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과 관련해 당내 이탈표 단속에 나서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재표결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을 일일이 만나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시 당내 이탈 표 발생 가능성과 관련해 “의원들 전체가 당론을 지키는 것에 현재는 큰 틀의 입장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의원들은 우리 당 기본 입장에 변화 없이 함께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재표결 찬성 입장을)이야기한 분들과 관련해서도 저희가 대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수용 불가' 의지를 재확인한 만큼 오는 21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특검법이 국회로 돌아와 재의결 될 때 이탈 표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작업에 착수했다. 국민의힘 원내행정국은 소속 의원들에게 이달 23일부터 28일까지 해외 출장이 예정돼 있다면 알려달라고 했다. 사실상 출장 자제를 당부한 것이다.

지난 2일 채상병 특검법 통과 당시 여당에선 유일하게 김웅 의원만이 본회의장에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무기명 투표인 재의결이 이뤄질 경우 김 의원을 비롯 찬성 입장을 밝힌 안철수·이상민 의원을 포함해 비윤계, 총선 낙선 낙천자, 구민주당 의원 등의 소신 투표가 더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 재적 의원 295인이 재표결에 참석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결을 위해선 197표가 필요하다. 현재(21대 국회) 야권이 180석인 만큼, 이탈 표 17석이 나오면 최종 통과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 재선이 불발된 21대 현역 의원은 55명에 달한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 시 소신에 따라 찬성 표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안철수 의원께 감사하다"며 "여당 내에 용기 있는 의원들이 더 많았으면 한다"고 동참을 호소했다. 

표 이탈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추경호 원내대표가 TK 출신이라서 강단이 있다. 당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의원 대부분이 추경호 의원에 표를 몰아준 것은, 앞으로 남은 3년 동안 그래도 안정적으로 국정운영할 수 있도록 국민의힘의 뒷받침이 있어야 2027년 정권 재창출이 가능해진다는 의미에서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거부권 정국에 필요시 야당 6개 당과의 장외집회 등 공동행동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전날 수도권과 대구·경북 지역 초선 당선인들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대통령 거부권과 예산편성권을 적극 활용하라"고 주문했다는 전언이 알려지자 경색 국면이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두고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이 고작 여당의 협상력을 높이라고 부여된 권한인가"라며 "나라와 국민을 위하여 꼭 필요할 때만 쓰라고 준 권한을 '조자룡 헌 칼'처럼 쓰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정말 법조인 출신이 맞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