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률 둔화됐지만 여러 품목 확산
농산물·석유류 제외 근원물가 올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가격이 오른 품목 수는 383개(총 458개)에서 8개월 만에 395개로 늘어났다. /연합뉴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가격이 오른 품목 수는 383개(총 458개)에서 8개월 만에 395개로 늘어났다. /연합뉴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가격이 오른 품목 수는 더 늘었다. 전체 물가 상승 폭이 둔화한 반면 물가 상승세가 여러 품목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근원물가(변동성이 큰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물가) 상승세로 당분간 전체 물가상승세는 더디게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 458개 중 전년 동월 대비 가격이 오른 품목 수는 395개로 86.2%를 차지했다. 반면 작년 7월에는 가격이 오른 품목 수가 383개(83.6%)였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은 2.1%포인트 하락했지만 가격이 오른 품목 수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더구나 2022년 7월(6.3%)은 작년 한 해 최고 물가상승률을 나타낸 달이다. 지난 3월(4.2%)은 1년 만에 물가가 가장 크게 둔화한 달임에도 이 같은 결과를 나타냈다.

유가·곡물 등 공급 측면에서 시작된 물가 상방 압력이 품목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채소류·과실을 제외하고 품목별로 보면 작년 7월에는 등유(80.0%), 식용유(55.6%), 경유(47.0%) 등의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유가와 팜유 가격 상승이라는 공급 측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은 품목들이다.

유가·곡물 등 공급 측면에서 시작된 물가 상방 압력이 품목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자료=통계청,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유가·곡물 등 공급 측면에서 시작된 물가 상방 압력이 품목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자료=통계청,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같은 기준으로 지난달에는 도시가스(36.2%), 드레싱(34.5%), 지역난방비(34.0%)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원가 인상 요인으로 쌓인 품목들이다.

이러한 현상은 공급 측 요인으로 꼽히는 농산물이나 석유류 등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들에서 원가 인상,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달 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한 달 새 0.2% 올라 전월비 기준 2020년 11월 0.5% 상승한 이후 29개월째 오름세를 유지했다. 2년 5개월 동안 매달 물가가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근원물가상승률은 4.8%로 전월(4.8%)과 동일하게 높게 나왔다. 전체 소비자물가(4.2%)보다 근원물가상승률이 더 높은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지난달 근원물가상승률은 4.8%로 전월(4.8%)과 동일하게 높게 나왔다. 전체 소비자물가(4.2%)보다 근원물가상승률이 더 높은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자료=통계청,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지난달 근원물가상승률은 4.8%로 전월(4.8%)과 동일하게 높게 나왔다. 전체 소비자물가(4.2%)보다 근원물가상승률이 더 높은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자료=통계청,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전문가들은 향후 근원물가 상승세가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더디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석유류의 가격 하락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췄지만 가격 경직성이 높은 외식 등의 서비스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계획으로 유가 역시 상승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물가는 상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OPEC+의 국제유가 지지 의지가 확인되고 중국 수요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제유가는 강세 기조를 보일 전망”이라며 “은행 사태가 해소돼 위험회피 심리가 완화될 경우 국제유가의 빠른 반등이 예상된다. 특히 성수기인 6월 이후 우상향 추세가 강화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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