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가능 인구는 줄어드는데···
65세 이상 노인, 전체 인구 20%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90만명↑
대부분 국가 주도 장기요양보험

국민건강보험공단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보험 제도에 대한 대수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고령화 추세에 따라 장기요양보험 적용 인구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장기요양보험 재정 지속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 보건복지통계연보를 여성경제신문이 분석한 결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자는 지난해 약 128만명을 넘어섰다. 장기요양 신청자 중 제도 이용 인정자 비율도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74.4%를 기록했다. 

장기요양보험은 일반 보험처럼 상해나 질병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년층이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도움 혹은 이와 관련된 비용을 국가가 보장하는 제도 또는 보험을 뜻한다. 

하지만 노인 인구가 늘면서 장기요양보험과 관련된 재정 악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1년 국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857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6.6%를 차지한다. 2030년엔 전체 인구 중 25.5%인 1300만명이 노인 인구가 될 것으로 복지부는 전망했다. 

장기요양보험을 수급하면 등급에 따라 집에서 요양 서비스를 받는 '재가급여 이용자'와 시설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는 '시설급여 이용자'로 나뉜다. 비용은 재가 서비스가 본인부담 15%, 시설 서비스는 20%다. 나머지는 국가가 부담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장기요양보험 총 급여비(본인+공단부담금)는 총 11조1146억원으로 직전 해 대비 13.1% 늘었다. 급여이용 신청자를 제외한 수급자도 전년 대비 11.4% 증가한 89만9113명으로 늘었다. 

고령화는 국가에게 부양 부담을 떠맡긴다.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고령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기요양보험 잔고는 해를 거듭할수록 바닥을 보이는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 적립금은 4년 뒤 2026년 고갈되고 2070년엔 약 70조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된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장기요양보험 추계자료에 따르면 2030년 3조8000억원, 2040년 23조2000억원, 2050년 47조6000억원, 2060년 63조4000억원, 2070년 76조7000억원의 장기요양급여 적자가 발생한다. 반면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추계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70년 2569만명으로 2020년 대비 2.5배 이상 늘지만, 15세부터 64세까지인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3737만명에서 2070년 1736만명으로 감소한다.

장기요양보험 추계자료 /이종성 의원실,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장기요양보험 추계자료 /이종성 의원실,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의 장기요양보험 재정 고갈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는 제언한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정부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면서 안이한 관점이나 인식이 장기요양보험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업계에 큰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장기요양위원회나 등급판정위원회 등 관리기구는 현장에서의 실정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통로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시와 세부기준 규정을 빌미로 과도한 통제 일변도의 현장관리에 집착하고 있는 건보공단의 관리행태가 장기요양보험 운영에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요양보험, 민간화한 미국 사례 눈여겨봐야

국내 장기요양보험 재정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장기요양보험 운영 사례를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핵심은 이렇다. 미국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제휴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해 장기요양보험 재정 악화를 대비하고 있다는 것.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미국 장기요양보험 사례 연구'를 통해 민간보험의 비중이 큰 미국의 장기요양보험은 재정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재무 건전성과 상품 수용성의 동시 제고를 해결책으로 지목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 고령층에 대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건강 위험이 낮아지면 보험금 지급을 줄여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제고시키고, 보험 계약자는 보험료 감소로 상품 수용성이 증가하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하지만 국내는 국가주도의 장기요양보험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민간보험사의 요양서비스의 사업 진출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도 장기요양보험 민간화를 위한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사의 요양서비스사업 진출을 통해 헬스케어, 보험, 요양서비스의 결합을 지원할 방침을 밝혔지만 여전히 사업 참여기업은 미지근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고령자의 조세지원제도를 제안했다. 현행 제도는 근로기간의 의료비 지출과 보험료 납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정작 문제가 되는 퇴직 후의 의료비 지출이나 보험료 납부를 지원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은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본지에 "미국의 건강저축계좌처럼 근로기간 동안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 적립한 금액을 퇴직 후 의료비 지출이나 보험료 납부에 사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헬스케어 지원을 통한 선제적 건강 관리나 건강저축계좌의 도입 등을 활용해 국내 장기요양보험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고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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