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결별 선언, 환자단체 독자 논의 계획
"처단 표현, 의료인을 반국가세력으로 간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를 처단하겠다는 내용의 계엄포고령을 발표하면서 의료계는 정부에 등을 돌렸다. 의료 개혁과 관련해선 시민단체와 지속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대한의사협회가 전했다.
5일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의료 체계 개선 논의는 이어갈 것"이라며 "다만 시민단체와 직접 논의할 예정이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나 의정협의회에서는 아무것도 얻을 게 없다"고 했다.
이어 "환자 단체는 의사협회가 직접 만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환자 단체나 국민의 의견을 듣는 구조를 만들어서 의료 제도를 개선하는 것에 대해 의협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잘못을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다. 국민, 환자단체와 함께 의협이 직접 논의해 정부를 반드시 고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11개월째 이어온 의료 개혁 논의도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인 것으로 평가된다. 비상계엄 당시 발표된 계엄사령부의 ‘미복귀 전공의 처단’ 포고령은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의 정상 운영에도 큰 차질을 초래했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 개혁의 구체적 실행 방안을 논의하던 대통령 직속 의개특위는 지난 4일 예정된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원회 회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5일로 예정됐던 의료사고 안전망 논의는 서면 심의로 대체됐다. 사실상 특위 활동이 정지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정국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향후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의개특위에 참여 중인 의료계 단체들도 "계엄사령부의 의료인 복귀 명령은 오만한 처사"라며 철수를 고민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병협)는 "비상계엄으로 정상적인 논의는 불가능하다"며 특위 탈퇴를 고려 중이다.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제1호 포고령은 전공의를 포함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의 복귀를 명령했다. 이를 위반할 때 계엄법에 따라 처단하겠다는 강경한 내용을 담았다. 해당 포고령은 전공의를 사실상 반국가 세력으로 낙인찍는 표현으로 간주하며 의료계 내부에서 강한 반발을 샀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처단이라는 표현은 청년 의료인을 굴복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도 "이미 사직한 전공의는 복귀 명령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의료계의 권리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의개특위는 12월 말까지 비급여 및 실손보험 개선 방안을 포함한 2차 의료 개혁 실행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잇따른 회의 연기로 계획이 불투명해졌다.
복지부는 2025학년도 전공의와 인턴 모집 공고를 내며 의료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지만 이미 사직한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계엄사령부의 협박적 태도는 전공의들의 마음을 더 단단히 닫게 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