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정책硏 세계 경제 전망 보고 간담회
말 안장 위에 올라탄···억눌린 회복 과정
블랙록 등 글로벌리스트 접근법 판박이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세계 경제전망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정부 e브리핑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세계 경제전망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정부 e브리핑

한국경제가 자칫하면 추락할 수 있는 좁은 말 안장 위에 올라탄 형국이란 진단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선 미국 중심 공급망에 편승하는 것이 보험이 될 수 있으며, 글로벌 새 질서(New Global Order)에 부합한 노선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세계 경제전망 간담회에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더딘 복원을 향한 협소한 통로'에 위치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저인플레이션의 시대가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이어지고 있지만 예상치 못했던 여러 가지 충격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또 회복 경로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매우 좁으며 미국 중심으로의 공급망 재편과 함께 더디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 대해선 김 원장은 "(세계 각국이) 경제 안보의 관점에서 보험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다"며 "팬데믹 이후 정부 지출의 증가로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슬기로운 선택이 무엇인지 지혜가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는 수치상으론 2.6% 성장한 후 내년 2024년 3.0% 성장할 전망이다. 김 원장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고강도 금리 인상이 이어진 세계 경제 상황을 '긴축과 파편화 속에 억눌린 회복 과정'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이는 올해를 글로벌 새 질서의 원년으로 선포한 삼극위원회(Trilateral Commission) 주장과도 일치한다. 자유 시장 기반이면서 디플레이션으로 정의되는 30년간의 세계화가 파편화되면서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시대가 열렸다는 것. 삼극위원회는 북미, 유럽, 아시아의 엘리트들이 국제 정세를 논하는 비밀회의로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좌장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소가 이날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는 지난 2월 발간된 블랙록의 '2023년 경제 전망'과도 유사하다. 당시 장 보뱅 투자연구소장은 "인플레이션은 2%까지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고, 이에 물가가 낮아지려면 경제가 위축되지 않을 수 없다"며 연착륙론을 일축한 바 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인 수급상 미스매칭의 결과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경기침체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요 변화가 인플레이션을 좌우하던 과거 40여 년과 달리 이제는 공급 불안정이 세계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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