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영의 부국강병]
이념 아닌 지정학이 우리나라 미래 결정
주변 강국이 우리를 보는 시각 인식하고
대외 문제에 대한 국론 통일 최우선 필요
우리는 중견 강국···당당하게 목소리 내야
작년에 퇴임한 전직 대통령이『지정학의 힘(김동기 저)』이란 책을 현 정부 인사들이 읽어보도록 권유했다. 어떤 의도인지는 모르나, 현 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은 그가 있을 때와 방향이 180도 다르다. 그의 국제 관계에 대한 스탠스가 올바른 방향이었는지, 남북만의 좁은 시각에 갇혀 국제문제를 바라본 것은 아닌지 반론이 많다.
우리나라와 같이 강대국 사이에 낀 나라는 지정학이 국제적인 역학관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좀 더 객관적으로 강국들이 한반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일반 국민도 이 문제에 어느 정도 상식은 가져야 한다.
저자는 국제문제에 관심이 많은 한국 출신 미국 변호사이다. 그는 지정학의 세계는 시파워(Sea Power: 미국 영국 일본)와 랜드파워(Land Power: 중국 러시아)로 나뉘어 오랫동안 대립하고 약소국을 지배하려 했다고 분석한다.

한반도는 그런 지정학적인 구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념이 아닌 지정학'이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주변 4강은 한반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미국은 한국을 중러 랜드파워를 견제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거점으로 본다. 브레진스키는 우크라이나, 터키, 아제르바이잔과 이란도 중요한 지정학적 거점으로 보았다.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 때문에 자기 영향력 하에 두고 싶어 한다.
중국은 북한을 완충지대로 보고 있다. 한반도의 통일이나 분쟁, 어느 것도 바라지 않고 지금 이 상태(status quo)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혹시 한반도 분쟁을 발단으로 중원에 불이 붙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반도가 중국 대륙에서 뻗어 나온 '일본 심장을 겨누는 단도'로 본다. 한반도 분단으로 휴전선이 중러 세력의 남하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안도한다. 통일로 힘센 한반도가 되기보다 분단으로 계속 북방 세력의 방파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러시아는 북한과의 국경이 고작 19km에 불과하다. 한반도 통일을 안보상 큰 위협으로는 보지 않고 에너지 수출 등으로 경제적 이득을 생각한다. 그래서, 미중일에 비하면 한반도 긴장 완화에 거부감이 덜하다.
지금 미중 간의 패권전쟁이 첨예하다. 단순한 안보를 넘어 경제 동맹으로까지 확대되어 반도체를 비롯한 교역 문제로 번졌다. 한국은 그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당하는 처지다.
최근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제관계를 두고, 방향이 완전히 뒤바뀌어서 진영 간 대립과 반목이 심하다. 한반도 전체를 놓고 보면 북은 이미 공산정권이고 남쪽마저 반반으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다면 그 미래는 암울하다.
대외 문제에 대한 통일된 입장이 없다는 것은, 강대국 간에 힘의 균형이 유지될 때는 그냥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그 균형이 무너지면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그 예가 청일, 러일 전쟁이다. 그들끼리의 전쟁인데 한반도가 쑥대밭이 되고 피해자 대부분도 한민족이라는 사실, 기가 막히지 않은가.
따라서 한국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독자적인 스탠스로 전략적인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바탕 하에서 주변 강국들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 그 방향은 4강 모두에게 경제 무역 면에서 적극 협력할 사항은 협력하되, 군사 안보적인 면에서는 한국을 끌어들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독일은 20년 넘게 브란트의 동방 정책을 일관되게 밀어붙여 동서독이 상호 교류하고 민족 화해를 추진하였다. 그런 치밀한 준비를 한 후에 1990년대 초, 구소련 해체 시에 미소영불을 설득, 전격적으로 독자적인 통일을 해냈다.
지금 한국은 독자적인 통일의 의지마저도 희미해져 가고 있다. 통일의 엄청난 이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단기적으로는 비용과 혼란이란 대가를 지불해야겠지만. 그러나 지금 남북은 모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렇게 되면 먼 후일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민족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또 대만 문제로 요새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만약 이곳에서 미중이 무력 충돌을 하면 한반도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미국이 개입하게 되면 어떤 형태로든 주한미군이나 미군 기지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이때를 틈타 북한이 긴장을 조성, 국지전이 벌어지면 한반도마저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대만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지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대외 문제에 대한 국론 통일이 필요하다. 이제는 한국도 중견 강국이다. 국제 문제에서 당당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나라들도 과거와 달리 맘대로 할 수 있는 한국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언제까지 강국 간의 분쟁에 우리가 종속변수가 되어 휘둘릴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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