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파급 기간 美 1년比 韓 2년”
시차 두고 전기, 도시가스 요금에 반영
작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 최근까지

바이든, 빈살만, 푸틴 등 글로벌 산유국 최고 권력자들의 싸움에 한국 물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근원인플레이션 파급효과가 미국보다 한국이 2배가량 더 길게 지속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가 작년에 비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은 현재진행 중이다.
25일 여성경제신문이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 팀이 공개한 ‘우리나라와 미국의 근원인플레이션 압력 평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제유가 상승이 미국보다 한국 물가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는 한국의 수입 물가, 소비자물가, 그리고 근원물가(변동성이 큰 농산물‧석유류 제외한 물가)에까지 큰 영향을 줬다.
우선 수입 물가는 국제유가 추이와 직결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수입 물가는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수입 물가가 미국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올랐다. (2021년~2022년 기준)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누적 수입 물가 상승률(달러 기준)은 작년 초 36.6%까지 상승했다. 올해 3월까지는 18.8%다. 미국(12.4%)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환율까지 반영된 원화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수입 물가상승률은 41.7%(올해 3월 누적 기준)로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훨씬 크게 나타난다.

실제 작년 한 해 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6월 1300원대를 넘어 9월 1440원 선을 돌파,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4개월 연속 무역적자로 환율 상승세는 지속하고 있으며 이날도 1332.2원에 마감했다.
국내 수입 물가 상승은 에너지 원자재가격 상승 요인이 절대적이다. 한국의 경우 작년 수입 물가 상승분(월평균 26.5%) 중 19.0%포인트가 에너지 원자재가격 상승에 기인한 반면 미국은 7.8%포인트에 머물렀다. 에너지 원자재가격에 따른 비용 인상 압력이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유가 상승 시차 두고 소비자물가 견인
근원물가 뒤늦게, 더 오랜 시간 영향
국제유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견인했다. 미국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비교하면 일시적으로는 한국의 상승 폭이 작다. 이는 소비자가격으로 전가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에너지 가격의 소비자가격 전가가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에너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누적된 원가 상승 부담이 뒤늦게 전기·도시가스 요금에 반영되고 있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시차를 둔 파급효과는 근원물가에도 더디게 영향을 줬고 더 오랜 시간 지속시켰다. 물가동향 팀이 2010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 상승률 10%포인트 변화와 근원 상품 및 근원 서비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해 본 결과 한국이 미국에 비해 지속성이 높았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 근원 상품과 근원 서비스 물가에 대한 유가 충격의 영향이 1년 정도 지속된 반면, 한국에서는 유가 충격 직후의 영향은 미국에 비해 다소 작았지만 근원 상품가격 및 근원 서비스 물가 상승효과가 2년 가까이 지속됐다”며 “이는 미국의 경우 비용상승 부담이 소비자가격에 빠르게 전가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더디게 반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작년 국제유가 상승 폭 현재 물가 영향
유가 상승 이슈 산재 “한 치 앞도 몰라”
이는 지난해 국제유가의 큰 폭 상승 등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최근까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해 국제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2022년 2월 24일) 이후 3월 8일 배럴당 123.7달러(WTI 선물가격 기준)까지 치솟았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이차 파급영향이 근원물가의 둔화 흐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에너지 원자재가격이 안정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차 파급영향에 따른 근원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근 소비 부진이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가 등 비용상승압력이 다시 커질 경우 근원인플레이션에 대한 이차 파급영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가 상승 이슈는 곳곳에서 들끓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국제유가는 작년만큼의 상승세를 보이지는 않지만 지난 3월 배럴당 60달러대까지 하락했던 때에 비해서는 반등했다. 이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끄는 OPEC+(플러스)가 원유 감산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오는 5월부터 연말까지 OPEC+는 하루 116만 배럴의 원유 감산을 단행하게 됐다. 기습 발표(2일) 직후인 4월 3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하루 만에 6.02달러(8%) 급등해 80달러 선을 넘어섰다.
이후 소강 흐름을 보이던 원유가격(20일 기준 WTI 선물 종가 77.37달러)은 중국의 경기 회복 이슈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 기대로 상승했다. 중국의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24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WTI는 배럴당 78.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0.89달러(1.1%) 상승했다.
그러나 OPEC+ 감산과 중국 수요 증가가 반드시 국제유가 상승을 견인하는 것은 아니다. 임웅지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 과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수급 상황이나 금융 상황을 감안해서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작년 3월에 전쟁이 발발할지 아무도 모르지 않았나. 갑자기 연준이 긴축을 결정할 수도 있다”라며 “과거에 OPEC+ 감산했을 때 유가 영향이 없던 적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 유가의 기저적 흐름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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