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충암파 부정했었으나 사실로 밝혀져
전문가 "9월부터 준비했는지는 알 수 없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사진은 지난 4일 자정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사진은 지난 4일 자정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면서 계엄령 우려에 '괴담'이라고 일축했던 과거 여당 및 정부의 태도가 재조명되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계엄령 언급에 "거짓 선동"이라고 반박했으나 지난 4일 새벽 국방부는 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월 민주당이 제기했던 '계엄 준비설'의 대부분이 적중했다. 실제로 정부가 9월부터 계엄을 준비한 것인지는 불확실하나 적어도 여당과 정부의 부인 발언은 비상계엄령이 선포됨에 따라 무색하게 됐다.

계엄 준비설이 제기된 건 윤석열 정부가 2022년 11월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에 나서면서부터다. 계엄설은 이후 잠잠해졌으나 경호처 권한을 확대한 당사자인 김용현 경호처장이 8월 12일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되면서 다시 제기됐다.

그렇게 확산한 의혹은 비상계엄령 선포 약 3개월 전인 9월부터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9월 1일 여야 대표회담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근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며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에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이런 야당의 의문 제기에 여당은 즉각 반발했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만약 그렇다면 근거를 제시해 달라"며 "11년 만에 열린 여야 대표 회담의 모두 발언에서 이 얘기가 나오지 않았나. 민주당이 우리 모두 수긍할 만한 근거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종의 '내 귓속에 도청 장치가 있다' 이런 얘기와 다를 바 없지 않나. 근거를 제시해 달라"며 "만약에 진짜 그렇다면 우리도 막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이 아니라면 이건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생 협치를 모색해야 할 자리에서 근거 없는 계엄령 선동 발언을 불쑥 던진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계엄 이야기가 도대체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가. 민주당이 만들고 민주당이 퍼뜨리는 가짜 뉴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계엄령 경고는 다음 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김용현 전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계속됐다. 당시 야당은 윤 대통령이 군 주요 요직을 자신이 나온 충암고 출신들로 채워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충암고 출신 특전사령관과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이 경호처장 공관에서 비밀 회동을 한다든가, 같은 충암고 출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군방첩사령부를 방문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야당의 공세 수위는 격화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거짓 선동"이라며 계엄 준비설을 부인했다. '장관이 되면 윤 대통령에게 계엄 발동을 건의할 것'이냐는 여야 의원들의 거듭된 질의에도 "(그럴 생각이) 없다"며 잘라 말했다. 그는 충암파의 존재도 부정했었다.

대통령실도 계엄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야당의 의혹 제기에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 선동을 닮아가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머릿속에는 계엄이 있을지 몰라도 저희 머릿속에는 계엄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3일 10시 28분경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으며 4일 새벽 국방부는 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여당과 대통령실의 반응이 대부분 허위가 된 셈이다. 

그러나 사과한 여당 의원은 1명 밖에 없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계엄령을 주장한 일부 야당 위원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제 판단이 틀렸다"고 말했다.

다만 9월 시점부터 정말 계엄을 준비했을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욱해 벌인 일로 보여 9월경부터 계엄 준비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일은 아닌 것 같다"며 "며칠 정도 고민하다가 저지른 것으로 보이며 결국은 자충수가 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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