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서 고려대·서강대 등 합동 참여
"민주주의·헌법 훼손" 대통령 비판

"우리는 압제에 저항해야 하고 정치적 일상에 대해 자유로워야 합니다. 선배들이 피로써 지켜내고 후배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정의·진리를 찬탈하려는 시도를 목격했음에도 침묵한다면, 역사와 후세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학가에서 헌법 가치를 훼손한 대통령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백범준 고려대 중앙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이들은 한자리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죄 및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한국대학 총학생회 공동포럼(공동포럼)은 6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스타 광장에서 '비상계엄 대응을 위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 차원의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합동 기자회견에는 고려대·서강대·연세대·이화여대·한국외대·광주과학기술원(GIST)·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7개 대학 학부 총학생회가 참가했다. 총학 관계자와 학생 등 80여명이 모였다.
공동포럼은 이날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헌법적, 비민주적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국민의 자유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학 총학생회 대표자들은 입장문을 통해 번갈아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양태규 GIST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GIST는 1980년 5월 광주 시민이 이룬 민주화에 대한 보상과 대한민국 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세워진 연구 교육기관"이라며 "국민의 요구로 탄생한 GIST는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는 비상식적인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주길 정부와 국회에 요구한다"고 제언했다.
김석현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권력과 오만을 멈추고 비상계엄 선포한 데 대해 엄중한 책임 지기를 바란다. 민주주의는 결코 권력의 도구로 전락할 수 없다"며 "정의와 자유를 염원하는 서강인의 목소리는 억압 속에서도 생생할 것이다. 비상계엄이라는 이름으로 헌법의 가치를 훼손한 윤 대통령의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역사를 거론하는 비판도 나왔다. 함형진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이곳에서 연세대 이한열 선배는 피를 흘리며 쓰려졌고, 그의 희생은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이룩하는 신호탄이 됐다"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배신행위로 규정한다. 우리 대학생들은 적극적인 행동으로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서림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지난 모든 역사 속에서 가장 먼저 움직이고 승리를 만들어 내온 것은 대학생들과 시민들이었다"며 "이화여대가 지금껏 민주주의 최전선에서 해방의 역사를 만들어온 것처럼, 2024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조치에 맞서 민주주의와 해방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서진 KAIST 총학생회장은 "지난 수십 년간 지켜온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무력으로 짓밟고자 한 시도는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과오임을 인지하기를 바란다"며 "진보·보수와 같은 정치적 이념에 따른 논쟁이 아닌 헌법과 법치주의의 근본적인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했다.
아울러 오창화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국민의 자유와 안전, 국가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명분과 국민의 기본권을 탄압하는 비상계엄이라는 단어는 절대 공존할 수 없다"며 "우리는 민주적 가치를 지향하는 모든 이와 함께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죄와 진상규명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이화여대·한국외대·한양대 등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은 오전 기자회견 이후에도 계속된 시국선언 움직임을 예고했다. 박서림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오후 3시 이화여대 학생 1500명이 기자회견을 진행한다"며 "시민과 대학생 모두 끝까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역사에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가의 시국선언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오는 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대학생 시국대회'가 열린다. 고려대, 이화여대 등 20여 곳의 대학 학생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