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파티 즐기러 약 10만명 모인 듯

30일 오전 12시경, 순천향대병원 앞에 '이태원 압사 사고' 피해자 이송을 위한 앰뷸런스가 서 있다. /김현우 기자
30일 오전 12시경, 순천향대병원 앞에 '이태원 압사 사고' 피해자 이송을 위한 앰뷸런스가 서 있다. /김현우 기자

"추억 만들러 나왔다 악몽이 됐어요." 10만여 명이 모인 것으로 추정되는 이태원 핼러윈 파티 현장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29일 밤 10시 20분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자정을 넘긴 30일 오후 9시 기준 총사상자는 154명, 부상자는 286명이다.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뒤편에 있는 거리에서 사고가 발생했는데 현재 사고 현장에는 서울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한양대병원재해의료지원팀도 지원을 나와 부상자를 구조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의 핫스팟'이 이날 사고 직후 현장을 찾았다. 먼저 사고 현장에 있었던 시민 A씨(22)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해밀턴 호텔 뒤쪽 중심가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사고 직전,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니 약 10m를 이동하는 데도 수 분이 걸릴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30일 밤 12시 경 소방 구조 대원이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김현우 기자
30일 밤 12시 경 소방 구조 대원이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김현우 기자

이어 "어느 순간 뒤에서부터 떠밀려가듯 발걸음이 빨라졌고 이내 앞줄에 있는 사람들이 뒤엉켜 넘어졌다. 다행히 우리 일행은 옆에 가게에서 설치해 둔 펜스 쪽으로 넘어져서 사고를 피할 수 있었지만, 인파 중심부에 있었던 사람들이 피해를 본 듯 하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태원에서 차로 7분 거리에 있는 순천향대병원은 부상자를 옮기는 엠뷸런스로 가득 찼다. 일부 피해자 가족도 연락을 받고 병원에 도착하고 있는 상황. 인근 거리는 이태원과 병원을 오가는 앰뷸런스 통행을 위해 통제됐다. 

이태원역 인근은 아수라장이었다. 자동차가 다니는 중심도로는 완전히 통제됐고, 소방차 100여 대와 소방·경찰 인력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었다. 

중심 도로엔 부상자 50여 명이 병원 이송을 대기하고 있었다. 이태원역 4번 출구 인근엔 경미한 부상을 입은 피해자를 치료하기 위한 임시 진료소가 설치됐다. 진료를 기다리는 인원만 80여 명에 달했다. 

30일 오전 12시경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 부상을 당한 일부 시민들이 치료를 위해 임시 진료소 앞에 대기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30일 오전 12시경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 부상을 당한 일부 시민들이 치료를 위해 임시 진료소 앞에 대기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현장은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구조를 지휘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현장에 도착해 사고 수습 상황을 지켜봤다. 

이날 사고는 이태원을 찾은 인파 대비 비좁은 거리가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 관계자는 "이태원을 찾는 시민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일명 술집 거리는 해밀턴 호텔 뒤편"이라면서 "홍대 입구나 건대 입구, 강남 등과 달리 이태원 메인 술집 거리는 거리의 폭이 좁다. 따라서 이 공간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넘어서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태원은 매년 10월 말이면 핼러윈 파티를 즐기기 위해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다. 본지가 지난해 보도한 '[김현우의 현장] 핼러윈데이에 펍 "경찰 지나간다, 잠시 음악 줄이자"···경찰 "이 정도면 훌륭한 방역 아니냐"' 취재 당시에도 이태원은 아수라장이었다. 당시엔 코로나19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은 시기이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이태원을 관할하는 용산구청이 사고 관리를 소홀이 했다고 지적했다. 시민 B씨(24)는 "사람이 많이 몰릴 것을 알면서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최소한 인원 통제 등 안전 사고를 사전에 대비해야 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30일 오전 12시경, 이태원역 인근에 소방 인력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김현우 기자
30일 오전 12시경, 이태원역 인근에 소방 인력이 대기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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