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 자릿수 감소 기저 효과에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 급증 결과
尹 7000억 달러 목표 달성 가시권

한·일 양국이 세계 수출 5위 자리를 두고 대격전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고환율 정책으로 재미를 보던 일본을 위협할 정도로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윤석열 정부의 연간 목표치인 7000억 달러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경상수지는 89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2년 8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출 증가와 에너지 가격 안정화에 따른 결과로 누적 경상수지는 한국은행의 전망치 279억 달러를 넘어 343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먼저 자동차 수출 증가세가 무섭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 수출액은 370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자동차 수출 기록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으로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8% 증가한 184억5000만 달러를 찍어 한국 자동차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다만 유럽연합으로의 자동차 수출은 -30%, 중동은 -18.7%, 중남미는 -8.3%로 역성장했다.
반도체 수출액도 지난달 134억2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8개월 연속 플러스 회복세를 이어갔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살아나자 전체 수출 역시 9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3348억 달러로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 정부는 지금과 같은 수출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지면 7000억 달러 목표 달성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세계 10대 수출국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수출 감소를 겪은 나라다. 세계 수출 순위도 지난해 6위에서 8위로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1월과 지난 5월 한국의 수출 실적이 일본을 넘어서는 현상을 보인다. 지난 2022년 세계 수출 점유율을 중국이 14.6%로 가장 높았고 2~5위는 각각 미국(8.4%), 독일(6.7%), 네덜란드(3.9%), 일본(3%) 순이었다. 한국은 2.8%로 6위였다.

국민의 지갑이 두둑한 나라로도 상위권이다. 2018년 국민총소득(GNI) 3만 달러 돌파로 G7 국가들만이 포함된 3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진입했다. 이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6000달러를 달성,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6위를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일본(7위, 3만3365달러)을 추월했다고 한국은행은 밝혔다. 또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하는 ‘2024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한국이 67개국 가운데 20위에 오르며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이는 독일(24위), 영국(28위), 일본(38위)을 능가하는 수준이어서 주목받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반도체 수출이 무너지고 중국 시장이 끊기는 극단적인 비관론이 컸다. 대미 수출이 22년 만에 중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국향 수출 물량 감소를 상쇄하는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5월 대미 수출 규모는 533억 달러로 대중 수출(526억9000만 달러)보다 6억1000만 달러가량 많다. 대기업 수출은 이미 지난해에 미국이 중국을 20년 만에 역전했다. 지난해 대기업의 대미 수출은 795억2000만 달러로 대중 수출보다 32억3000만 달러 많았다.
한국은행은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미 수출은 당분간 견조한 미국 소비 여건과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를 바탕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며 총수출과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중국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어 수출 추이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과의 경쟁은 결국 자동차 수출 성적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중 배터리 요건이 한국 기업에 유리하게 결정된 것이 수출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친 점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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