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불안한 재무구조가 사태 촉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 수년째 적자
대기업 업체 위주로 시장 재편 가능성도

위메프, 티몬 본사 /연합뉴스
위메프, 티몬 본사 /연합뉴스

큐텐의 계열사인 티몬·위메프가 대규모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를 빚은 가운데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 전반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의 불안정한 재무 상황이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보고 수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대다수의 국내 이커머스 업계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재무구조가 불안했던 티몬이 '판매 대금 돌려막기'로 정산일을 맞춰오다가 위메프의 정산 일시 중단에 불안을 느낀 티몬 입점 판매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자금 경색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 8일 위메프는 판촉할인율 오류를 이유로 400개 안팎의 판매자에 대한 대금 지급을 일시 중단했다. 당시 위메프는 오류를 바로잡는 대로 정산을 재개하겠다는 공지를 했으나, 정산 지연 사실이 확산하면서 거래 규모가 큰 중대형 판매자들이 같은 계열사인 티몬도 불안할 것이라 예상해 플랫폼을 이탈했다. 이에 돌려막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지난 22일 티몬도 지급 불능 사태에 이르러 결국 정산 지연을 공지하게 됐다. 

티몬과 위메프는 월평균 거래액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각각 6000억원대, 3000억원대를 기록했지만, 허약했던 재무 구조로 인해 결국 뇌관이 터지게 된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수년째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위메프의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1025억원으로 2019년부터 5년째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지난해 위메프 자본 총계는 -2398억원, 결손금은 7560억원이며, 2019년 기준 부채비율이 5287%을 기록하고 2020년부터 자본 잠식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티몬은 위메프보다 재무 구조가 더 불안한 상태였다. 티몬은 2022년 영업손실 1527억원을 냈다. 2022년 기준 티몬의 자본총계는 -6386억원이며, 영업 활동에서 발생한 누적 손실액인 결손금은 1조2644억원에 달한다. 티몬은 지난해 감사 보고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았으나 증권가에선 지난해 손실 규모가 전년 대비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티몬의 부채비율은 2019년 이래 12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뿐만 아니라 국내 이커머스 업계도 수년째 적자를 내고 있다.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마케팅과 물류망 비용을 지속 투자해 오랜 기간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티메프 사태를 남의 일처럼 볼 수 없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계열인 SSG닷컴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8% 감소한 1조6784억원을 기록, 영업손실은 1030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폭이 전년 대비 82억원 줄어들었지만, 3년 연속 1000억원대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G마켓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9.2% 줄어든 1조196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655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인 321억원 감소했지만 2022∼2023년 누적 영업손실이 1000억원에 가깝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 2조77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 손실은 1436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줄었지만, 해마다 10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기업의 단기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순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도 지난해 기준 -446억원을 기록했다. 

11번가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765억원) 증가한 865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지만, 지난해 연간 누적 영업손실은 전년(1515억원) 대비 257억원 감소한 1258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이후 4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1000억원대 영업이익 흑자를 냈지만, 그간 해마다 적자를 지속해 지난해 순운전자본만 -1조4942억원에 달한다. 

각 업체는 이 같은 적자 지속에 외형 확장보다 비용 절감을 통한 내실 다지기로 방향을 틀고 있지만 이렇다 할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진 않다.  

더군다나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국내 시장 입지를 확대해 나가는 데 주력하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등장으로 기존 이커머스 업계의 부담이 심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판매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안전하게 거래가 가능한 플랫폼으로 몰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이번 티메프 사태로 이커머스 시장 재편이 일어날 수도 있다. 대기업 플랫폼을 위주로 거래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선 각 업체들이 재무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