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파산율 지난해 27.9%
전체 암 사망자 40%, '60대'
부모님 돌봄에 자녀들까지
일명 암울한 세대로 추락해

베이비붐 세대로 일컫는 일명 '58년 개띠' 세대들의 당시 국민학교 시절인 1960년대 말의 초등학교 교실. 빼곡히 앉은 아이들이 약 50명은 훨씬 넘어 보인다. /연합뉴스
베이비붐 세대로 일컫는 일명 '58년 개띠' 세대들의 당시 국민학교 시절인 1960년대 말의 초등학교 교실. 빼곡히 앉은 아이들이 약 50명은 훨씬 넘어 보인다. /연합뉴스

"위로는 부모님, 아래는 자식들까지··· 내 인생 못 살았어요"

'99만명'. 한국전쟁 이후 최다 출산율을 기록한 1958년에 태어난 일명 '58년 개띠'는 베이비붐 세대를 상징한다. 이들은 한국 역사상 최고 호경기를 산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2022년 65세에 접어든 이들은 파산·암 사망률 최고치를 기록한 연령대에 속하는 비극을 맞게 됐다. 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올해 국내 파산율과 암 사망률은 전 연령층 가운데 60대가 가장 높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2년 상반기, 60대 파산신청이 크게 늘었다. 해당 연령층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지난해 27.9%를 기록하면서 전 연령층 중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3.1%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29.4%를 기록하면서 그 비중은 더 커졌다. 

개인파산은 대출을 받은 사람이 채무를 갚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법원을 통해 파산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법원에서 승인되면 채무자의 총재산에 한해서만 빚을 갚도록 한다. 

2022년 상반기, 60대 파산 신청 연령대별 비중(단위 :%). /법원행정처,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2022년 상반기, 60대 파산 신청 연령대별 비중(단위 :%). /법원행정처,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60대 연령층은 제2금융권을 이용해 대출받은 건수도 두드러지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24.8%로 전년 대비 4.4%포인트 증가했다. 윤 의원은 "고령층의 소득이 제한적이다 보니 은행권 대출을 비은행권에서 빚을 내 다시 막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한 요양병원에 머물고 있는 67세 A씨는 본지에 "위로는 부모님 모시고 아래로는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돈을 모을 수가 없었다"라며 "은퇴 후 경비원 일을 하다 폐암에 걸려 요양병원에서 머물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 지출이 늘었다. 아내도 최근 수술을 해서 생활비를 다 날린 상황. 식비와 주거비 등 은퇴 후 지출해야 할 비용은 산더미처럼 불어나더라"라고 말했다.

나이 들어 의료비 지출 늘고 생활비는 줄고

60대는 고령층인 만큼 의료비 지출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국내 국민 1인당 생애 총의료비는 약 1억4560만원이다. 특히 이 중 55%는 65세 이후에 지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 업계에선 병에 걸려 누워있는 기간, 일명 '유병 기간'을 10년으로 봤다. 시니어 헬스케어 플랫폼 '케어닥' 자료를 보면 평균 중산층 가정의 60대 유병 기간 5년 동안 약 6000만원이 지출된다. 수도권 요양병원을 이용할 경우 5년간 1억 8000만원이 평균적으로 쓰인다. 

국내 연령대별 암 사망률 1위도 60대 연령층이다. 통계청 사회통계국은 지난해 기준 국내 사망자 수가 31만 7680명이라고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 중 26.0%인 8만 2688이 암으로 사망했다. 

특히 전체 암 사망자 중 60대가 41.4%로 전 연령층 암 사망자 중 가장 높았다. 40대가 27.7%, 50대 35.4%, 70대 34.7%, 80세는 17.1%로 조사됐다. 

2021년 국내 연령대별 암 사망자 추이(단위 :명) / 통계청,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2021년 국내 연령대별 암 사망자 추이(단위 :명) / 통계청,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우울증 환자도 '60대' 최고치

이성희 케어기버 마음살림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60대 연령층의 경우 80~90대 초고령층 부모님이 살아계신 경우가 많다"며 "그들의 부모가 병에 걸리면 직접 간병해야 하는 세대다. 거기에 자녀들의 경우 한창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세대라서 자녀와 부모 모두 케어를 할 수밖에 없는 연령층이다. 때문에 본인도 모르게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삶을 더 힘들게 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지난 5년간 60대 연령층 우울증 환자 수는 전 연령층 대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2017년엔 60대 우울증 환자 수가 12만 9330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엔 14만 8030명을 기록하면서 20대 연령층에 이어 두 번째로 우울증 환자가 많았다. 

전문가는 이들 세대를 위한 정책 부재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고금리·고물가 부담에 낮은 연금 수준, 자녀로부터 받는 지원금 감소, 의료비 지출 부담 등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일명 암울한 세대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0∼2021년 기준,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266만 8000명이 증가했다고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전체 취업자 수 증가 규모(324만명)의 82%를 60대 이상 고령층이 차지했다. 조강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실 과장은 "저소득 고령층이 두꺼운 상황"이라며 "퇴직 후 재고용 정책, 사회복지 지출 증대, 기초연금 수준 확대 등 정부의 세심한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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