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직접 보조금 지원 이견
기재부도 건전재정 논리로 제동
국감 이후 11월에 논의 본격화

반도체 소재(PG) /연합뉴스
반도체 소재(PG) /연합뉴스

여야가 한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감대를 이루면서 관련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세부 쟁점을 두고 일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 1등 공신은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는 반도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38.8% 증가한 118억8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한국 수출을 견인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회복한 영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강도 높은 반도체 감산을 진행한 뒤 현재까지 다시 큰 폭의 증설을 단행하지 않은 상태다. 그 사이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라는 새로운 수요가 크게 창출되면서 범용 D램 등의 라인이 AI 메모리로 전환됐다. 공급이 제한적이어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주요국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법을 통해 기업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며 EU는 역내 반도체 생산 역량 확대를 위해 ‘EU반도체법’ 시행을 확정지었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펀드 ‘국가직접회로산업투자기금’을 조성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민관을 합해 642억 엔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야 의원은 반도체 특별법을 잇따라 발의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고동진·송석준·박수영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선 김태년·이언주 의원이 나섰다. 또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회담을 하고 반도체 산업, AI 산업, 국가 기반 전력망 확충을 위한 지원방안을 적극 논의하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반도체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반도체 특구(클러스터)를 지정하는 내용 등은 여야 이견이 거의 없어 합의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지원 방식 등 면에서 차이가 있다. 여당 안은 국가가 반도체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항을 포함했지만, 야당 안에는 세제 혜택만 담겨 있다.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처리에도 걸림돌이 있다. 21대 국회에서 '민간 투자 허용' 부분에 대한 이견을 봉합하지 못한 채 결국 임기 만료로 법안이 폐기된 바 있다. 당시 야당에선 민간 투자가 전력망 민영화로 이어지고, 전기 요금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모습 /연합뉴스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지난해 통과된 'K 칩스법'을 2030년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K 칩스법은 시설 투자액의 15~25%, R&D의 30~50%를 세금에서 감면해 주는 것을 골자로 일몰 기간이 있어 올해 종료된다.

문제는 공제율이다. 박수영·김태년 의원은 시설투자·연구개발(R&D) 세액 공제율을 K 칩스법보다 10%포인트씩 올린다는 법안을 내놨다. 반면 정부는 기존 K 칩스법 수준의 공제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건전재정 논리를 앞세워 제동을 걸기도 했다. 고동진 의원 안에 담겨 있는 직접 보조금 지급과 예비타당성조사 특례, 반도체 특별회계 신설, 고용보조금 지원 방안 등에 대해 포괄적 반대 의견을 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전력이나 용수 공급 등 인프라 구축에 관한 지원도 필요하다"며 "정부로서는 경기 침체로 직접 보조금 지원에 드는 세금 부담이 크겠지만 반도체가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만큼 더 앞을 내다봐야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안과 자당 의원 안을 비교해 정리한 뒤 당정 단일 안을 낸다는 계획이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내달 국정감사 일정을 고려할 때 오는 11월부터 반도체 특별법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가 첨단 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된 경북 구미를 찾아 "반도체 산업의 성패가 대한민국이 우상향 곡선을 하느냐 못하냐를 결정한다"며 "당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신속 인허가를 위한 패스트트랙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 애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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