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케어푸드' 시장
노인 겨냥한 연화식 상품
복지·요양시설 급식 제공도

# 20년째 당뇨를 앓고 있는 김영월 씨(여·81세)는 최근 노화로 인해 치아 상태도 안 좋아져 섭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작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라 죽 등 유동식을 대체해 섭취하고 있지만 영양분이 부족해 지속 가능하진 않은 상태다. 고민하던 김씨의 가족은 최근 한 식품업체가 내놓은 '고령화 친화 식품'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저당·저염식인 데다 씹기 편하게 개발된 제품이라 김씨가 먹기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제품이 부드러워 입에 잘 녹는 데다 일반식에 가까운 맛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식품업계가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시니어 케어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잇따르면서 유통·식품업계는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MZ세대뿐만 아니라 장노년층에도 주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소년층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케어푸드(care-food)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케어푸드'는 기존 '고령층이 섭취 및 소화하기 쉽게 한 식품'에서 메디푸드와 고령친화식품, 기능성식품 등을 포함하는 의미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케어푸드 시장의 성장 속도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케어푸드 시장 규모는 2017년 1조1000억원, 2020년 2조원에서 오는 2025년에 3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아워홈 등 식자재 기업은 물론 각종 식품 기업들도 케어푸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는 시니어를 위한 '고령친화우수식단', 질환자를 위한 전문 케어푸드 식단인 '메디푸드' 등 다양한 케어푸드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현대그린푸드의 시니어 대상 상품은 케어푸드 중에서도 '연화식' 상품이 주를 이룬다. 연화식은 음식 모양은 일반 음식이랑 비슷한데 특수 가공 조리를 통해 제조된 잇몸이나 혀로도 부서질 만큼 연한 음식을 말한다"며 "지난 2016년부터 '케어푸드'를 차세대 성장동력의 하나로 정하고 연화식 개발에 나섰다. 이후 2017년 국내 최초로 B2C 연화식 브랜드 '그리팅 소프트'를 론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병원, 의료기관 등에 환자식을 단체 급식으로 제공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노하우가 쌓였다"며 "최근 KB골든라이프케어에서 운영하는 프리미엄 노인복지 주택단지 '평창 카운티'에 '그리팅' 제품을 공급하고 영양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KB라이프생명의 시니어 요양 서비스 전문 자회사다. 지난 12월 프리미엄 노인복지 주택단지 '평창 카운티'를 신규 오픈해 현대그린푸드와 MOU를 체결했다. 평창 카운티 입주 가구에는 영양 진단 및 개인별 맞춤형 그리팅 케어푸드 식단을, 기존 KB골든라이프케어의 요양시설 '서초 빌리지'와 주야간보호센터 '강동 데이케어센터'에는 고령 친화형 식단을 제공해 급식을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본지에 "현대그린푸드의 전반적인 시니어 케어 사업 기반은 '단체 급식'이다. 각종 요양시설에 어르신 대상으로 단체 급식을 공급하고 있다. 병원에는 환자식을 제공한다"며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국립중앙의료원·아주대병원 등 여러 대형 병원에 환자식을 제공하며 고령자 및 질환자 전문 식단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왔다. 대형 의료기관과 공동 임상 연구를 진행해 케어식단의 건강 개선 효과성도 입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J프레시웨이의 식자재 유통 브랜드 '헬씨누리'도 케어푸드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본지에 "헬씨누리는 유통 브랜드로써 주로 시니어를 타겟으로 한 식자재 영업이 주 사업"이라며 "노인이 주로 상주해 있는 복지시설, 요양원 등이 주요 판매 채널이다. 지난해 연화식 등 고령친화식품 라인업을 처음 선보이며 케어푸드 시장 선도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헬씨누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3% 증가하는 등 시니어 타겟 시장의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2025년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종 식자재·식품 기업에서는 케어푸드·영양진단 서비스 등 시니어 관련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식품업계가 시니어 케어 및 시니어 타겟 제품에 집중하는 것은 업계 전반에 시니어 소비자들의 장악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화 예방과 건강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요즘 시니어를 겨냥한 시장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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