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
최대 관심사 AI···국영 기업 G42에 답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빈 오찬을 마치고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환송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빈 오찬을 마치고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환송하고 있다. /대통령실

인공지능(AI) 기술은 투입 시간 대비 효익이 어느 산업보다 크다. 실리콘밸리에서 2022년 창업한 투게더AI는 2년 만에 2억2850만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끌어당겼고 혁신 자본이 적기에 결합해 1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만들어냈다.

글로벌 경쟁력만 인정받으면 단숨에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으로 퀀텀 점프하는 새로운 질서는 생성형 AI인 Chat GPT 등장 이후 특히 활발해졌다. 급성장하는 데이터사이언스 분야를 국책 사업으로 키워 사막의 AI 돌풍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나라가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이다.

29일 국빈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에게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의 성대한 환영식을 받은 그는 전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재계와의 친교 일정을 소화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방시혁 하이브 의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구본상 LIG 회장, 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이 대통령이 된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와 회동했다.

정부는 UAE 대통령의 최초 국빈 방문을 계기로 30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무함마드 대통령이 왕세자 시절부터 5세대(5G) 이동통신,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분야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온 점을 감안하면 전통산업 분야에서 제2의 중동 신화를 꿈꾸는 재계의 바람이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코트라 무역관에 따르면 UAE AI 산업은 2030년 GDP의 13.6%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현재 UAE 수도 아부다비에 등록된 AI 기업 수도 2021~2023년 연평균 67% 성장률을 보일 정도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UAE 국영 AI 기업 G42에 15억 달러 규모의 지분을 투자한 것은 단순한 산유국을 넘어 AI 산업을 국가적으로 지원해온 효과다.

돈이 넘치니 인공지능의 중추신경에 해당하는 머신러닝 투자도 활발하다. 자연어 처리(NLP) 부문은 2020년부터 꾸준히 성장해 앞으로 언어 기반 AI 애플리케이션의 수요 증가에 따라 성장해 2030년까지 주요 동력원이 될 전망이다. 

물론 AI 로보틱스 부분도 산업 자동화와 스마트 제조 공정의 증가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자율주행 및 센서 기술 분야 또한 자율주행차와 스마트 센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G42가 지난 2022년 10월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술 및 스타트업 슈퍼 커넥터 행사인 GITEX Global에 참가해 관람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G42
G42가 지난 2022년 10월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술 및 스타트업 슈퍼 커넥터 행사인 GITEX Global에 참가해 관람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G42

2017년, UAE는 2031년까지 AI 분야에서 세계적 리더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로 'UAE 국가 AI 전략 2031(UAE National Strategy for AI 2031)'을 발표했다. 해당 전략은 2071년까지 UAE를 세계 최고의 국가로 만들겠다는 'UAE 100주년 2071'(UAE Centennial 2071)과 맞물려 있다.

다양한 AI 기술을 통해 교육, 경제, 정부 발전 및 지역사회 행복에 기여하는 것을 국가적 목표로 설정하고 UAE AL Seal을 통해 전 세계 인재 및 비즈니스를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한 주요 기관으로는 국영 AI기업인 G42, UAE 인공지능 및 블록체인 위원회, 원격근무애플리케이션부, 인공지능 및 첨단기술위원회, 팔콘 재단, 모하메드 빈 자이드 AI 대학 등이 있다. 

정부의 실천 계획도 치밀하다. AI를 적용시킬 우선 산업으로 에너지, 물류 및 운송, 관광, 헬스케어, 사이버 보안을 선정했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특임교수는 "한국과 가장 큰 차이가 나는 점은 해외 AI 스타트업까지 지원 대상이 된다는 점"이라며 "스스로 AI 테스트 베드가 돼 함께 일할 세계적인 연구 인력을 유치한다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7일 막툼 빈 모하메드 UAE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이 샘 알트만 오픈AI CEO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막툼 빈 모하메드 트위터
지난해 6월 7일 막툼 빈 모하메드 UAE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이 샘 알트만 오픈AI CEO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막툼 빈 모하메드 트위터

美 실리콘밸리 테스트 베드 자처하자
MS에서 오픈AI까지 밀려드는 인재들

이런 가운데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Mubadala)와 함께 지난달 샘 알트먼 오픈(Open) AI CEO를 만나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신규 반도체 회사 설립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G42가 가장 눈에 띈다.

UAE 최대 AI 및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인 G42는 7개의 자회사를 통해 정부, 의료, 금융 등의 분야에 걸쳐 아랍어 LLM(대규모 언어 모델), 생성형 AI, 클라우드 기반 AI 슈퍼컴퓨터, 빅데이터,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 공간 정보 기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함마드 대통령의 꿈인 AI 굴기를 가능하게 하는 건 통신사업 경쟁력이다. 그의 경제 사절단엔 샤리프 마흐무드 이앤(e&)그룹 최고경영자(CEO)도 동행해 전일 서울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 참가했다. e&그룹은 UAE 인접국 사우디를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1억7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중동 최대 통신회사로 역내 12개의 데이터 센터를 합병해 디지털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와 갈등을 빚은 소프트뱅크(4000만명)의 4배, 국내 1위 통신사 SK텔레콤(3100만명)의 5~6배의 가입자수를 자랑한다.

자료=박혜수 코트라 두바이 무역관 정리
자료=박혜수 코트라 두바이 무역관 정리

특히 최근엔 중국과의 관계를 청산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접촉면은 넓히는 공급망 전략도 눈길을 끈다.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5억 달러 규모의 지분을 투자받으면서 MS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인 애저(Azure)에서 AI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생성형 AI 모델 훈련 및 미세 조정에 사용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AI칩 기반 서비스 판매 권한도 가지게 됐다.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 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은 G42의 이사로 참여했다.

앞으로 G42는 화웨이(Huawei)를 포함한 중국 기업의 장비를 배제하는 내용이 담긴 보안 협정을 바이든 행정부와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G42와 MS 양사는 개발자를 위한 1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UAE를 포함한 더 넓은 지역에서 숙련된 AI 인력 개발을 지원하고 중동·중앙아시아·아프리카 국가에 고급 AI 및 디지털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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