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 대출 받아라" 독려에 직원들 '부글'
대법 "경영권 유지에 회사 재산 사용은 배임"
KT새노조 "대출금을 인건비로 처리···이상한 사례"

KT가 전 임직원에게 최대 2100만원씩 이자 없이 대출해 주고 자사(KT) 주식을 매입하도록 사실상 강요해 논란이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을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온다. 특히 구현모 대표는 직원들이 매입한 우리사주를 연임 의결권 확보에 활용하면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T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6월부터 직원들에게 대출을 받아 우리사주에 가입하면 이자를 지원해 주고 주식 15%를 돌려준다고 독려했다. 주주총회에서 구현모·윤경림 사내이사와 8명의 사외이사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다.
직장인 익명 앱이나 직원들 간 오픈채팅방에는 KT의 '무이자 알선, 자사주 강매'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이들 앱 등에 따르면 사측에서 우리사주 취득을 권하는 차원의 개인 면담을 진행했고, 부서별로 우리사주 신청 여부를 취합했다. 복지 차원에서 우리사주를 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 빚을 내도록 압박하는 석연찮은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이다.
익명의 KT 직원은 본지에 "주식이라는 게 결국 배당받으려고 사는 건데, 맨날 적자 난다고 하는 회사 주식을 왜 사겠나"라고 거부감을 드러냈다.
다른 직원은 본지에 "KT가 다른데 투자해야 하는데 투자금이 안 모이니까, 나올 수 있는 구멍은 직원들 월급으로 어떻게 해서든 자사주 사게 만들어서 그걸로 투자금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라고 대출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을 표했다.
일각에선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구현모 대표가 연임을 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회사 자금으로 KT가 직접 자사 주식을 매입하면 그 자사주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없는데 구 대표가 이를 회피하기 위해 직원 명의로 주식을 매입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KT 새노조 김미영 위원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아무래도 우리사주가 많이 취득이 되면 우호 지분을 확보해서 그 우호 지분이 연임에 찬성하는 것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며 "직원들 사이에선 자신한테 재산 증식에 도움이 될까 안 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KT는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11.23%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소액주주 비중은 62.63%로 절대적이다. 우리사주조합은 0.35%에 불과하다.
KT 직원은 2만 1410명이다. 이들이 2000만원으로 약 540주씩을 산다면 1156만주가 더해진다.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이 5%에 육박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말 기준 KT의 주주구성은 △국민연금 12.68% △자사주 9.69% △우리사주조합 0.38% △외국인 43.33% △국내기관 및 개인 33.93%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이 3%만 넘으면 자사주와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이 국민연금을 넘어설 수 있다.

KT 입장에선 상당한 주가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구현모 대표는 KT의 주가 부양을 최우선 경영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실제 KT 주가는 지난 6월에 비해 3만원대 중반에서 경기 침체의 여파로 크게 오르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구 대표에게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배임은 신임 관계를 위배하여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법무법인 위민 소속 김남근 변호사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사주를 사도록 하는데 어떤 정관이나 회사 내부의 규칙이나 법령 등에 근거하지 않고 그냥 기본적인 돈을 지원해 주면 배임죄가 될 소지가 있겠다"며 "우리사주 매입을 촉진하는 경우도 있어 근로자복지기본법에 따라서 했는지 판단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자복지기본법에 따르면 우리사주제도는 근로자로 하여금 우리사주조합을 통하여 당해 우리사주조합이 설립된 회사의 주식을 취득·보유하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과 노사협력 증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문제는 KT가 직원들에게 지원한 대출금의 출처다. KT 새노조 이호계 사무국장은 본지에 "비용 처리를 알고 보니 '인건비'로 했던데 굉장히 이상한 케이스"라며 "비용을 마음대로 회사가 쓴 거에 대해서 회계적으로 맞는지 의문이니 배임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자의 자금지원의 주된 목적이 종업원의 재산형성을 통한 복리증진보다는 안정주주를 확보함으로써 경영자의 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데 있다면, 경영자의 이익을 위하여 회사재산을 사용하는 것이 되어 회사의 이익에 반하므로 임무위배행위가 된다고 한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2004년 S종금 피고인들의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자금지원 목적이 회사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고 인정하고, 결과적으로 이는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가 된다고 판결했다.
한편 KT는 우리사주 매입 논란에 대해 독려 수준의 안내는 했지만, 회사 차원에서 매입 여부를 개인 평가와 연관 짓는 등의 강요는 없었다고 밝혔다.
주가 상승에 대한 매매차익과 배당금 이익, 그리고 연말정산 시 소득 공제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이를 직원들에게 안내했다는 설명이다.
또 연임 연관성 관련, KT 관계자는 본지에 "구 대표는 연임을 발표하거나 공식화한 적이 없다"며 "우리사주 매입을 원하지 않는 직원은 사지 않았기 때문에 안 하면 불이익을 받는 것처럼 강제했다는 것은 새노조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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