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후보자, 인사청문회서 "보건·복지 함께 가야"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복지부 분리 개편 공약
병의협 설문조사 결과 의료인 약 70% 개편 찬성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 개편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실현이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분리 개편이 아닌 통합을 강조하면서다.
2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전날 조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개편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
조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를 통해 "행정안전부에서 보건과 복지의 분리를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며 "저출산 고령화 시대엔 돌봄과 의료가 연계돼 통합 지원돼야 한다고 본다. 수혜자 입장에서도 보건과 복지 서비스가 함께 이뤄지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복지 시설 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보건과 복지를 분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12월 10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사회복지비전선포대회'에서 "복지부 분리 개편을 포함해 정부조직 체계에서 새롭게 우리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다뤄야 할 아젠다 중심으로 정부조직이 개편돼야 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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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행사를 주최했던 복지 시설 단체인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는 '보건과 복지 분리, 사회복지부 신설 및 부총리 승격' 안이 담긴 '복지 정책 10대 아젠다'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대통령인수위원회도 요구안에 대한 정책 실현 약속 내용이 담긴 답변안을 협의회에 전달하면서, 복지부 분리 개편안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권태엽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 회장은 "지난해 윤 대통령은 복지부 개편을 약속했지만, 결국 이 또한 말뿐인 공약이 됐다. 보건복지부의 주무장관이 보건의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 위주로 임명되다 보니 위기 상황에서 대응력이 심각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코로나19 사태에서 질병관리청장, 보건복지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등 어디가 컨트롤타워인지 알 수가 없어 방역 지휘에 혼란이 일기도 했다. 따라서 복지부 개편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보건 의료와 복지 의료 각계의 전문성을 살려 나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복지부 개편안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복지 전문가와 보건 전문가가 함께 보건·복지 양 분야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대한병원의사협의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보건부와 복지부로 보건복지부를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 68.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병의협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일반 국민들은 국내 보건의료 서비스 이용을 일종의 복지 혜택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때문에 보건과 복지가 합쳐져 있는 현재의 구조에 불만이 크게 없었다"라고 봤다.
이어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부터 보건과 복지의 분리 필요성에 관심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본다"라며 “향후 국민들이 보건의료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상태에서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에 전문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 1994년, 보건사회부가 보건복지부로 개편된 이후 20년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된 인사 중 의료인은 단 2명에 불과했다. 그 외 장관은 모두 사회 복지 전공이거나 법조인, 정치인으로 임명됐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내 보건과 복지 분야 인력도 복지 분야에 1.6배, 예산은 4.5배로 편중됐다.
올해 3월 당시 대통령인수위원회는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하고, 분리된 복지부와 폐지된 여가부의 가족 기능을 합쳐 가족복지부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복지부 분리는 윤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다. 하지만, 조 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해당 공약은 지켜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조문석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국민을 대상으로 현 정부의 정책적 성과를 조사한 결과 저출산·고령화 대응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높았다. 이미 현실화한 인구절벽, 고령화 대응 이슈가 중요하다"라며 "보건위기 대응체계 강화, 사회보장체계 재구조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보건복지부는 지난 1948년 노동, 보건, 후생 등을 담당한 사회부의 설치로 문을 열었다. 1955년도에는 보건사회부가 설치됐다. 이후 보건사회부는 외청으로 1963년도에 노동청을 선설하고 1980년도에는 환경청을 설치·운영하다가 각각 1981년도와 1990년도에 승격해 분리됐으며, 1994년 보건복지부로 개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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