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만 자격증 보유자 중 근무자 1%
고된 노동, 최저시급에 5년 못 넘겨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한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가 입소자를 돌보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한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가 입소자를 돌보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남편이 은퇴하고 집에만 있으니 답답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 따고 요양원으로 출퇴근하고 있어요. 최저시급 수준 월급이지만, 아무것도 안 하느니 오히려 좋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일을 1~2년 하다 보니 팔도 저리고... 저도 60이 넘었는데 체력적으로 한계가 보이네요.

고령 인구가 늘어날수록 이들에 대한 간병 문제도 함께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에 이들에 대한 급여 문제와 종사자 연령 개선 요구 등 곳곳에서 후유증이 터져 나오고 있다.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약 83만 7000여명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현장 투입돼 활동하고 있는 현역 인원은 단 1만 6500여명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은 자격증만 따고 실제 일은 하지 않고 있다. 

요양보호사의 주 업무는 거동이 불편한 70~80대 초고령층 노인의 생활을 보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령 환자의 경우 장시간 누워있으면 엉덩잇살 등이 썩는 욕창이 생기는데, 요양보호사가 환자의 몸을 직접 들어 자세를 바꾸어주면서 이를 예방하는 등의 업무를 한다. 

식사 시간에 맞춰 식사를 보조하거나 화장실에 볼일을 보는 일도 돕는다. 의료상의 부분과 가사 노동을 제외하곤 대부분 환자의 일상을 옆에서 보조한다. 요양보호사는 재가 서비스를 받는 환자 혹은 노인거주시설 입소 환자를 돕는 일을 한다. 그런데 일이 고되다 보니 최근 현장에선 요양보호사의 이탈이 심각한 상황이다. 

연차별 이탈 비율을 보면 1년에서 2년 차가 42.42%, 2년에서 3년 차가 35.91%, 3년에서 4년 차가 10.87%로 나타났다. 5년 차 이상을 넘기기 전 대부분 일을 그만둔다는 것이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요양거주시설 현장에선 통산 5년 이상 근무해야 다양한 요양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고숙련자로 구분된다"면서 "고숙련자가 많아야 수급자에게 돌아가는 서비스의 질 또한 제고된다. 하지만 이 시기를 넘기지 못해 매번 신입을 뽑고 재교육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짧은 기간 근무하고 현장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의 강도에 비해 현저히 적은 급여 수준 때문이다. 요양거주시설 등 요양 관련 기관에선 고령층 치매 환자가 대부분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 입소자 중 치매환자 비율은 2021년 기준 전체의 61.2%에 달한다. 

특히 이중에선 중증 혹은 최중증 치매 환자를 돌봐야 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들은 위험 행동 요인이 많기 때문에 보호사 입장에서도 곤란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노인거주시설인 '예가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요양보호사 A씨(68)는 본지에 "치매 행동 증상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식사를 거부하거나 하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치매 환자가 많다"며 "특히 남성 환자가 이러한 행동 증상을 보일 경우엔 나이 60이 넘은 요양보호사 둘이 붙어서 관리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요양보호사는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온몸에 관절염이 생기고 멍이 들었다. 내 나이도 65세 이상 고령층인데, 70대 노인을 노인이 돌보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처음엔 용돈벌이로 시작했는데, 체력적으로 힘이 많이 드는 일이라 이번 달까지만 일하고 관둘 생각"이라고 했다.

요양보호사의 경우 사회복지사나 생활지도사 등 타 복지 계열 직종과 달리 급여 가이드라인이 없다. 타 직종의 경우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급여 가이드라인에 따라 1년 차는 1호봉, 2년 차는 2호봉 등 정해진 급여를 시설이 준수해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는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최저시급을 받고 있다. 

시설 입장에서도 요양보호사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인력 지원이 되지 않으니, 이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급여에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인력운용비 기준을 제시했지만, 인력운용비와 실제 종사자가 지급받는 인건비의 차이가 크게 나는 것에 대해선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부터 입수한 보건복지부 요양보호사 급여 제안. 제안에 대한 내용만 있을 뿐, 모든 인건비는 시설과 요양보호사 간 계약서에 기반해야 하는 실정이다. 사실상 정부에서도 요양보호사에 대한 급여 문제에선 한 발 물러난 셈.  /여성경제신문
여성경제신문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부터 입수한 보건복지부 요양보호사 급여 제안. 제안에 대한 내용만 있을 뿐, 모든 인건비는 시설과 요양보호사 간 계약서에 기반해야 하는 실정이다. 사실상 정부에서도 요양보호사에 대한 급여 문제에선 한 발 물러난 셈. /여성경제신문

이런 이유로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20대 젊은 인력도 요양보호사로 취업하는 일은 0%에 가까운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의 '2019 장기요양 실태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은 58.7세로 60대는 40.4%, 50대 39.4% 등 50·60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성별 요양보호사 또한 94.7%가 여성인 상황이다. 결국 65세 이상 고령층이 '용돈벌이' 수단으로 요양보호사로 취직을 해 5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인력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요양업계 한 관계자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되면 노인을 케어해야 하는 보호사도 현 인력의 최소 4배 이상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이대로 간다면 노인이 노인을 돌보다 결국 자신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되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하루빨리 외국인 인력 수급이나 인건비 개선 등 조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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