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영의 평생부자]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와 소득이 줄면
경제 침체의 우려가 있고
부동산 불패 신화는 더 이상 안 통해

요새 집값이 일부 지역에서 조금 오른다는 뉴스가 있다. 사실인지 모르겠다. 한국인들의 부동산 집착은 유별나다. 앞으로도 부동산은 조금만 더 버티고 시간이 흐르면 전설처럼 다시 올라서 더블이 될까. 나를 배신하지 않고 또 웃게 해줄까. 지금은 장기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전망을 진지하게 한번 해볼 시점이다.

이런 전망을 할 때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요새 출산율이 저조하고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기피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고령화 추세도 가파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인구는 점차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인구가 감소하면, 경제 활동도 축소되고 경제 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구가 줄고 일자리가 줄어들어서 실질소득이 감소하는데, 집값은 독야청청 올라가기만 할까.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른다는 믿음은 이제 맞지 않는다. /픽사베이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른다는 믿음은 이제 맞지 않는다. /픽사베이

집값 상승에 대한 맹목적인 가수요로  잠시 반짝일 수는 있다. 지난 정부의 엉터리 정책이 가계부채 급증과 과잉 유동성으로 인하여 부동산을 단기에 급등시켰다. 다시 말하면 소득 증가와 인구 증가로 인한 정상적인 상승이 아니라 올라갈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정책 실패로 인해 일시 급등했다는 뜻이다. 

 그 정책 실패가 정상화되고 거품이 걷혀,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기 시작하면 부동산은 시간을 두고 하락할  것이다. 그 좋은 예가 있다. 바로 이웃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한국의 미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저출산 저성장 저물가에 심각한 고령화 추세로 일본은 부동산 시장 붕괴와 장기 경제 침체가 1990년대 초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일본은 한국보다 나은 것이 있다. 특유의 일본인들의 검소함 때문에 가계부채는 한국에 비하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런데 한국은 가계부채가 세계 1위다. 고금리 추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인데, 그 부담으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고 물리적으로 빚을 내서 집을 더 살 수 있는 여력도 없어진다. 

또 하나의 요소는 고령화다. 나이 든 분들은 소비를 잘 하지 않는다. 새것을 사고 싶은 욕구도 적다. 그래서 고령화 사회가 진행될수록 경제 활성화는 어렵게 된다. 집값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이 증가하며 경제가 활성화될 때, 자연스레 따라서 오르는 것이다. 모든 요소가 그 반대로 가고 있는데, '영끌과 빚투'만으로 집값이 올라갈 수는 없다.

현재 상황은 부동산 불패 신화의 끝물이다.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시발점에 와 있다. 한국인들의 무모할 정도의 부동산에 대한 환상이 부동산 거품이 확 빠지는 무서운 현실을 억지로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막바지다. 제반 여건이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그보다 더 심각한  현상이 하나 더 있다. 가구당 식구 수가 줄어드는 현상이다. 이삼십 년 전만 해도 4~5인 가구가 흔했다. 지금은 평균 가구원 수가 2.3명이다. 20년 전에 3명이었는데 그 간 약 한 명이 줄어든 것이다. 대신 1인 가구 수가 34.5 %로 세 가구당 한 가구가 1인 세대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경제 활성화와 큰 집에 대한 수요를 기대하기 어렵다. /픽사베이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경제 활성화와 큰 집에 대한 수요를 기대하기 어렵다. /픽사베이

이런 현상이 더 심해져 가는데 '큰 집 큰 집'하고, 재건축에 평수를 더 늘리고 부담금을 더 내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까. 특히 은퇴한 사람들이라면, 장기 침체가 우려되는데도 과거처럼 집에 올인하여, 여윳돈이 없어 쩔쩔매야 할까. 이는 마치 '흘러간 유행가'에 집착하는 것과 같다. 집을 줄여서 금융자산 비중을 하루라도 빨리 더 늘리는 게 상책이다. 노후에 좀 여유롭게 살고, 생고생을 피하는 길이다.

이제 고성장 시대는 지나갔다. 이웃 중국에 화장품을 마음껏 팔고 반도체를 수출하면서 재미를 보던 시절도 지나갔다. 경제성장률이 1~2%에 그치고, 무역 규모 축소에 무역적자가 수개월이 지속되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삼십 년 전과같이 경제성장으로 꽃을 화려하게 피우고 일자리가 늘어나고 집값도 덩달아 뛰던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 경제의 전체적인 패러다임이 확 바뀌었다. 가족과 결혼에 대한 개념도 바뀌고 인구 구조가 바뀌고 가구원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이런데도 과거의 부동산 불패 신화가 지속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상 흐름 따라서 생각을 바꾸고 부동산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버려야 삶이 행복해진다. 고령화 추세, 저출산과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뀔 것 같지 않다. 화려한 경제 성장도 아름다운 추억일 뿐이다.

그렇다면 단 한 가지, 과거에 뿌리를 둔 우리의 고착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시대착오적인 판단 실수를 막을 수 있다. 그중 핵심적인 것 하나, '부동산은 사두면 무조건 오른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이런 착각을 버려야 내 재산이 묶이고 손실을 보는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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