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물가 4.2% 1년 만에 상승 폭 최소
감산 소식 하루 새 WTI 가격 8% 상승

지난 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 초반대로 1년 만에 가장 낮은 폭으로 둔화했지만 사우디아라비가 주도한 OPEC+의 원유 감산 소식에 하반기 인플레이션 예측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사진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 초반대로 1년 만에 가장 낮은 폭으로 둔화했지만 사우디아라비가 주도한 OPEC+의 원유 감산 소식에 하반기 인플레이션 예측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사진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 초반대로 1년 만에 가장 낮은 폭으로 둔화했지만 사우디아라비가 주도한 OPEC+의 원유 감산 소식에 하반기 인플레이션 예측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지금도 석유, 곡물값을 제외한 가격 변동이 심한 항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 올 2월 상승률(4.8%)보다 0.6%포인트 낮은 것으로 작년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물가 상승세는 작년 4월 4.8%, 5월 5.4%, 6월 6.0%, 7월 6.3%까지 가파르게 치솟은 뒤 점차 둔화하는 양상이다. 작년 10월(5.7%)과 올해 1월(5.2%)에는 공공요금 인상에 상승 폭이 전월보다 확대했으나, 최근 두 달 새 1%포인트 낮아졌다.

상승률이 크게 둔화한 데에는 석유류 가격이 내린 영향이 컸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4.2% 내리며 2월(-1.1%)에 이어 두 달째 하락세가 이어졌다. 2020년 11월(-14.9%)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휘발유(-17.5%)와 경유(-15.0%), 자동차용 LPG(-8.8%)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상승률이 크게 둔화한 데에는 석유류 가격이 내린 영향이 컸다.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2%로 작년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통계청,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상승률이 크게 둔화한 데에는 석유류 가격이 내린 영향이 컸다.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2%로 작년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통계청,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그러나 이 같은 물가 둔화 효과도 얼마 못 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끄는 OPEC+가 원유 감산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는 5월부터 연말까지 OPEC+는 하루 116만 배럴의 원유 감산을 단행하게 됐다. 기습 발표 이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6.02달러(8%) 급등해 80달러 선에 안착했다.

전문가는 올 하반기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더 높게 점쳤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OPEC+의 감산 결정은 글로벌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하반기 중국을 비롯한 원유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이미 감산 전망 이전에도 배럴당 가격은 100달러 인상으로 전망됐다”라며 “공급 측면에서는 지지부진한 미국의 에너지 생산이 우려돼 왔다. 이번 OPEC+ 감산 발표는 세계 원유 수급 불균형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물가동향 발표에서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4.8%로 전월(4.8%)과 동일했다. 전체 소비자물가(4.2%)보다 근원물가상승률이 더 높은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여 만이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4.0% 상승했다.

실제 농축수산물은 3.0% 올라 전월(1.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농산물이 4.7% 올랐는데, 특히 채소류 가격은 원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13.8%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28.4% 올라 전월(28.4%)에 이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이어갔다.

향후 수급 불균형에 따른 원유 가격 상승은 물가 상방 압력으로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여름 엘니뇨 등 이상 기후 현상에 따른 작황 상황에 따른 농산물 가격도 인플레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작년 하반기 이후 소비자 물가 상승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보이며, 작년 상반기에 많이 상승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화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공공요금 인상 요인과 석유류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서비스 부문의 가격 하락 여부 등 여러 불확실한 요인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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