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핼러윈데이 150여명 압사
생존자 “뒤쪽에서 5명 무리, 밀어! 외쳐”
전문가 “행위 입증할 동영상 확보 우선”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흰색 토끼 머리띠’로 지칭되는 20대 남성 무리가 고의로 밀었다는 생존자 증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사람들을 밀친 행위가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하게 했는지에 대한 인과관계가 증명되는 동영상 확보가 우선”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일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만약 그 사람들이 밀어서 앞에 사람들이 넘어지고, 넘어진 사람들로 인해 그다음 사람들이 넘어지고 도미노같이 인과적으로 앞에 있는 사람들까지 넘어지게 했다고 한다면 일단 과실의 결과는 성립된다”며 “그러나 행위 확인이 안 되면 애당초 어떤 분석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밀친 행위→사망’으로 이어진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동영상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 동영상 확인 후에야 다음 분석으로 넘어갈 수 있다.

승 연구위원은 “인과관계 증명이 됐다면, 피의자 심문 조사를 통해 고의성이 있었는지 과실이었는지 따져야 한다”며 “단순히 한 번 민 게 아니라 계획적으로 그리고 지속해서 밀었다면 그 행위에 대한 살인 고의성이 성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러 번이 아닌 한 차례 정도 밀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사고에 대한 예견이 가능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승 연구위원은 “피의자로 하여금 밀친 행위로 사람이 사망이나 다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 가능했는지 따져야 한다”며 “이를 알아보기 위해 밀었던 위치, 힘의 방향, 힘의 세기 등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면 과실죄가 성립되고 예견하지 못하고 밀었다면 처벌 가능성은 없다.
이런 분석이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영상 확보가 필요하다. 승 연구위원은 단편적인 CCTV만으론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과거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밥솥 테러 사건 때 모든 CCTV 영상과 참여한 사람들의 SNS, 소지한 영상 등 모든 자료를 수집해서 입체적인 공간, 3차원 홀로그램을 만들었다”며 “360도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증거자료를 만들었고 결국 범인을 잡았다”고 말했다.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는 2013년 4월 15일 2시 50분경 발생한 폭탄 테러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3명이 사망, 183명이 부상을 입었다. 9.11 이래 미국 영토 내에서 일어난 최악의 테러 사건으로 기록된다.
승 연구위원은 “154명의 유명을 달리하게 한 사건이기 때문에 한 사람에 대한 악마화는 경계해야 한다”며 “그러나 어떤 행위에 의해 결과가 발생했다면 그 책임을 묻기 위한 엄중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디지털 증거 긴급 분석 대상’으로 지정했다. 대기 시간 없이 관련 영상에 대한 분석에 돌입,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현장 주변 CCTV뿐 아니라 사설 CCTV 42개소에서 총 52대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으며, SNS에 올라온 영상물에 대해서도 정밀 분석하고 있다”며 “목격자 조사, 영상 분석 등을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사 초기여서 입건 대상자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