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정진석 통해 거부권 행사 시사
윤재옥 22대 국회로 미루는 방법 고심
지연 작전 더 불리 8명 이탈해도 통과

'채상병 특검법'이 2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요구할 방침이어서 경찰과 고위공직자수사처에 발이 묶인 해당 사건의 실체 규명이 이번 21대 국회에선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의원 168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 처리했다. 이에 앞선 오후 2시 30분께 박주민 의원 등 142인이 제안한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지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단 퇴장해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벌였다. 김웅 의원만 본회의장에 남아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지난해 7월 경북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채상병 사망 사고에 대한 해병대 수사를 정부가 방해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을 도입하는 법안을 지난해 9월 발의했다. 법안은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돼 지난달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대통령은 특별법에 따라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민주당)에 특검 후보 추천을 의뢰하고, 해당 교섭단체가 2명의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은 3일 안에 이들 중 1명을 임명해야 한다. 특검은 90일(준비기간 포함) 동안 수사하고, 대통령 승인을 받아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다.
이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 가면서 일방 강행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며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박성재 법무부장관도 대구지방검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을 만나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이 특검으로 진행된 전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검 추진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했다.
현재 경북경찰청은 채 상병이 지난해 7월 17일 경북 예천군 하천에서 수색작전 도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데 대한 지휘관의 과실치사 혐의를 수사 중이다. 이 밖에도 대통령실·국방부가 채 상병 사망과 관련한 혐의자를 축소하기 위해 해병대수사단 등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공수처가 수사 중이다.

군검찰은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채 상병 사망사건 조사 기록을 경북경찰청으로 넘겼으며 거짓말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아울러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혐의 사실, 혐의 내용을 다 빼라"고 언급한 것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박 대령측은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 절차 등에 관한 규정 및 훈령에 따라 경찰 이첩 전 혐의자의 죄명과 범죄사실을 적고 관련 기록과 증거물을 모두 송부한 것은 수사단장으로서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김정민 변호사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이첩을 보류하라는, 의무 없는 일을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민의힘에서 18명의 이탈표가 나오면 재의결이 가능하다. 총선 참패 후 여권 내부에 특검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이탈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하지만 윤재옥 원내대표가 국회 의사일정 합의를 미루는 방식으로 22대로 넘기는 지연 작전을 펼칠 수도 있다.
또한 22대 국회에서 같은 법안이 상정될 경우 여야 의석수가 108 대 192이기 때문에 패스트트랙을 거친 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라더라도 국민의힘은 8명의 이탈표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다. 이에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 추진 중인 '한동훈 특검법'과 함께 동시에 채상병 특검법을 추진해 여당을 수세에 몰아넣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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