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희의 마음을 여는 말하기 비법]
평가와 비난의 말들에 익숙한 우리
지금 이 말은 무엇을 바라는 말인가
생각하고 말해야 소통사회 가능해져
“방충망을 떨어뜨렸다고?”
“응!”
“아니, 조심해야지! 맨날 사고를 쳐!”
“그래도 사람은 다치지 않았어. 다쳤을까 봐 걱정했다고.”
“그것도 그렇지만 방충망이 부서져서 끼워지지도 않는다면서. 전세 기간 끝나서 나갈 때 어쩔 거야?”
“고치든지 새로 만들어서 붙여놓고 가면 되지.”
“돈 들 일을 만들었구먼···.”

아내가 이불의 먼지를 털기 위해서 창문의 방충망을 열려고 했는데 방충망이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아내는 놀랐고, 누군가가 밑에 있다가 다쳤을까 봐 덜컥 겁이 났습니다. 급히 내려다보니 다행히 밑은 화단이었고 사람이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그 후 남편과의 대화입니다.
남편도 놀랐을 것입니다. “조심해야지! 맨날 사고를 쳐!“는 판단의 말입니다. 아내는 맨날 사고를 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돈 들 일을 만들었구먼···”은 비난의 말입니다. 돈 들 일을 아내가 일부러 만들었을까요? 이 말을 들으면 의기소침해질 수 있습니다. 방충망이 아내의 의도에 의해 떨어진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의 어떤 상황이 종합해서 떨어진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런 말들을 쏟아내는 남편의 바람은 무엇일까요? 아내가 지금보다 더욱 조심하고, 안전하게 일을 진행하길 바랄까요? 예상 지출 이외의 지출을 막고 싶을까요? 남편의 말에서 어떤 바람을 찾을 수 있으세요?
남편이 먼저 아내의 느낌을 물어보고 혹은 바람을 물어본 후 자신의 바람을 말하는 것이 공감 대화입니다.
“놀랐지?”
“다친 사람 있을까 봐 걱정했는데 아무도 안 다쳐서 그나마 안심됐어?”
“나는 당신이 안 다쳐서 마음이 놓여. 앞으로는 방충망을 열거나 무엇을 할 때 조심하길 바라. 또 예상외의 지출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런 지출은 될 수 있으면 줄이고 싶거든!”
이런 말을 들으면 아내의 마음이 어떨까요? 아내는 공감받고 마음이 안정되면서 남편의 바람을 수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될 것입니다.
“엄마, 나 피아노 학원 열심히 다니니까 피아노 사줘! 열심히 다니면 사준다고 했잖아.”
“그게 뭐 열심히 다니는 거냐? 맨날 늦게 가고, 엄마가 가라고 해야 가고···.”
“그래도 빠진 적은 없잖아!”
“더 열심히 다니면 사줄게!”
집에 피아노가 있어서 학원에서 배운 것을 쳐보고 싶은 아이와 학원을 더 자발적으로 열심히 다니며 진도가 빨리 나가기를 바라는 엄마의 대화입니다.
피아노 학원에 열심히 다니라고 하는 엄마의 바람은 무엇일까요? 피아노를 잘 치기를 바라겠죠? 어른이 돼서도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되길 바라겠죠? 악기를 다루며 즐기는 어른이길 바라겠죠?
다른 엄마의 바람을 찾으셨나요? 엄마는 피아노 학원을 꾸준히 다니면서 성실함을 익히고, 스스로 시간에 맞추어 가면서 자력이 높아지고, 피아노 치는 예술 활동을 통해 예술적 감수성이 생기고, 예술을 통하여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 바람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바람이 엄마의 말에서 찾아지세요?

엄마가 먼저 아이의 느낌을 물어보고 혹은 바람을 물어본 후 자신의 바람을 말하는 공감 대화를 적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피아노가 집에 없어서 아쉽니?”
“집에서 피아노를 열심히 연습하고 싶어?”
“엄마는 네가 스스로 학원 가는 시간을 챙기며 자력이 생기길 바라! 또 피아노 치는 것을 즐기며 어른이 됐을 때 음악으로 일상이 풍요로워지길 바란단다.”
이런 말을 들으면 아이는 단지 피아노 학원에 가는 것, 피아노를 치는 행위 너머의 상황을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사고의 폭이 넓어질 것입니다. 먼 미래에 대한 상상의 나래도 펼칠 것입니다.
지금 하는 말이 원하는 것을 말하고 있는지, 단지 비난이나 평가의 말인지를 생각하고 말하면 삶은 달라질 것입니다. 대부분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습관대로 말합니다. 습관은 부모와 사회의 말을 오래 듣고 생긴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소통의 사회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우리 사회는 생각하고 말하기를 해야 합니다. 공감 대화의 여러 요소를 생각하고 말해야 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이라도 말해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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