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하루 116만 배럴 감산 기습발표
감산 소식 직후 8% 급등 80달러대 안착
‘100달러 기름’ 전망 하반기 인플레 재림
바이든 뒤통수 친 빈살만 ‘이번이 몇 번째’

러시아를 포함한 중동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오는 5월부터 연말까지 하루 116만 배럴을 감산하겠다고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표면적인 명분은 유가 하락세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사우디아라비아-중국-러시아 연합의 미국에 대한 공격이다.
내년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플레 전쟁에서 더 이상 쓸 카드가 없다. 안으로는 고물가로 성난 민심이 우글대고 밖으로는 원유를 무기로 한 ‘탈미국’ 세력이 벼랑 끝 바이든을 밀어뜨리려 한다.
지난 2일 예고 없는 감산 소식에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3일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81달러를 돌파했다. 전 거래일보다 6.02달러(8%) 급등해 81.69달러를 기록했으며 등락을 반복하다가 80.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선물 가격은 4일 오후 5시 30분 기준 81.0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WTI 가격은 3월 초~중순 글로벌 침체 우려에 17% 급락하며 배럴당 66.74달러까지 떨어졌다.
“표면적으로 볼 때는 SVB 사태 이후 하락하는 유가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지만 정치적 내막도 살펴봐야 한다. 사우디는 이미 미국의 수를 들여다보고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본지에 이번 OPEC+의 감산 조치와 관련해 정치적 내막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 중국과 손잡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또다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곤경에 빠트리며 ‘탈미국’ 행보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로 치솟자 바이든 대통령은 빈살만 왕세자에게 구호 요청을 했다. 그때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퇴짜를 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직접 사우디를 방문해 증산요청을 했지만 오히려 석 달 후 깜짝 감산으로 응답했다. 이때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 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사우디는 전통적으로 미국 민주당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인권 등 사사건건 시비를 걸기 때문이다. 반면 공화당과는 사이가 좋았다. 작년 감산도 민주당 정권 타격 주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었다는 뒷말도 나왔다. 이번 감산도 같은 맥락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많이 곤란해졌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벌써부터 경쟁 구도를 보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원유발(發) 고물가를 두고 또다시 싸워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사우디는 국제유가를 90달러까지 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왔다. 시장은 하반기 100달러 국제유가 시대 재림을 점치고 있다.
과거 바이든 대통령은 전략비축유(SPR) 방출로 치솟는 유가에 대처했다. 작년 한 해 약 2억 배럴을 방출했다. 기름값을 잡아 민심을 잡으려 했다. 이에 따라 미국 SPR 재고는 3억7157만 배럴로 이는 1980년대(1983년 3억7500만 배럴) 수준이다. 2010년 초 재고 최고치(7억3000만 배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과도하게 낮아진 재고량에 지난해 5월 미국 에너지부는 재비축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올해 총 6000만 배럴을 순차적으로 재비축할 것이고 2월 중 300만 배럴을 채우겠다고 했다. 그러나 에너지부는 지난달 24일 비축이 아닌 2600만 배럴 추가 방출 계획을 밝혔다. 이는 OPEC+의 감산 발표 직전에 있던 일이다.
“SPR 재고가 3억 배럴 밑(3월 마지막주 3억7157만 배럴)으로 내려간다는 것 자체가 위험 시그널이다. 현재도 아슬아슬하다. SPR 감소는 그 자체로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안전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SPR 비축도 언제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우디 입장에서는 유가를 올려도 미국에서 대응할 카드가 없다는 것을 읽었을 것이다.”
오 전문위원은 사우디가 과거 미국에 패배한 ‘오일 프라이스 워’(Oil Price War)에서 또다시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오 위원은 “과거 2016년, 2018년에 있었던 1‧2차 오일 프라이스 워에서는 사우디가 패배했다. 원유를 증산해서 유가를 떨어뜨리는 전략으로 미국의 셰일 업을 고사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사우디는 감산을 하더라도 미국의 셰일 에너지 증가 수준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것. 더구나 작년에 SPR을 2억 배럴이나 방출한 입장에서 추가 방출은 쉽지 않다.

오 전문위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막을 적절한 대안이 없을 것으로 봤다. 정치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과거에 6억 배럴이 있을 때는 6000만 배럴이나 1억 배럴 방출해서 시장을 안정화한다고 하면 충분한 SPR 재고가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노선인 3억 배럴에서 간당간당한 상황에서 바이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이다. 쓸 카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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