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결제대금 대부분 누적손실·프로모션에 써"
"위시 인수 때 티몬·위메프 자금 동원했다가 바로 상환"

구영배 큐텐 대표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현안 질의에 출석했다. 구 대표는 티몬·위메프 사태 해결을 위해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800억원이지만 바로 정산자금으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판매자금은 누적된 손실과 이커머스 경쟁 격화에 따른 프로모션 비용에 써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야 의원들은 티몬과 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의 구영배 대표를 향해 "전형적인 사기 판매를 했다"며 질타를 쏟아냈다.
이날 구 대표는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과 사재가 얼마인지 묻는 말에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이라면서도 "이 부분을 다 투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된 질문에 "최대 800억원이라 말씀드렸으나 그 돈도 바로 정산자금으로 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회사의 자본이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확한 것은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티몬을 인수했을 때부터 구조적으로 (적자가) 누적돼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판매대금이 어디로 흘러갔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돈은 전용이 아니라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까 그 돈을 대부분 프로모션으로…(썼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은 현금이 있느냐'는 다른 위원 질문에도 "없다,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답하며 결제 대금 행방에 대해선 "대부분은 누적된 손실이다. 프로모션 비용은…."이라고도 했다.
구 대표는 또 "전자상거래에서 가격경쟁이 중요 이슈가 됐고, 알리·테무로 경쟁이 격화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구조적 방법은 글로벌 확장"이라며 "15년간 모든 것을 걸고 비즈니스를 키우려 했고 한 푼도 사익을 위해 횡령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자금 운용과 관련해서는 "이 문제는 어떤 사기나 의도를 가지고 했다기보다 계속적으로 이뤄졌다. 십수년간 누적된 행태였다"며 "경쟁 환경이 격화되고 공격적으로 마케팅한 건 있다"고 말했다.
정무위 위원들은 이와 관련 "1조원을 프로모션 비용으로 다 썼다는 말이냐"라고 질책했다.
구 대표는 또 지난 2월 인수한 북미·유럽 기반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위시 인수 자금에 대해 "기본적으로 위시가 가진 자금과 밸류를 상계해 실질적으로 지급한 돈은 2500만(달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수 자금을 어디에서 동원했느냐는 질의에 "현금으로 들어간 돈은 4500만(달러)였는데, 일시적으로 티몬과 위메프 자금까지 동원했다"면서 "다만 이는 한 달 내에 바로 상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정산 지연 사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싱가포르 기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이번 사태로 불가피하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구 대표는 또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판매자와 파트너,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회사에 투입했다"며 "회사 지분 가치가 잘 나갔을 때는 5000억원까지 밸류(가치)를 받았지만, 이 사태 일어나고는 지분 담보를…."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큐텐 지분 38%를 갖고 있다. 100% 제가 가진 모든 거를 다 내놓겠다"며 "모든 비판과 책임추궁, 처벌을 당연히 받겠다. 뒤로 도망가고 숨을 수 없는 거를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비즈니스가 중단된다고 하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약간만 도와주면 다시 정상화하고 해결하고 반드시 피해복구를 완전히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국민을 현금인출기로 만들어"
금융당국 관리감독 부실도 지적
여야 의원들은 특히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에도 구 대표가 진정성 있는 대응을 하기는커녕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구 대표는 큐텐그룹 지분과 사재를 털어서 피해금 변제를 하겠다고 얘기해놓고는 불과 몇 시간 뒤에 긴급 회생 신청을 했다"며 "정산금 변제를 고의로 회피하는 수단으로, 구 대표가 굉장히 비열한 기업인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재섭 의원은 이날까지도 큐텐 관계사인 인터파크에서 상품 구매 결제가 가능하다면서 "구 대표가 티몬 등을 통해 국민을 현금인출기로 만들려고 했다. 지금도 돈을 벌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티몬이 최근 '티몬 캐시'를 10% 할인 판매한 것을 두고 "사기 칠 때 이렇게 사기 친다. 이 방식으로 돈을 확보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의원실에 '구영배 구속영장'과 수갑을 보낸 피해자도 있었다면서 회의장에서 수갑을 들어 보였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거래량이 많은 적자 기업(티몬·위메프)을 싸게 인수하고, 그 회사에서 나오는 물류량을 활용해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하는 게 구 대표의 사업 모델이었나"라고 추궁했다.
아울러 여야 의원들은 금융 감독 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티몬과 위메프의 자금경색 상태를 알고도 선제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 전자금융감독규정을 보면 전자금융업자 경영이 잘못됐을 때 금융감독원과 경영개선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게 돼 있는데, 이번에 아무 실효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위 차원에서 규정을 강화하면 됐던 것을 '감독 규정이 없었다'며 (규정 미비를 탓할 거라면) 차라리 금감원 문을 닫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티몬과 위메프는 소비자가 결제하면 판매자가 대금을 최대 70일 뒤에 받게 돼 있다"며 "대금이 70일간 공중에 떠돌아다니니 이상한 데로 갈 수밖에 없는데, 방치한 책임이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구 대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8일 위메프에서 시작된 정산 지연 사태 발생 이후 22일 만이다.
앞서 구 대표는 전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고객과 파트너사,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신속한 대처로 사태 확산을 막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일 오후 티몬과 위메프는 전격적으로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