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세상을 바꿀 여성 정치인
의료인 출신·워킹맘 신현영 의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민주당 간사
"여성 대상 강력범죄 예방 대책 필요"

"우리 사회가 앞으로는 한 사람을 평가할 때 저출산 국가에서 출산, 양육에 기여한 것을 같이 평가해 여성들이 더 인정받고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상대적인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명지병원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출신이다. 의사로서 전문적 능력을 보이는 것과 워킹맘이 되는 과정에서의 사회적 차별을 견디는 두 가지 짐을 떠안아 고군분투했던 삶이었다.
'슈퍼우먼'이 되기 위한 험난한 과정에서도 의대생과 전공의의 성폭력 문제는 그가 중요하게 본 해결 과제였다. 의료계 성폭력 대응 매뉴얼 개발 및 의료계 성평등 현황 연구를 추진했고 한국여자의사회 국제이사를 지냈다.
그는 명지병원에서 코로나19 역학조사팀장을 맡아 사태 초기 최전선에서 활약해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1번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의료인 출신 면모를 보인 건 지난해 KTX 열차 안에서 가슴 통증으로 쓰러진 승객의 응급처치와 병원 이송을 도울 때였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한 신 의원의 일상은 치열함의 연속이다. 보건계와 여성계 이슈를 선도하는 입법 활동, 기자회견, 토론회로 쉼 없이 3년을 달려와 초선임에도 여성가족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았다. 그가 바라본 한국 사회는 아직 남녀평등까지 갈 길이 멀었다.
신 의원은 22일 여성경제신문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여전히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로서의 역할,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을 병행하다 보면 같은 의원 내에서의 경쟁에서도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녀 모두 똑같은 24시간이 주어지는데 여성은 일정 부분 가정과 아이를 위해서 헌신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모든 평가가 동등한 평가이기 때문에, 내가 아이를 키우든 내가 가정을 꾸리든 아무런 참작이 되지 않고 오히려 역량에 있어서는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여성, 의료인으로서 정치계에 입문하기 전 역경을 극복한 과정은.
"평범한 여성으로서 의사가 됐고, 병원에서 근무했고 대학교수가 됐고 결혼·임신·출산을 경험하면서 대한민국의 한 명의 여성으로서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특히나 보수적인 의료계에서는 여성이 남성과 똑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아직은 그 능력을 동등하게 인정받는 데는 열악한 시스템이다. 여학생들이 의대에 입학할 때는 똑똑하게 좋은 점수로 들어오지만 환자를 보고 성과를 내고 또 논문을 발의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데 있어서 여성은 항상 두 가지 짐을 지고 가게 된다.
동시에 두 가지를 더 잘할 수 있으면 정말 베스트이긴 하지만 둘 중의 하나를 포기해야 되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의료계에서도 상당히 미혼 여성들이 많이 속출하고 있는 것도 전문직에서의 하나의 우리 사회의 열악한 여성 처우 때문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상대적인 박탈감도 많이 늘었고 불이익도 많이 경험했다. 그래서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는 한국여자의사회에서 활동하면서 여의사들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성공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연구도 했었고 또 의료계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성폭력 문제들, 성평등에 대한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인 활동을 해왔다.
그러다가 코로나 시기에 국회에 오게 된 건데 비단 느끼는 여러 가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직에서의 역할과 어떻게 보면 위상이 올라가는 데 있어서의 여성은 상당히 여전히 차별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고,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82년생 김지영> 같은 소설 사례가 있었던 것처럼 그래도 저는 일을 같이할 수 있는 상대적인 나은 상황이긴 했지만 여전히 일을 하면서도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
—최근 여성에 대한 묻지마·흉악 범죄 증가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사실은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모두 다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우리 사회가 안전의 위기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특히나 불안 사회가 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아무래도 우리 사회가 극심한 경쟁 사회, 스트레스 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이런 우리 국민들의 여러 가지 사회적인 갈등 요소들이 이런 범죄로 연결되는 거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특히나 또 안전의 취약자인 여성들은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에서 여러 가지 원인 진단을 명확하게 하는 게 우리 사회에서는 중요하다.
어떤 사회적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서, 또는 어떤 사건 사고로 인해서 '왜 이런 흉악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우선적으로 있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여러 가지 정신 질환이나 아니면 사회적 갈등에 대한 우리 국가적인 치료 방안을 어떻게 모색할 건지에 대한 조금 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부산 돌려차기 사건, 신림동 등산로 살해 사건, 신당역 사건뿐만 아니라 스토킹 범죄 등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불안을 더 악화시키는 요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여성 안전을 위해 국회가 할 일은.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범죄자에 대한 명확한 엄벌주의가 조금 더 강화돼야 할 뿐만 아니라, 왜 그런 일들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노력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치료 시스템의 구축이나 아니면 사회 재활 치료에 대한 부분 등의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 아직은 우리나라가 그런 인프라 원인 진단과 치료에 대한 대안에 대한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이런 부분의 시스템을 더 강화하는 데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여성 범죄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성 의식에 대한 결과일 수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 여성의 상품화나 성적 대상화 이런 부분에서 상업적인 활용이 조금 더 강력하게 규제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선은 피해자 가해자에 대한 그런 사전 진단 예방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엄격하게 분리 보호할 수 있는 조치 그리고 가해자에 대한 여러 가지 원인 규명을 통해서 적절한 치료와 재활 시스템 구축 이런 것들이 국회에서 예산과 제도로서 만들어 가야 하는 부분이다. 이런 것들이 적극적으로 됐을 때 여성들이 우리 사회가 점점 안전해지겠구나 하는 체감을 할 수 있을 거다. 이런 해야 할 일들이 상당히 많은데 그런 목소리들이 사실은 남녀 젠더 갈등으로 인해서 조금은 위축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아쉬운 마음도 있다. 국회에서도 여가위를 통해서 이런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논의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새만금 잼버리 행사를 주관한 여성가족부가 무능을 보여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잼버리 참사는 참으로 우리 국민적으로 속상함을 느꼈던 세계 대회였기 때문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는데 원인 규명은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여가부의 무능만으로 초래된 건지는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할 필요는 있고, 여가부가 왜 그러면 이런 기능적 역할을 제대로 못 했는지 한번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부처의 기능 강화와 윤석열 정부에서 폐지하러 온 장관의 역할과는 명확하게 맞지 않는 또 딜레마가 생기는 거다. 여가부 부처에 있는 직원들도 일을 열심히 해야 하나, 아니면 오히려 일을 최소화해야 하나 이런 갈등에 놓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이런 중차대한 잼버리에 대한 운영에서도 상당히 역량이 발휘될 수 없는 환경적 요소가 분명히 기반에 깔려 있었을 거다."
—이 시점에 정부여당에서 주장하는 여가부 폐지론이 재조명받는데.
"여가부의 기능을 한번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데 여러 가지 젠더 이슈를 다루는 역할도 하지만 가족적 기능을 확대하는 부분, 그리고 청년이나 청소년 지원에 대한 역할까지 지금 하는 만큼 우리나라 저출생 사회에서 가족과 청년의 기능을 더 확대하기 위한 여러 가지 국가의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들이 오히려 여가부가 이렇게 위축되고 무능해지면서 오히려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비판들이 상당히 있다. 윤석열 정부가 만약에 여가부 폐지론을 들고나오고 이것을 국민들한테 설득력 있게 구현하려면 여가부가 폐지됐을 때 이 기능들이 더 잘할 수 있다는 국민적 신뢰가 얻어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지금 정부에서 하는 모습들이 공무원도 축소하고, 예산도 축소하고, 기존에 있었던 기능들도 다 축소하고 있다. 그러면서 여가부마저 폐지한다면 여성과 가족과 청년에 대한 기능도 더 축소되는 거 아니냐는 부분에 있어서 설득력 있게 설명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폐지한다는데 계속해서 양성평등 지수가 악화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상이 너무 안타깝다. 실제로 아직 우리나라는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를 보면 양성평등 지수가 146개국 중에서 105위를 차지하고 있어 특단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서의 글로벌 리더의 위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젠더 지수에 대해서는 너무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데이터라고 보고, 그런 면에서 코로나 시기에 우리가 더 악화된 여성의 활동, 여성 경제활동, 그리고 경단녀 문제 이런 부분들이 더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이런 기능들을 강화하기 위한 어떤 노력이 있는지 정부와 국가가 책임지고 답변할 필요가 있다."
—여성가족위원회 야당 간사로서 주요 의정활동 방향은.
"첫 번째로는 무너져 가는 여가위를 재건해 정상화하는 거다. 여가부의 기능이 약화하면서 여가위의 기능도 상당히 약화하고 겸임 상임위다 보니까 아무래도 모든 의원님들의 의정활동 우선순위에서는 후순위다. 그러다 보니까 회의가 잘 안 열리게 되고, 열리더라도 갈등과 싸움만 남고 서로한테 상처만 남기 때문에 필요한 법안이나 정책적인 질의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이 지금의 여가위의 현주소고 부끄러운 국회의 모습이고 우리 국민들이 정치를 혐오하게 되는 이유다.
특히 여가위에서 하는 중요한 기능들인 위기 임신 지원,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보호, 그리고 우리 근로 청소년들에 대한 인권 문제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제도적·예산상으로 필요한 부분에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거에 있어서 여야가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여가위 일을 오히려 더 주력하고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남은 21대 국회 기간에 여가위 간사로서 해야 하는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잼버리 참사부터 해서 새로운 장관 임명까지 여가위가 아주 중요한 상임위가 됐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역할들을 국민을 대신해서 충실히 하는 것, 그것이 간사로서 제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그래서 여가부가 존재하는 한 여권 신장 그리고 양성평등에 대한 새로운 개념에 대한 정립 그리고 우리 청소년과 가족 기능의 강화 이런 것들이 더 확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의료인 시절 코로나19 환자 완치 과정을 논문으로 정리해 주목받았다.
"그때 코로나 논문은 혼자 쓴 건 아니고 당연히 우리 병원에서 그 환자를 직접 보는 교수님들과 병원의 여러 연구자 공동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예전에 의사협회 대변인 할 때 메르스가 터졌는데 병원에서 이런 감염병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때는 모르는 신종 감염병이었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걸린 환자들에 대한 치료에 집중하다 보니까 이런 부분에 대한 기록이 연구적으로 남지 않는 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감염병의 심각성을 중요하게 본 계기는.
"코로나는 중국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감염병은 세계적으로 퍼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고, 빠르게 우리나라가 이런 페이퍼를 낸다면 상당히 대응하는 데 학문적으로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환자의 여러 가지 지표들을 분석하면서 논문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 이거는 '케이스로 꼭 남겨야 하겠다'라는, 그래서 다음번 다른 나라에서 꼭 참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사실은 그때 코로나 진단과 치료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도 이걸 어떻게 명확하게 하루하루 이 환자를 치료해야 될까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상당히 찾아보게 되고 코로나에 대한 논문들을 많이 찾아보게 되면서, 우리도 기존에 없었던 리포트를 새로 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기록에 남기는 건 인류학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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