후 160만원으로 인상된다. 특히 중소기업 근로자의 육아 지원을 위해 △대체인력 지원금 상향 △육아기 단축 업무 분담 지원금을 추진한다. '대체인력 지원금'은 8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인상된다. 파견근로자를 대체인력으로 해도 지원금을 지원한다. '육아기 단축 업무 분담 지원금'은 주 10시간 이상 단축한 중소기업 근로자의 업무를 분담한 동료에게 최대 월 20만원을 보상하는 제도이다. 동료에게 가해질 부담 때문에 쉽사리 육아 지원 제도를 쓰지 못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정부의 제도적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는 육아 관련 제도를 쉽게 활용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어 더욱 면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고용노동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답한 20.4%의 사업체는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42.6%) △직장 분위기 및 문화(24.2%)를 이유로 꼽았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사용 불가하다고 답한 15.6% 사업체 또한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48.0%) △직장 분위기 및 문화(25.7%)가 주된 사유로 조사됐다.
또한 5~9인 기업과 같은 소규모 중소기업 근로자는 제도 자체를 쉽게 사용할 기회를 얻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에 대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고 답한 사업체는 300인 이상 기업이 95.1%인 반면 5~9인 기업은 47.8%에 불과했다. 2022년 통계청 '육아휴직통계'에서도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출생아 부모 중 육아휴직 대상자가 실제로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상향된 육아휴직 급여가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대 250만원 인상 정책은 임금이 높은 사람이 더 많은 혜택을 받게 하는 효과가 있다. 실질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정규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의 저출생 대책으로 예산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범위는 늘어나지 않았다. 소득 재분배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육아휴직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동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신설된 '육아기 단축 업무 분담 지원금'은 주 10시간 이상 근로시간을 단축한 중소기업 근로자의 업무를 분담한 동료 근로자에게 월 20만원 한도로 보상한다. 단축 근로자 1명당 분담 근로자를 최대 5명까지 지정할 수는 있으나 사업주에게 지원하는 최대 20만원이라는 금액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도 시행됐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와 동일하게 단축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주당 15시간 이상이어야 하며 35시간을 넘어서는 안된다.
반면 동료에게 지급되는 월 최대 20만원은 최소 단축 근로시간인 월 40시간이라 가정했을 때 내년 최저임금으로 계산 시 절반 정도에 그친다. 1명이 시급 5000원대를 받고 일을 대신 해주는 셈이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3년 육아휴직자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자 현황'에 따르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평균 사용 시간은 주 12.4시간으로 주 40시간 4주 기준 단축으로 생기는 공백은 월평균 50시간이다. 만약 단축 근로자 지원금 지급 최소 조건인 주 10시간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25년 최저임금 시간급 10,030원으로 4주 기준 40만 1200원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동료에게 지급되는 금액이 현실적인 보상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여성경제신문에 "중소기업 단축 업무 분담 지원금의 20만원이 적정선인지에 대해 정책 관계자 또한 근거를 제시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최저임금으로 따져보면 동료 근로자 입장에서 적다고 느낄 수 있다. 다만 제도가 처음 시행되는 것이다 보니 예산을 무한정 사용할 순 없으며 앞으로 제도를 실제로 시행하면서 차차 금액은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제도 시행의 목적은 직장 내 일·가정 양립 문화 조성이라는 상징적인 부분도 있다"며 "적은 금액이라도 중소기업 근로자가 조금이나마 편하게 육아기 단축 근로를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이러한 문화가 조성되면 정부 지원 외에도 기업체에서도 자체적으로 근로자의 육아 지원을 병행하는 것이 저출생을 해결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향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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