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출신이 결혼 가능성 높아
저출산 원인은 지역 불균형 문제

성장 지역 및 대학 소재지에 따른 혼인율 차이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주로 지방이 수도권보다 높은 혼인율을 보인다. /‘청년층의 성장 지역과 대학 소재지 경로별 혼인 가능성의 차이 분석: 성별과 지역 차이를 중심으로’ 캡처
고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근태 교수가 보건사회연구 최신 호에 발표한 ‘청년층의 성장 지역과 대학 소재지 경로별 혼인 가능성의 차이 분석: 성별과 지역 차이를 중심으로’ 논문 내 성장 지역 및 대학 소재지에 따른 혼인율 차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주로 지방이 수도권보다 높은 혼인율을 보인다. /보건사회연구 캡처

지난 15일 발간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사회연구 최신 호에는 최근 MZ세대의 결혼 기피 현상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논문 하나가 게재됐다. 고려대 사회복지학과 김근태 교수의 ‘청년층의 성장 지역과 대학 소재지 경로별 혼인 가능성의 차이 분석: 성별과 지역 차이를 중심으로’가 그것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지방에서 성장하고 대학을 나온 사람이 수도권에서 성장하고 대학을 나온 사람보다 결혼할 확률이 1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 경우 지방-지방(출신지 및 대학 소재지)인 여성이 수도권-수도권인 여성보다 확률이 30%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내용을 다룬 유튜브 영상은 3일 만에 42만 회라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댓글로 '맞는 말이다', '지방에 사는 친구들이 서울 사는 친구들보다 결혼 많이 한다' 등 공감을 표하는 댓글이 많았다.

2021년 감사원에서도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의 청년층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서 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두 연구는 지역과 결혼 가능성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어째서 수도권에 사는 청년일수록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일까? 김근태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청년들은 수도권으로밖에 갈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경쟁이 심해지는 거다"라고 말하며 “한마디로 삶이 팍팍한 거다. 일도 많고 직장도 바쁜 데다가 집도 구해야 한다. 자연히 결혼이나 출산이 어려워진다"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주거 안정성과 결혼 및 출산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주거 안전성과 결혼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우리가 아기를 낳을 때 필요한 두 가지가 집과 안정된 소득이다"라며 주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도권 밀집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침 출근 시간 사람들로 붐비는 신도림역 모습 /연합뉴스
수도권 밀집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침 출근 시간 사람들로 붐비는 신도림역 모습 /연합뉴스

수도권 밀집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사회 현상이라는 게 경로 의존성이 있기 때문에 누적될 수밖에 없다"며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계속 현상이 누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사전연구사에 의하면 경로 의존성이란 '하나의 선택이 관성 때문에 쉽게 변화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결국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해야 비혼 및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지방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야 한다.

김 교수는 "민간 기업의 이전 등을 통해 지방에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지방 불균형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현재 구직을 원하는 대부분의 청년이 대졸자인 만큼 여기서 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대졸자들이 원하는 일자리라고 설명하며 농공단지 조성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근태 교수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사실 지방도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정도일 뿐이다. 지방도 절대적인 수치는 높지 않다"라고 말하며 "우리나라 사회는 결혼이나 출산하는 데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청년들은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걱정을 표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지역 불균형 문제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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