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영 "채권 투자 땐 이자로 1년 먹고 살아"
이진우 "각종 세금 고려하면 보유가 더 나아"

서울 소재 아파트값이 요동치는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서울 아파트 1채만 가진 사람이 집을 팔지 않는 이유'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최경영 전 KBS 기자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서울 소재 아파트 한 채만을 가진 사람이 지금 아파트를 팔아서 금융 투자를 할 경우 '생활 수준은 유지하면서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논조의 글을 게시했다. 최 전 기자는 '20억원짜리 아파트를 팔고 그 돈으로 (수익률) 5% 채권을 사면 세금을 제외하고도 연 9000만원의 소득이 생긴다'면서 '9000만원은 1년간 호텔에서 지낼 수 있는 돈'이라고 썼다.
최 전 기자에 따르면 고금리가 보합 수준으로 유지되는 한 아파트를 판 돈 20억원은 줄어들지 않는다. 매년 수익률이 높은 채권을 사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파트를 내놓지 않는 것은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탓이라고 최 전 기자는 덧붙였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은 여기서 더 오르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이렇게 비싼 아파트를 계속 보유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행위라고 최 전 기자는 설명했다. 그는 '인구(구조)와 미래를 떠올렸을 때 한국은 피크를 친 것 같다'며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아파트를 팔지 않는 것은 '인생 낭비, 시간 낭비, 돈 낭비'라고 지적했다.
해당 게시글은 20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며 이용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이끌었다. 한 이용자는 댓글로 '전세 계약이 끝나면 월세로 살기로 했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많은 돈을 전세 보증금으로 깔고 앉아있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다른 이용자 역시 '2억이면 서울과 붙어있는 부천의 꽤 괜찮은 빌라를 살 수 있는데 (서울 소재 아파트를 고집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면서 최 전 기자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진우 "집 보유는 세제 때문"
전세 비싸도 월세 저렴 가능성
정작 세입자 90% 전세 선호해
이에 반해 최 전 기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거나 의문을 표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이진우 삼프로TV 공동 대표는 같은 날 최 전 기자의 게시글 캡처본을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하며 '현실은 좀 다르다'고 썼다.
서울 소재 아파트 1채만을 보유한 사람은 집값 상승 기대가 아닌 '세금 제도' 때문에 아파트를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20억원짜리 아파트를 팔아 생긴 현금을 운용하며 사는 것보다 그 아파트를 '깔고 앉아' 사는 편이 낫다.
이 대표는 먼저 최 전 기자가 현행 세법과 동떨어진 세율을 계산식에 적용했음을 지적했다. 20억원어치 채권을 사서 연 1억원의 이자를 받을 때 과세율은 10%보다 훨씬 커져 연간 가용 액수는 9000만원을 한참 밑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의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에 따르면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은 금융소득으로 분류되는데 개인의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을 시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하여 누진세율을 적용받는다. 이 대표는 1억원의 이자소득이 있는 사람은 지방소득세 포함해서 세율 38.5% 적용 대상자가 된다고 썼다.
이럴 경우 세금을 내고 나면 수중에는 6150만원밖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희망적으로 전망했을 때 이야기다. 채권 발 이자 외 다른 소득이 발생하면 세율 40% 이상 구간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6150만원으로는 1년간 머무를 거처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앞서 최 전 기자는 '채권 이자는 호텔에서 1년간 살아도 충분한 돈'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대표는 이에 난색을 드러냈다. '호텔이 주택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서울 아파트를 팔 경우 팔았던 바로 그 집에 월세로 들어가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봤다. 매매가 20억원 아파트에 전세가율 50%, 전월세 전환율 6%를 적용하면 연간 6000만원가량이 월세로 나가는데 이는 수중에 남은 6150만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1년간 150만원으로 생활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다른 소득원을 구한다면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되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최 전 기자의 주장에는 20억원 아파트 매각 시 납부해야 하는 양도세에 관한 고려 역시 빠져있다. 1주택자라도 12억원이 넘어가는 주택을 팔 때는 양도세를 내야 한다. 아파트 한 채를 10년 넘게 보유하면서 계속 그곳에서 살았더라도 세금의 80%만 공제되는데 보유 또는 거주 기간이 이보다 짧을 경우 아파트를 팔아 손에 들어오는 현금은 20억원보다 훨씬 적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 대표는 과세 이연으로 부동산 시장 경직성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출퇴근하는 젊은 층이 서울 소재 아파트를 사 자산을 늘리고 노년층은 집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제도가 이렇고 계산이 이래서 잘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게시글 댓글난에서도 토론은 이어졌다. 댓글 작성자 B씨는 아파트가 거래될 때 세금 제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 대표가 상정한 전월세 전환율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현시점에서 20억원으로 연 4% 정도의 이자를 받는 국채를 살 경우 한 달에 약 450만원(세후)의 이자소득이 발생하는데 이는 20억원짜리 아파트의 월세를 내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20~24억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송파구의 H 아파트 전세가는 9억5000만원에서 11억원 사이인 반면 월세는 300만~4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이런 현상이 다주택자의 전세 임대 선호 때문에 일어난다고 봤다. 월세로 집을 내놓을 때보다 전세로 집을 내놓을 때 절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매물 기준 H 아파트의 전세는 800개 이상인 반면 월세는 500개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지난 8월 부동산 거래 플랫폼 직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임대인 10명 중 6명은 월세를 선호했다.
다만 임차인의 대부분인 87.6%는 전세를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나 일각에서는 임차인의 전세 선호가 월세 상승을 억제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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