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물가 3.7% 14개월 만에 3%대 둔화
석유류 지속 하락 식료품 공공요금 둔화
개인 서비스 20년래 최고 근원물가 높아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왔지만 한국 물가는 여전히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공공요금 인상, 국제유가 상승, 무역수지 적자에 따른 환율 상승 등 물가 상승 요인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 올랐다. 전월(4.2%)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둔화한 것은 작년 2월(3.7%) 이후 처음이다.
물가 상승세는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을 받은 작년 10월(5.7%)과 올해 1월(5.2%)을 제외하면 작년 7월(6.3%)을 정점으로 둔화하고 있다. 석 달 새 1.5%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물가상승률 둔화는 석유류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에서 기인한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6.4% 내리며 석 달째 하락했다. 2020년 5월(-18.7%) 이후 3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식료품 가격도 전반적으로 내렸다. 가공식품은 7.9% 올라 전월(9.1%)보다는 둔화했고 농‧축‧수산물도 1.0% 올라 전월(3.0%)보다 상승률이 둔화했다. 그러나 농산물은 1.1% 올랐고 특히 채소류가 7.1% 올랐다. 축산물은 1.1% 하락해 석 달째 하락하고 있다. 수산물은 6.1% 올랐다.
공공요금 인상이 미뤄진 것도 이번 물가 하락에 주효했다. 전기·가스·수도는 23.7% 올라 전월(28.4%)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다.
외식 값 개인서비스 근원물가 ‘스티키’
전기, 석유 등 물가 상승 요인 산적해
작년 한 해 물가 상승 요인이었던 유가와 식료품 가격의 상승세가 떨어지는 추세지만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품목이 물가를 떠받치고 있다. 물가가 떨어지지 않는 끈적끈적한(Sticky)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변동성이 큰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가 4.6% 올라 전월(4.8%)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체 소비자물가(3.7%)보다 더 높은 근원물가상승률(4.6%)은 3월에 이어 4월에도 이어졌다. 이는 '스티키'한 물가를 지속시킨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는 3.7% 올랐다. 유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 폭은 둔화하고 있지만 가격이 오른 품목이 늘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달 3월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 458개 중 전년 동월 대비 가격이 오른 품목 수는 395개로 전체 86.2%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 7월 상승 품목 개수(383개, 전체 83.6%)에 비해 6개월 만에 약 3%가 오른 수치다. (관련 기사 : 전염병처럼 번지는 물가 상승‧‧‧딸기잼‧헤어드라이어도 올랐다)
눈에 띄는 것은 전월(5.8%)보다 6.1% 오른 개인 서비스 가격이다. 특히 외식이 7.6% 올라 전월(7.4%)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외식 외 개인 서비스가 5.0% 올라 2003년 11월(5.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내외적인 인플레이션 이슈도 아직 남아있다. 중동 지역의 5월 원유 감산 계획은 인플레이션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지난달 2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끄는 OPEC+는 오는 5월부터 연말까지 하루 116만 배럴의 원유 감산을 단행키로 했다.
물가 상승의 방아쇠가 될 공공요금 인상과 수입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고환율 상황도 피할 수 없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4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오후 3시 28분 기준 1341.20원을 기록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총지수 측면에서 보면 확실히 하락 폭이 커져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추세"라며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기나 국제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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