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영의 평생부자]
일회성 불규칙한 지출이 만드는 적자 인생
예상외 지출 대비 수입 20% 따로 적립 필요

10여 년 전 일이다. 어느 KS 출신 엘리트가 한국 유수의 대기업에서 부사장으로 퇴직했다. 그날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풍선이 뻥 터지고 꽃 수술이 떨어지면서, '아빠 수고했어요'하는 글귀가 좌악 펼쳐졌다. 그는 내심 내가 뭘 좀 하기는 했구나 하고 안도했다고 한다.
그러고 한두 달 후, 친구들이 골프를 하자고 해 아내에게 돈을 좀 달라고 했다. 아내가 정색을 하면서, '조금 번 돈 당신만 쓰자는 돈 아니다'라며 일언지하에 거부한다. 이에 당황, 비상금 없으면 큰 망신을 당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뒤 얼마 후 그는 다행히 다른 기업에 사장으로 스카우트된다. 그러면서, 억대의 품위유지 비상금을 따로 모으겠다고 다짐하더라는 것이다.
이런 배부른 품위유지 비용 말고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예상치 못한 비용이 상당히 든다. 한 달 수입 얼마에 필수 지출 규모가 얼마인지는 다들 알고 있다. 그래서, 수지를 따져보니 흑자인가. 한발 더 나아가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한 달은 겨우 맞출지 몰라도 일이 년 지나고 보면, 생각보다 지출이 더 많음을 발견할 것이다. 10년 후 20년 후라면 그 갭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왜 그럴까. 불규칙한 일회성 지출 때문이다. 이런 예상외의 지출에 대비하지 못하면 적자 인생의 요인이 된다. 그런 지출이 어떤 것들인지 살펴보자.
차가 갑자기 고장 났는데 수리비가 든다. 타이어·엔진오일 교체, 연식이 있는 차라면 정비에 쉽게 몇백만원이 든다. 차를 새로 교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비용 미리 계상해 두는 사람은 드물다.
또 이사비용이나 집수리비도 있다. 침대나 소파 등 가구 교체, 컴퓨터나 TV도 바꿀 때가 온다. 식구들 병원비나 요새 흔한 반려동물 관련 비용도 꽤 든다. 옷을 새로 사거나 여행비용이 조금 초과해도 예상외의 지출이 발생한다.
이런 불규칙한 예상외의 비용,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일정 기간 지출을 분석해 보고, 저런 예측하지 못한 일회성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를 파악해 두는 것이다. 그런 예상외 지출을 합산해 보니, 평균 일 년에 600만원이 들었다고 하자. 한 달에 평균 50만원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만큼은 별도 계좌를 만들어서 따로 비상금으로 저축해 두어야 한다.
그 외에도 재산세, 해외여행, 다 큰 자녀 결혼 비용도 생각보다 초과 지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지출을 평소에 대비 못 하면 크고 작은 빚을 지게 된다. 평소 씀씀이를 줄이고 이런 불규칙하나 꼭 필요한 지출에 대비해 두어야 큰 곤란을 면한다.
우선 불규칙한 비용 몇 가지만이라도, 카테고리화해서 별도로 돈을 떼 저축해 두자. 돈 관리를 현명하게 하는 방법이다. 갑작스러운 지출에 당황하지 않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와 같은 불규칙한 예상외 지출은 우리가 생각하는 지출 규모의 약 20% 정도라고 한다. 예컨대, 은퇴 후에 5억 정도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실제로는 6억 이상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입의 20% 정도는 이런 지출에 대비, 따로 적립이 필요하다. 월급쟁이들은 해가 갈수록 월급이 조금씩 늘어난다. 이걸 더 받는 만큼 다 쓰지 말고 반쯤이라도 저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래의 지출을 위해 현재의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또 불규칙한 수입도 있다. 보너스다. '웬 떡이냐' 하지 말고, 상당 부분은 미래의 비상시를 위해 저축해 두자. 퇴직 일시금은 또 어떤가. 만약 그 돈이 이삼억이라면, 커 보이는가.
그걸 이삼십 년간 나눠 쓴다면, 별로 많지 않은 돈이다. 그런데, 그걸 배우자가 '힘들게 살았는데' 돈 좀 쓰자고 헐어 쓰면 순식간에 없어진다. 그 이후에는 또, 누가 돈 줄 사람 있는가.
우리 일상도 비슷하다. 예상치 못한 일에 잘 대비하지 못한다. 평소 한 시간쯤 걸리는 장소에서 약속이 있다고 하자. 그 시간에 맞춰 출발하면 늦어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 10여 분 시간을 더 잡아야 겨우 맞춘다. 허둥지둥하며 오는 사람 보면, 보기 좋던가.
1년에 한 번 보는 시험도 똑같다. 시험 한두 달 전까지는 일단 공부를 마무리해야 한다. 남은 한두 달은 여유 있게 정리하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시험 전날까지 마친다 생각하면 요령 부족이다.
돈 관리도 마찬가지다. 예상하지 못한 일회성 지출로 돈은 항상 모자란다. 평생을 두고 보면 저런 지출이 적자 인생을 만든다. 미리 예산의 20% 정도는 더 잡아두어야 겨우 맞춘다. 예상치 못한 저런 불규칙한 지출만이라도 잘 대비한다면 돈 관리 잘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