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지난해 매출·영업익 역대 최대
지난 17일 구지은 부회장 이사회서 퇴출
글로벌 푸드·헬스테크 기업 도약에 제동

아워홈이 지난해 매출 2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빠지는 위기에 처하면서 글로벌 푸드·헬스테크 기업으로의 도약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고 구자학 회장의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씨가 손을 잡은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구지은 체제’로 굳혀지던 아워홈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다시 한 번 남매간 분쟁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1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약 8% 증가한 1조9835억원, 영업이익은 943억원으로 전년(536억원) 대비 76%나 급등했다고 공시했다.
코로나19 등 경영악화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낸지 3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단체급식과 외식사업, 글로벌 사업 등 모두 고르게 성장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2020년까지 적자를 내던 아워홈은 구지은 대표가 취임한 이후 1년 만에 영업이익 25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회사 측은 특히 구지은 부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핵심 과제로 삼았던 ‘글로벌 사업 확대’ 전략이 빛을 발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아워홈 글로벌 사업 실적은 전년 대비 13%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 주재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 콘티넨탈 사내식당 수주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곳곳에서 견조한 성장을 이어갔다는 설명이다. 아워홈 글로벌 사업 매출은 2022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체 매출의 10% 비중을 달성한 바 있다.
지난해 매출 2조 육박·영업익 전년비 76% 급등
구본성·구미현 연합에 구지은 부회장 경영권 위기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구지은 부회장이 사내인사에서 쫓겨나게 되면서 호실적을 이어나갈 사업 계획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 17일 강서구 본사에서 열린 아워홈 주주총회에서 구지은 부회장 등 사내이사들의 재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이에 따라 구지은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오는 6월 끝난다.
대신 구지은 부회장의 첫째 언니인 구미현씨와 그의 남편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가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구미현씨는 그동안 아워홈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구미현씨는 범LG가인 아워홈의 창립자 고(故) 구자학 아워홈 전 회장의 장녀이고 구지은 부회장이 막내다.
이번 주총에서는 구본성 전 부회장 측에서 배당 한도를 200억원으로 높이는 안건과 구본성 전 부회장의 아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제안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아워홈은 이후 다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를 추가로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아워홈 주식은 전체 주식의 98% 이상을 구자학 전 회장의 1남 3녀가 나눠 갖고 있다. 최대주주는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으로 지분 38.6%를 갖고 있고, 구지은 부회장이 20.67%, 차녀 구명진씨 19.6%, 장녀 구미현씨 19.28%로 지분을 나눠 가진다.
이번 주총에서 구미현씨와 구본성 전 부회장이 손을 잡으면서 구지은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의 남매 갈등은 고(故) 구자학 아워홈 전 회장이 지난 2000년 LG유통에서 FS(식품서비스) 사업 부문을 계열 분리하면서 촉발됐다.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범LG가인 만큼 2016년 6월 구본성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갖게 되면서 당시 아워홈 부사장을 맡고 있던 구지은 부회장을 보직 해임시켰다.
하지만 구본성 전 부회장이 2020년 9월 보복 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하차한 운전자를 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2021년 6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아 오너 리스크가 생겼다. 이에 여동생 세 명이 힘을 합쳐 구본성 전 부회장을 경영권에서 밀어내 해임시켰다. 이후에도 경영권을 두고 남매간 갈등이 이어져 왔다.
그러다가 2022년 구 전 부회장의 아워홈 지분 매각 자문사 라데팡스파트너스에서 장녀 구미현 주주가 지분 매각에 동참한다고 발표하면서 또 한 번 남매 전쟁이 발발했다. 같은 해 7월 구 전 부회장 측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신규 이사를 선임하겠다고 요구했으나 주주 과반수 반대로 무산됐다.
이로써 구지은 대표 체제가 공고해지는 분위기였으나 다시 구미현씨가 구 전 부회장 편을 들게 되면서 균열이 생기게 됐다.
글로벌 사업 호조 이끈 구지은 부회장
직원 97% 최대 1190만원 격려금 수령
"주총 결과가 찬물 끼얹은 느낌"
아워홈 내부에서는 실적 개선의 힘이 컸던 구지은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나가게 돼 우려하는 분위기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사업의 호조를 발판 삼아 올해도 도전적 행보를 이어나가려했던 구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걸림돌이 생긴 게 아니냐는 시각이 크다.
구지은 부회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글로벌사업부는 신규 수주 확대, 기내식 사업 성장 등에 힘입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100% 실적을 회복했다”며 “외식과 HMR사업부 역시 신규 매장 오픈과 프리미엄 브랜드 구씨반가 출시 등 B2C 시장 공략을 위한 도전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을 뉴(NEW) 아워홈을 향한 변곡점의 한 해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월 아워홈은 글로벌 푸드&헬스테크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구지은 부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해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2024에 참석하기 위해 비즈니스전략, 글로벌, 기술경험혁신 등 직접 구성한 참관단을 이끌고 행사 기간 내내 현장에 머물며 푸드테크, AI, 헬스케어 등 다양한 관련 전시 부스를 참관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워홈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경영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이사회 주총 결과가 찬물을 끼얹은 느낌”이라며 “직원들에게 격려금 지급도 있었고 회사가 성장하는 게 보이는 와중이어서 더욱 더 임직원들 사이에선 아쉬움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워홈은 지난 1일 직원을 대상으로 ‘혁신 성장 격려금’ 지급을 확정해 공지하고 5일 본사를 시작으로 해외 법인 등 격려금 지급을 진행했다. 직원 97%가 격려금을 수령했고, 격려금은 인당 최대 1190만원이다. 다만 지난해 목표 실적 미달에 따라 대표이사를 비롯해 임원 및 주요 직책자는 격려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른 잔여 재원은 직원 격려금 추가 지급에 활용됐다. 아울러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비정규 직원 1500명도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관련기사
- "통합 소싱으로 가격 낮춘다"···대형마트+슈퍼 합치는 유통업계
- 김치·라면 수출 급증에···K푸드 현지 생산 공장 늘린다
- "안 오르는 게 없네"···편의점 먹거리부터 생필품까지 줄줄이 가격 인상
- 적자 폭 줄인 K-이커머스, 흑자 전환 돌파구 찾을까
-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 합병···"통합 매입·물류 시너지"
- "쿠팡은 올리고, 신세계 낮추고"···이커머스 업계, 유료 멤버십 경쟁 촉발
- 파파이스·굽네, 대체 얼마나?···줄줄이 오르는 외식 물가
- [유통톡톡] 디즈니 드라마 '지배종' 속 배양육, 상용화 어디까지 왔나
- 880원 라면·1000원 맥주 내놓는 편의점···‘초저가 마케팅’으로 점유율 경쟁 격화
- 총선 후 가격 줄인상하는 식품업계, 고환율로 또 올릴까
- [르포] 수도권 공략하는 선양소주···팝업스토어 '선양카지노' 가보니
- LG유플러스 헬스케어 플랫폼 "B2B 서비스로 개발"···이통3사 현황은
- 주얼리 사업 축소되는 이랜드···'가성비' 전략으로 실적 회복될까
- LG생활건강, 1분기 영업익 10분기만에 반등···전년비 3.5%↑
- "K뷰티·패션 즐기세요"···외국인 관광객 겨냥 나선 유통업계
- ‘K-뷰티 양대산맥’ 아모레-LG생건, 1분기 실적 ‘반등’···해외 시장 다변화 속도
- 중기 전용 T커머스 신설 추진에···홈쇼핑 업계 “파이 쪼개기에 불과”
- “내 아이에겐 아끼지 않아요”···식품업계, 프리미엄 어린이 식품 시장 키운다
- "외식 한번 하기 어렵네"···가정의 달에 먹거리 물가 '천정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