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안심센터 공모전 치매파트너 부문 우수작]

내 고향은 아카시아 꽃향기가 진동하는 인제군 기린면 현리 내린천! 물 맑고 공기 좋은 이곳은 세상 어떤 병도 올 수 없는 자연의 땅이다. 나는 여기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내며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후, 피아노 학원을 하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버지를 자주 찾아뵙지 못했는데 어느덧 아버지 연세가 8학년 3반이 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에게 날벼락같은 소식이 어머니의 전화 너머로 들려 왔다. “경도인지장애란다.” 어머니는 내가 놀랄까 봐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하셨다. 이것이 무슨 병이지? 검색을 해보니 ‘치매’였다. 이게 웬 하늘이 무너질 소리란 말인가! 치매는 약이 없고 나이가 들면 자연히 걸리는 병이라는 것이 나의 치매 지식 전부였다.

아버지가 치매라 하면 이웃에 창피하니 엄마도 소란 피우지 말라는 투였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여기저기 수소문하니 지인은 보건소에 알아보라는 거였다. 보건소에 전화하니 편안하게 치매안심센터 담당자를 연결해 주셨다. 담당자는 치매에 대하여 자세히 상담을 해주시고 중앙치매센터 홈페이지를 소개해 주셨다

나는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치매파트너’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단숨에 치매파트너 영상과 치매가 무엇인지, 치매 종류에서부터 예방까지 보면서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 되어 있는 홈페이지가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단숨에 치매파트너가 되어 거의 매일 중앙치매센터 홈페이지를 보면서 치매에 대하여 자세하게 공부를 하였다. 치매 공부를 하면서 “치매야 물렀거라“ 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나는 2시간 거리의 집에 자주 드나들기로 했다. 일단 집에 가면 나는 부모님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에는 말씀을 반복하시면 들었다며 무시했는데 이제는 10번도 더 들은 11남매 6.25 피난길 이야기도 처음 듣는 것처럼 장단을 맞추며 듣는다. 무슨 사연이 그리 많으신지 한번 이야기를 풀면 1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린다. 그리 이야기도 많은데 그 이야기 한번 편히 못 들어준 자식의 무지가 그저 부끄러웠다.

아버지가 회상으로 한바탕 이야기를 하고 나시면 나는 운동 시간으로 분위기를 바꾼다. 다리 근육을 살리면 치매 예방에 좋다고 알고 있어서 어머니에게는 수시로 나가서 함께 걸어 달라고 부탁을 드렸고 내가 올 때면 밴드 운동과 네트 걷기를 하는데 딸과 같이해서인지 매우 좋아하셨다.

특히 밴드를 엮어서 부모님과 함께 음악을 틀고 하는 밴드운동은 정말 특효 운동이었다. 아버지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하시면서 노래도 하시고 신나게 밴드를 당기시는데 아버지의 힘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에는 당기는 힘이 약하여 약해진 아버지 힘에 눈물이 핑 돌았는데 이제는 제법 당기는 힘도 좋아지셨다.

그리고 매일 학교 노래만 하시는 아버지인 줄 알았는데 ‘내 나이가 어때서’, ‘찔레꽃’ 노래가 우리 아버지 18번인 지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를 부르시면서 밴드 운동을 하노라면 늘 엄하게 교육하고 가르치던 아버지신 줄만 알았는데 이런 순수한 우리 아버지의 모습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2년째 아버지를 돌보고 있다. 처음에 치매라는 소리에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황하고 발을 동동 구르기만 했는데 2년간 아버지의 치매와 싸우면서 아버지는 예전의 모습으로 이제는 돌아오셨다. 기억력도 또박또박하시고 가끔 무표정의 얼굴도 이제는 밝게 웃는 얼굴로 바뀌셨다. 갑자기 버럭 하시던 성격도 이제 어머니에게는 어린양처럼 순해지셔서 함께 호흡하신다.

2년 전 집안을 들었다 놓았던 아버지의 치매 사건은 가족을 하나로 모으고 그동안 몰랐던 치매에 대한 인식을 알게 해주고 치매도 조기 발견만 하면 치료가 된다는 확신도 얻게 되는 시간이었다.

어르신들을 보면 좀 더 치매를 일찍 알았다면 우리 아버지처럼 여기 안 오셔도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다. 그래서 나는 어르신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 아버지를 살리는 마음으로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중에 요양원에 혈관성 치매로 계시던 남자 어르신이 계셨다. 초로기 치매로 오셔서 긴 시간 요양원에 계시는 분이셨다. 수업 시간에 처음에는 관심 없으시다가 나중에 적극적으로 움직이셔서 우울증을 극복해 가시는 분이셨다.

어느 날 종이 지폐 한 장을 꼬깃꼬깃 쥐고 선생님 밥 한 끼 사주고 싶다는 말에 모든 선생님이 함께 눈시울 적시던 이야기며, 한 요양원에는 수업을 하러 가면 할머니 한 분은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시니 시끄럽다고 벽을 치시는 분이였는데 나는 그분도 포기할 수 없어서 요양원에 조금 일찍 가서 그 어르신에게 인사를 하고 눈을 맞추고 스킨십을 하면서 대화를 시도하였다. 그날은 스카프를 가지고 하는 수업이었는데 병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침대 밖으로 한 손으로 신나게 스카프를 흔드시는데 모두가 울컥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나는 아버지의 치매로 배운 것을 이웃에게 봉사하며 살려고 한다. 치매는 우리의 습관만 바꾸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치매파트너 공부를 하게 되면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물론 예방에도 얼마든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제 ‘치매’를 우리 모두 바로 알아서 아름다운 노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치매 없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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