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에 가상자산 韓 거래가 -40%
해외 자금 유입·상황 안정되자 '급반등'
패닉 셀 투자자 "당연히 더 떨어질 줄"
거래소 마비에 못 판 투자자는 '안도'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함과 동시에 가상자산 국내 거래 가격이 폭락하면서 시장은 혼돈에 빠졌다. 특히 비트코인의 한국 거래 가격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30%나 빠져 많은 투자자가3 '패닉 셀' 행렬에 동참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가는 계엄령 선포 약 30분 이후 국외 자본 유입이 시작되자 뚜렷한 회복세를 띄며 해외 거래 가격과 격차를 좁혀가더니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하자 폭락 전 수준에 안정적으로 도달했다. 이에 여러 투자자의 희비가 교차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국내 거래 가격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전인 3일 밤 수준을 회복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전일 오후 10시 56분경 국내 비트코인 거래가는 코인 거래소 업비트 기준 8800만원 선까지 주저앉았다. 계엄 선포 직전인 10시 20분경 1억3000만원대에서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시간도 되지 않아 가격의 30%가 빠진 것.
비트코인 외 대체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은 5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으나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약 30분 후 300만원 선까지 밀렸다.
큰 폭의 가격 하락은 한국 거래에 한정됐다. 전날 오후 10시 50분 기준 비트코인의 국내 거래가는 9450만원이었지만 글로벌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 등에서는 1억3000만원대 가격선이 유지됐다.
국내 가상자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자 큰 손실을 볼 것을 염려한 투자자들은 이른바 '던지기' 즉 투매에 나섰다. 가상자산 개인투자자 이상률 씨는 여성경제신문에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속보를 보자마자 빠르게 (가상자산) 일부를 처분했다"면서 "당연히 더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형중 고려대 교수(암호화폐연구소 센터장)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코인을 매수해 자산을 해외로 옮기려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코인을 매도해 현금화하려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는 매우 한국적인 특징으로 비상사태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투자자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많은 투자자가 패닉 셀에 나서면서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코인 거래소에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상자산 개인투자자 윤우진 씨는 본지에 "비상계엄 선포 직후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해 -40%까지 떨어지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면서도 "그러나 이용하던 가상자산 플랫폼 접속 장애로 거래를 못 해 홀딩한 상태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업비트 등 주요 거래소의 접속 장애는 이번 사태를 투자자들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방증"이라며 "서버 용량을 초과할 정도로 많은 사용자가 몰린 것은 투자자의 공포 심리가 극대화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크게 떨어진 가상자산 가격은 해외 거래소로부터 자금이 유입되자 급격히 반등하며 해외와 가격 격차를 좁혀 나가기 시작했다. 11시 10분경 비트코인은 계엄 선포 전 가격대인 1억3000만원선을 되찾았다. 계엄 정국이 유지되는 한 가상자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 투자들의 추측이 빗나간 것이다.
이에 발 빠르게 가상자산을 처분한 투자자와 접속 불가로 처분에 실패했던 투자자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이씨는 "섣불렀던 판단"이라면서도 "어떻게 가격이 순식간에 이렇게나 많이 빠질 수 있나. 접속만 잘 됐으면 더 많이 던졌을 것"이라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윤씨를 비롯해 가상자산을 처분하지 않았던 투자자들은 한숨을 돌렸다. 윤씨는 "(가격 급락 시점에) 추가 매수와 해외 거래소를 통해 더 큰 수익을 본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세력이 시장을 움직이는 시간(세시) 차이가 30% 이상 벌어지자 비교적 저렴한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사고 이를 해외에 되팔아 차익을 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계엄 선포 약 3시간 뒤 국회는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계엄 정국이 완전히 끝나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해제 선언 절차가 남아 있었지만 비트코인은 회복된 가격선을 유지했다.
45년 만에 벌어진 비상사태에 안전자산 선호도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기도 했다. 계엄 정국이던 이날 오전 12시 17분경 달러는 주간 거래 종가(1402.9원) 대비 43.6원 오른 1446.5원을 기록하며 2009년 3월 16일 이후 가장 비싸게 거래됐다. 하지만 상황이 진정되자 야간 거래 종가는 1420원대로 떨어졌으며 이날 주간 거래는 1410.1원에 마감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비상 상황 발생 시 유의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음모론'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가짜 뉴스에 휘둘려 무분별한 투자를 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며 "이러한 상황일수록 신중한 투자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비상계엄 해제 금융당국·한은 '대응 태세'···유동성 공급 총동원
- ‘풍전등화’ 원화·코인·증시···한국거래소, 4일 증시 정상 운영 결정
- 비상계엄에 금융시장 심야 긴급점검···한은 임시 금통위 개최
- 비상계엄령 해제 결의안 가결···헌법 제77조 '가결 시 즉시 해제해야'
- 尹 계엄·탄핵 사태 어떻게 되나···주요 쟁점 Q&A로 보니
- 충암파 장악에 '계엄 준비설' 현실화···강력 부정 與, 사과는 1명만
- 계엄 여파에 코스피 57주만 ‘최저’···달러 13원 넘게 올라
- 빗썸의 업비트 따라잡기 통할까···'KB'로 제휴은행 덩치 키우기
- 현금 4兆 굴리는 업비트, 고객 확인 의무 위반 '수십만 건' 후폭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