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1.4조 추가 건설비 폭탄
누가 안을 것인지가 양자 갈등 핵심 
런던국재중재법원에 사안 가져가나 
한전·한수원, 분쟁 대비해 로펌 선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호기의 모습. /한국전력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호기의 모습. /한국전력

체코에서 24조원 규모 사업을 수주하며 잘나가던 ‘K원전’이 국제 중재로 넘어갈 판국이다. 한국의 첫 해외 수주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1조4000억원대 추가 비용 처리 문제를 놓고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다. 

2001년부터 모회사·자회사 관계가 된 두 회사가 ‘원전 수출 사업을 누가 어떻게 맡을 것이냐’를 두고 기준을 명확히 정하지 못한 채 24년간 잠재돼 왔던 혼선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26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김동철 한전 사장과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최근 비공개로 만나 추가 비용 처리 문제를 놓고 협의했으나 구체적 해결 방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양사 실무진 간 협의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이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추가 공사 대금 정산을 요구하는 한수원과 발주자인 UAE 측과 협의를 통해 ‘팀코리아’ 차원에서 추가 비용을 정산받는 것이 먼저라는 한전의 입장이 충돌해 대화가 공전 중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한전은 한수원에 추가 정산 내역을 검증하자거나, 정산 규모를 조정하자는 식의 제안을 하지 않았고 우선 UAE 측에서 받을 돈이 있으면 먼저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양측 간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면 아래 갈등은 한전이 2009년 수주한 바라카 원전 공사비를 정산하며 드러났다. 작년 마지막 4호기까지 상업 운전에 들어가고 나서 프로젝트가 마무리돼 주계약자인 한전과 시운전에 해당하는 운영지원용역(OSS)을 맡은 한수원 등 협력사 간 최종 정산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수원은 작년 1월 발주사인 UAE와 한전 등의 귀책으로 인한 공기 지연, 일련의 추가 작업 지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 등을 근거로 10억달러 규모의 추가 비용 정산을 정식으로 요구하는 '클레임'을 제기했다.

한수원은 비록 자사가 한전의 100% 지분 자회사이지만 양사가 독립 법인으로서 체결한 OSS 계약을 근거로 서비스를 제공한 만큼 한전이 발주처인 UAE와 정산을 하는 것과 별도로 자사 서비스 정산을 객관적 기준에 따라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부채가 200조원이 넘는 한전은 팀코리아 차원에서 UAE에 먼저 추가로 더 들어간 공사비를 받아내고 난 다음에야 팀코리아 차원에서 이를 나눠 갖는 논의를 하자는 입장이어서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자회사인 한수원이 모회사인 한전을 상대로 추가 정산금을 요청하는 것을 두고 유감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는 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고 난 뒤 한수원 내부에서는 법인 간 계약에 따른 정산권 자체가 인정받지 못한다면 한전과의 협상이 더는 무의미하다고 보고 국제 분쟁으로 가기로 가닥을 잡고 관련 실무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과 한수원이 체결한 OSS 계약에는 양사 간 이견이 클레임 단계에서 조정되지 못하면 런던국재중재법원(LCIA)에서 법적 해결을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전과 한수원은 이미 각각 국제 분쟁에 대비해 로펌을 선임해 둔 상태다.

한수원으로서는 자체 산정한 추가 비용을 한전에서 정산받지 못하면 향후 1조4000억원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한수원은 만일 이 비용을 정산받지 못할 경우 향후 법적으로 배임 책임이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으로 양사 갈등은 수주 때 예상치 못한 1조4000억원이 넘는 추가 건설 비용이라는 폭탄을 누가 안을 것인지를 놓고 생긴 일로 볼 수 있다. 모기업인 한전은 만일 발주처인 UAE 측에서 추가 비용 정산을 전혀 받지 못한다면 1조4000억원대 손실을 추가로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한전 역시 런던중재소로 이 사안을 가져가는 등 강수를 두지 않는 한 UAE 측으로부터 추가 정산을 받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까지 바라카 원전의 누적 매출 이익률은 1%대일 것”이라며 “최종 정산 과정에서 추가 정산을 받지 못한 채 한수원에 지급할 비용만 추가되면 누적 매출 이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어 한전은 향후 해외 원전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수익률 관리 문제로 부담을 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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