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IMF 이후 최대 상승폭
수입 원재료 비중 큰 식품업계 부담↑
식품기업 평균 영업이익률 5% 안팎
원자재 가격 지출 커지면 판가 인상

4·10 총선 직후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선 식품업계가 고환율 압박까지 더해지며 물가 인상 분위기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82.2원)보다 3.0원 내린 1379.2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7.3%나 급등해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내 주요 식품 제조사들은 원재료 비중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많아 고환율에 따른 부담이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까지 치솟으면서 생산비 부담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식품업계 입장에서 원화 약세 현상이 지속될 경우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커진다.
통상 식품기업은 3개월 이상의 원·부자재 재고분을 비축해둬 당장의 타격은 없다 하더라도 인건비와 물류비가 모두 오른 상황에서 환율 상승까지 지속된다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에 따른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식품기업은 원재료로 많이 쓰는 밀, 대두, 옥수수 등을 대체로 수입해서 쓰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따른 곡물 매입 가격이 높아진다. 현재는 곡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하더라도 다음 계약 때 오른 환율을 적용해야하기 때문에 수입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코코아 가격 최고치···제과업계 부담 심화
정부 식품기업 옥죄기에 “더 이상 못 참아”
식품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 안팎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에 원자재 가격 지출이 클 경우 판가 인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이를 수입해야 하는 제과 업계 부담이 심화된 상황이다.
이에 롯데웰푸드는 가나초콜릿, 빼빼로 등 17종의 제품 가격을 내달 1일 평균 12% 인상하기로 했으나, 인상 시기를 6월 1일부터로 1개월 미뤘다. 이는 정부가 가정의 달인 5월을 피해 물가 안정 차원에서 가격 인상 시기를 6월로 늦춰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역대 최고치인 코코아 가격에 타사도 가격 인상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11일(현지시간) 코코아 선물 가격은 t당 1만373달러(약 1430만원)로, 일주일 만에 9.6% 올랐고 한 달 전과 비교해 54.18% 비싸다. 이는 연초와 비교하면 142.6% 오른 것이다.
설탕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설탕 가격지수는 평균 145.0으로, 전년(114.5) 대비 26.6% 상승했다. 올해 1분기 설탕 가격지수는 평균 136.7로 작년 평균보다 5.7% 내렸으나 2022년 대비 19.4% 높다.
일각에서는 식품업계가 지난해 많은 영업이익을 올렸음에도 서민의 물가 고통 해소엔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고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 전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러한 이유를 들어 식품기업에 대한 가격 압박을 이어왔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3월 13일 19개 식품사 대표 및 임원과의 간담회에서 코스피 상장 식품 기업 37곳 중 23곳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일부 식품 기업은 창사 이래 최대치의 이익을 냈다. 오리온은 지난해 연결 기준 49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농심(2121억원), 삼양식품(1468억원), 빙그레(1122억원), 풀무원(620억원) 등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수출 비중을 확대해 호실적을 낸 식품 기업들도 있지만 그만큼 가격을 인하할 여력도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식품업계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압박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물가 안정 취지에 공감하나 제반 비용의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총선 직전까지 가격 동결이나 인하로 정부 눈치를 보던 식품기업들이 총선이 끝난 이후 그간 억눌려왔던 가격 인상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가격 조정과 관련해서는 아직 검토 중”이라면서도 “정부 압박에 가격을 인하하기도 했으나 한계에 다다랐다. 고환율이 지속되고 에너지 가격도 오르게 되면 감당하기가 어려워 가격 인상을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매출 2조 역대 최대 실적에도”···아워홈 ‘남매의 난’에 구지은 부회장 위기
- "통합 소싱으로 가격 낮춘다"···대형마트+슈퍼 합치는 유통업계
- 김치·라면 수출 급증에···K푸드 현지 생산 공장 늘린다
- "안 오르는 게 없네"···편의점 먹거리부터 생필품까지 줄줄이 가격 인상
- 적자 폭 줄인 K-이커머스, 흑자 전환 돌파구 찾을까
-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 합병···"통합 매입·물류 시너지"
- "쿠팡은 올리고, 신세계 낮추고"···이커머스 업계, 유료 멤버십 경쟁 촉발
- 파파이스·굽네, 대체 얼마나?···줄줄이 오르는 외식 물가
- [유통톡톡] 디즈니 드라마 '지배종' 속 배양육, 상용화 어디까지 왔나
- 880원 라면·1000원 맥주 내놓는 편의점···‘초저가 마케팅’으로 점유율 경쟁 격화
- [오늘의 유통] 하이트진로·맥도날드·아모레퍼시픽·젝시믹스·미트박스 外
- [르포] 수도권 공략하는 선양소주···팝업스토어 '선양카지노' 가보니
- 주얼리 사업 축소되는 이랜드···'가성비' 전략으로 실적 회복될까
- LG생활건강, 1분기 영업익 10분기만에 반등···전년비 3.5%↑
- "K뷰티·패션 즐기세요"···외국인 관광객 겨냥 나선 유통업계
- "맥도날드·피자헛 줄줄이 오르네"···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줄인상
- ‘K-뷰티 양대산맥’ 아모레-LG생건, 1분기 실적 ‘반등’···해외 시장 다변화 속도
- “내 아이에겐 아끼지 않아요”···식품업계, 프리미엄 어린이 식품 시장 키운다
- "외식 한번 하기 어렵네"···가정의 달에 먹거리 물가 '천정부지'
- 반도체 업황 개선에 코스피 상장기업 호조···1분기 순이익 92% 증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