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정기 인사'서 4년 만에 CJ제일제당 대표 복귀
바이오 사업 회복·K-푸드 중심 해외 신시장 공략 집중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경영 효율화 및 질적 성장 도모" 전망

강신호 CJ제일제당 신임 대표이사 /CJ제일제당
강신호 CJ제일제당 신임 대표이사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수장으로 돌아온 강신호 대표가 CJ제일제당의 실적 부진을 만회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실적 성장의 발목을 잡은 바이오 사업 회복과 K-푸드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신(新)시장 진출 확대가 강 대표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지난 16일 ‘2024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CJ제일제당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강 대표는 1988년 CJ그룹 공채로 입사한 정통 ‘CJ맨’이다. 그는 CJ그룹 인사팀장, CJ제일제당 경영지원실장,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에 이어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 등을 거쳐 2020년 CJ제일제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약 1년간 CJ제일제당을 이끌어온 이후 2021년부터 CJ대한통운 대표이사를 맡았다. 

CJ대한통운 대표 재임 당시 강 대표는 주요 사업 부문 구조 혁신을 통해 조직문화 체질을 개선하고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 4802억원을 기록하며 경영난을 겪던 CJ대한통운의 실적을 개선했다.

강 대표가 CJ제일제당 수장을 다시 맡은 이유 역시 실적 개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매출 17조8904억원, 영업이익은 8195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4.7%, 35.4% 감소했다. 

신성장 동력 점찍었던 '바이오' 실적 침체
"라이신 사업 비중↓·고수익 제품 비중↑"


특히 CJ제일제당의 실적을 끌어내린 주요인은 바이오와 사료·축산 사업의 부진이다. 

식품사업 부문은 11조2644억원의 매출과 654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1.4%, 4.9% 늘어난 반면, 바이오사업 부문의 매출은 전년 대비 28.2% 감소한 3조4862억원, 영업이익은 89%나 급감한 689억원을 기록했다. 원재료인 원당가격 상승 부담과 지난해 10월 매각이 결정된 셀렉타의 부진이 실적 하락을 부추겼다. 사료·축산 독립법인 CJ피드앤케어는 2조4917억원의 매출과 86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주력 사업은 ‘그린 바이오’로, 라이신·핵산·메치오닌 등 ‘동물 사료용 아미노산’이 주력 제품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탓에 축산 사업이 악화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린 바이오는 결과적으로 축산업과 사료 등이 밀접하게 연동된다”며 “코로나 시기 3~4년간 호황이었다가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때문에 전반적으로 축산 수요 자체가 줄었다. 육류 소비량이 줄면 그 육류를 공급하기 위한 가축 사육 두수 자체도 줄 거고 사료 소비량도 감소하면서 사료에 들어가는 사료 첨가제, 즉 사료용 아미노산 등에 대한 수요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올해 바이오사업 부문에서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품목을 지속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라이신 품목은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 중국 등 해외 군소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인해 시황이 안 좋아졌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아진 라이신 사업 비중을 20% 이하로 낮췄다. 대신 고수익 제품인 트립토판과 발린, 알지닌, 히스티딘 등의 스페셜티 아미노산의 매출 성장을 끌어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K-푸드 기반으로 해외 신(新)시장 공략 박차


무엇보다 강 대표는 식품사업 부문에서 다년간 근무하며 ‘비비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K-푸드의 글로벌 확산에 기여했던 만큼 해외 시장 공략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햇반·고메·백설 등 대형 브랜드와 만두·치킨·P-Rice·K소스·김치·김·롤 등 7대 글로벌 GSP(Global Strategic Product·GSP) 품목을 앞세워 북미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프랑스·북유럽·동남아 할랄 시장 등의 진출로 신영토 확장에 집중할 예정이다. 

CJ그룹의 이번 인사 발표는 예년에 비해 2~3개월가량 늦어졌다.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이재현 CJ 회장이 장고(長考) 끝에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쇄신 속 안정’을 택한 것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올해 신년사에서도 “그룹이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위기감을 드러낸 바 있어 더욱이 인사 결정에 신중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강 대표의 책임감도 막중하다. 지난 2020년 강 대표가 CJ제일제당 대표로 취임했던 때도 업황이 불안해진 시기였다. 당시 전 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글로벌 무역 분쟁 장기화 우려 등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CJ제일제당이 2019년 미국 냉동식품 회사인 ‘슈완스’를 인수하는 데 1조5000억원을 들인 점도 그룹 차원의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졌었다. 

강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중점 추진 과제로 ‘혁신 기반의 질적 성장 추진’과 ‘글로벌 최고 수준의 초격차 역량 확보’를 강조했다. 

그해 강 대표는 실적 상승의 성과를 바로 나타냈다. 2020년 대한통운을 제외한 CJ제일제당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14조1637억원으로 전년보다 10.9%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73.0% 급증한 1조415억원을 올렸다. 

강 대표가 올해 다시 CJ제일제당의 구원투수로 임명된 만큼 경영 효율화를 통해 과거의 성과를 재현해 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앞서 강신호 대표가 CJ대한통운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경영 효율화를 이뤄낸 만큼 이번에도 이러한 전략을 통해 질적 성장을 이뤄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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