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안심센터 공모전 치매파트너 부문 최우수작]

2016년 11월 그해 겨울은 눈도 많이 오고 매우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저에게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찾아야 하는가 하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 1~2분 지날 즈음 머릿속에는 다른 이야기가 돌아와 그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직감적으로 혹시 “내가 치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할머니가 알츠하이머 치매로 긴 시간 고생하시는 것을 보았고 지금은 어머니가 10년 전부터 혈관성 치매로 계시기에 치매에 대하여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후 의사 선생님을 용기를 내어 찾았더니 ‘다 내려놓으시고 시골로 가시든지 아니면 치매 환자가 되시든지 선택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것이었어요. 그 말에 겁먹은 토끼처럼 고향 길을 선택했지만 가는 길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고향 강원도 평창에 눈길을 헤치고 찾아와서 치매와의 동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치매안심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 받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좋은지를 생각하였습니다. 다행히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는 격려도 해주었고 중앙치매센터 홈페이지도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치매 파트너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단숨에 치매 파트너 영상을 보고 치매의 전반적인 개념을 이해하게 되고 용기를 내어 살기 위해 치매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치매에 대한 상식은 고작 “치매는 약이 없다.”, “치매는 나이가 들면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정도의 상식이었는데 치매 파트너 공부를 통해 치매에 대한 많은 정보와 내용을 습득할 수가 있었습니다.
몸이 좋아지면서 치매 예방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공부하기 위하여 사회복지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고 치매예방 강사 자격도 공부하여 치매안심센터 강사 모집에 응시하여 합격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치매안심센터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경로당, 요양원 등지에서 어르신들과 치매예방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치매안심센터에서 강사 역량 교육을 통하여 어르신을 만날 때 “내가 가장 귀한 것을 만났을 때 대하는 자세로 만나야 한다”라는 교육은 저의 치매예방 교육의 가치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구나 가장 귀한 것은 사랑하는 자녀라는 것입니다. 자녀를 성장시킬 때 바라보는 눈으로 어르신들을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지지하는 눈빛, 격려하는 눈빛, 사랑하는 눈빛 그리고 사랑하는 자녀를 터치하는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만나고 터치하라는 것입니다.
말 또한 사랑하는 자녀에게 하듯이 힘을 주고, 용기를 주는 말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녀를 운동시키듯 조금씩 운동을 꾸준히 하여 달라는 역량 교육은 제가 강사로서 용기를 가지는데 참으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치매안심센터에서 받은 역량 교육을 거울삼아 지금 경로당과 일대일로 어르신들을 만나 치매 예방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다섯 분의 어르신을 매주 한 번씩 찾아가서 만나 활동하고 있습니다. 치매안심센터의 가르침대로 무엇을 가르치기보다는 어르신들의 마음에 안전을 세우고 가장 귀한 존재의 사람처럼 대하니 교육은 자연스럽게 흘러 내려갔습니다.
처음에 만났을 때 말도 없으시고 우울증이 심했던 김○화 어머니는 지금은 생끗생끗 웃으며 한글 공부하고 숫자 놀이하자고 덤비십니다. 숙제도 내어 달라는 미소 뒤에는 나는 할 수 있다는 어머니의 의지가 눈에 선합니다. 배○원 할아버지는 어느 세월에 90이 되었답니다.
징용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호적 나이를 줄였다면서 “내 진짜 나이는 90이야. 허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으시면 한 시간도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처음에 뵈었을 때 걸음걸이도, 얼굴색도, 말도 없이 다 만사 귀찮아하셨는데 지금은 이야기 보따리만 풀면 웃음이 한 보따리이십니다.
조합장 하던 시절, 육성회장 하던 시절, 일제 강점기 이야기며, 전쟁 중에 피난 이야기며 광산하다 망해서 도망갔던 사연하며 살아있는 역사의 한 페이지입니다.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으면 한 마디도 못 하는데 선생님께서 오셔서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며 마당에 도착해서 저 왔다고 '빵빵' 경적을 울리면 맨발로 뛰어 나오시는 할아버지의 눈빛에서 치매는 그저 동행하는 친구일 뿐입니다.
2년 전 치매로 고생하시다 돌아오신 주○하 어르신은 치매 시절 이야기를 부탁하면 “그러게 말이에요!! 그게요!! 사과라고 딸이 알려 주는데 머리에는 안 들어오고 확 지나가요. 하하하” 하면서 지우개처럼 지워진다며 그때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게임이면 게임, 그림이면 그림, 노래면 노래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열심히 하신 덕에 이제 치매는 옛날 이야기일 뿐입니다.
치매 증세가 심하셨는데 이제는 딸 이름을 찾아내신 김○하 어르신은 처음 뵈었을 때 자꾸만 가출하시고 할머니는 할아버지 찾으러 온 동네를 찾아 다녀야만 했던 할아버지입니다. 말도 없이 누가 오면 방으로 들어가셨던 할아버지는 이제는 가출도 안 하시고 저희를 기다리시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딸이 2명이라고 우기시고 이름도 모르셨던 할아버지가 드디어 오늘 딸이 셋이라며 이름을 기억해 내셔서 모두가 같이 울었습니다.
저는 치매 환자의 입구에서 치매안심센터를 만나 지금은 건강을 회복하고 치매인식 개선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치매는 숨기는 병이 아닙니다. 저처럼 조기 검진을 통해 미리 알기만 하면 누구든지 정상으로 돌아올 수도 있고 완화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치매의 올바른 인식을 통해 100세 건강을 지켜 가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