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돌봄 문화, 다만 가족 부담 우려
가족·시설 및 돌봄 서비스 양립 정책 필요

# 내 몸이 상하는 건 괜찮아요. 아픈 사람이 불쌍하잖아요. 내 핏줄인데 힘들어도 끝까지 돌봐야죠.
질병과 싸우는 고령 환자를 가족이 직접 돌보는 사례가 줄지 않고 있다. 환자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해 국가는 장기요양서비스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가족 구성원의 돌봄 의존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도입한 2008년부터 2020년까지 가족 구성원이 직접 환자를 돌보는 비율이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2008년 87.8%, 2014년 91.9%, 2020년 87.4%의 환자가 가족 구성원에게 돌봄을 받고 있다.
반면 요양원 등 노인 시설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는 2014년 15.4%, 2020년엔 19.1%로 소폭 증가했다. 주간보호센터 등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도 같은 기간 6.4%에서 10.7%로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추세다.
가족 구성원은 돌봄과 관련, 전문 인력이 아니다. 따라서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받는 심리적 고통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올해 8월 31일 보도한 '[치매 돌봄의 늪] ①하루 10시간 간병에 매달려···내 삶은 어디에?'를 보면 국내 치매 환자를 기준으로 가족 중 64%는 하루에 평균 10시간 이상 간병에 집중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3%는 평균 간병 시간이 5~7시간, 34%는 7~10시간이다.
또한 국내 치매 환자 가족 36%가 환자를 혼자 돌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 간병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도 적지 않다. 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치매 환자 가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51%의 환자 가족이 '치매 환자를 돌보느라 직장을 그만뒀다'고 답했다.
정부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등 가족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족 구성원의 돌봄 의존도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전문 인력 및 시설 돌봄과 가족 돌봄이 양립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는 제언한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의 전통적인 돌봄 문화 특성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족 돌봄을 지양할 수 없지만,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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