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홀딩스’ 차명 설립, 대장동 인사개입 실질적 정황
검찰, 유동규 3억 수수 정황···정재창 뇌물 미끼로 활용
유동규 5억 뇌물 김만배에서 비롯···최윤길 다리 놓아

대장동 의혹 모든 상황마다 얽혀있는 유동규. 특히 지역 개발권 최종 결제 라인인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임원으로서 유동규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유씨)을 구속수사하면서, 그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취재진 앞에 선 유씨는 "어떤 행위가 나쁘다 좋다 판단하지 말라. 모든 의혹은 과장된 것"이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유씨는 지난 2008년 분당구 소재 H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을 시작으로 대장동 의혹에 발을 들였다. 2010년, 이재명 후보가 시장직에 당선된 직후까지 조합장을 지낸 그는 이 전 시장 눈에 띄며 성남시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직을 얻게 된다. 시간이 지나 2014년, 성남시시설관리공단이 성남도시개발공사로 통폐합 되면서 유씨는 큰 일을 할 수 있는 직책을 맡게된다. 그는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대행 권한을 얻었는데, 기획본부장 역할도 겸하면서 사실상 공사 내 실세가 됐다. 이듬해 2015년, 마침내 유씨는 당시 성남시에서 민관 합동 개발로 대장동 사업을 전환하면서, 사업 설계를 도맡아 하기 시작했다.
유씨는 대장동 사업을 장악하기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 내 인사를 먼저 단행했다. 그는 아파트 조합장을 하던 당시 함께 일했던 측근인 김문기를 성남도공 개발1처장으로 앉혔다. 이어 2014년 10월, 자체 전략사업팀을 꾸렸다. 특히 전략사업팀은 천화동인 4호 남욱 변호사 대학 후배로 알려진 김민걸 회계사와 정민용 변호사로 구성됐다.
철저히 유동규 측근으로 구성된 전략사업팀은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와 사업협약서 작성에 최종 관여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개발에 방해가 되는 거의 모든 협약·조약을 유씨가 직접 수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개발2처장을 지냈던 이모씨 증언에 따르면, 2015년 2월, 유씨는 대장동개발 사업협약서 초안을 만들면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놓고 개발팀 간 시비가 있었다.
유씨는 공모단계에서 개발2팀이 대장동 사업에 대한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추가하려 하자, 사업담당부서를 개발1팀으로 바꿨다. 하지만 머지않아 유씨는 ‘초과이익환수’ 조항 시비로 민간사업자 선정이 어려워지자 전략개발팀을 선두에 내세워 결국 본인 계획에 유리한 협약을 완성했다. 결국 ‘초과이익환수’ 조항은 최종본에서 빠져있었다. 이후 실권을 쥔 유동규와 그의 측근, 소위 ‘대장동 별동대’는 대장동 사업에 관한 거의 모든 권한을 손에 쥐게 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유씨가 '대장동 별동대'로 하여금 여러 인사를 개입한 실질적 증거가 공개됐다. 유씨는 지난해 11월, 정민용을 대표로 내세워 부동산 개발회사 ‘유원오가닉’ 법인을 설립했는데, 주소가 천화동인 4호 남욱 변호사 회사와 같은 주소로 밝혀진 것이다.
유씨를 비롯한 유착관계가 대장동 개발에 적극 개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유원홀딩스’가 화천대유 배당이익을 세탁하는 회사라는 증언도 나온다. 대표 정씨가 9일 제출한 자술서에 따르면, 유씨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도 주장하고 있어 의혹은 가중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장동 개발 당시, 유원홀딩스와 관련 인사가 대장동 관련 부동산 이익을 취하려 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씨 주도로 작성된 대장동 개발 ‘청렴 서약서’도 발견돼 이익환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청렴서약서엔 "민간사업자에 대한 금품·향응 공모가 확인되면 협약 체결 해제도 감수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졌다. 성남시청 및 시민단체는 "유동규가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뇌물이 청렴서약서 내용에 위반되니 사업 해제를 촉구한다"고 부당이익 몰수 의지를 드러냈다.
더욱이 유씨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관계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 지사와 유씨는 2010년 3월 ‘H아파트’ 조합원 설명회에서 인연이 시작됐다. 불과 두 달 뒤 유씨는 이재명 지지를 선언했다. 그리고 2018년 둘은 경기관광공사 취임건으로 다시 마주했다. 하지만 이 지사는 “이재명이 유동규를 끌어들인 첫 발판”이라는 여론에 적극 반박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이달 3일 기자회견에서 이 지사는 “경기도에선 서로 다른 길을 간 사람”이라며 유씨와 선을 그었다. 그리고 이 지사는 유씨가 경기관광공사 퇴임 전 영화 제작에 예산 388억원을 쓰려다 자신으로 인해 무산된 일화를 덧붙였다. 이 지사는 “국민이 바보가 아닌 만큼 내가 시민에게 이익을 돌려주려 노력한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대장동 관계설을 일축했다.

이 지사 관계설 및 대장동 뇌물·배임 특혜현황이 확인되면서, 검찰은 유씨를 출국금지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29일 검찰은 자택을 압수수색해 유씨 신병을 확보했다. 이때 유씨는 핸드폰을 던져 증거인멸 의혹을 사기도 했다. 본격적인 구속수사 방침은 천화동인 5호 정영학 회계사(이하 정씨)가 녹취록을 제출하면서 마련됐다. 검찰이 입수한 19개 녹음파일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향한 10억원대 금품과 정계 로비자금 350억원 내용이 포함됐다. 검찰은 이를 증거로 채택, 유씨와 화천대유 김만배, 천화동인 4호 남욱 변호사가 법조계 로비 자금과 배당수익 배분을 놓고 대화한 내용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달 1일 개발특혜와 금품로비 의혹으로 유씨를 체포해, 3일 밤 유씨를 업무상 뇌물수수·배임혐의로 구속했다. 구속영장에 따르면, 유씨는 대장동 개발 수익 구조를 설계한 대가로 화천대유 및 정재창 변호사(정씨)로부터 8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유씨가 받은 3억원과 5억 원 출처로 각각 위례자산관리 정재창과 화천대유 김만배를 지목했다.
또한 정씨는 유씨에게 3억원을 건네며, 수수정황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후 정씨는 정황사진을 앞세워 천화동인 4호, 5호에게 뇌물증여를 공갈했다. 정씨가 요구한 금액은 각각 60억원으로 밝혀졌다. 당시 배당이익 공개를 꺼린 두 천화동인 주주는 총 120억원을 정씨에게 넘겼다.
현재 검찰은 정씨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유씨와 천화동인 5호 정영학씨를 구속수사 중이다. 유씨와 천화동인 5호 정씨는 정계에 많은 인물을 배출한 광주 대동고 출신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내 여권실세 중 대동고 출신이 많은 가운데, 항간에선 대장동 게이트에 대동고 인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인물 소환조사가 끝나는 대로 유씨와 천화동인 5호 정씨를 대질신문에 앉힐 예정이다.
또한 유씨가 수수한 별도 5억원은 화천대유 김만배에서 비롯됐다. 검찰은 녹취에서 대장동 개발이 착수된 2015년 3월 유씨와 김만배가 공조한 정황을 포착했다. 해당 녹취엔 유씨가 화천대유에게 특혜를 주는 대가로 개발이익 25%에 상응하는 450억원을 받기로 한 내용이 담겨졌다.
김만배와 유씨는 전 성남시의장 최윤길을 통해 접촉했다. 이후 두 사람은 2020년 10월, 구체적인 최종금액을 협의했다. 이때 유씨는 김만배를 찾아가 25%보다 많은 700억원을 요구하며, 지급약속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구속영장에 명시된 뇌물 5억원은 700억원 중 1월 선지급된 일부 금액으로 밝혀져, 밝혀지지 않은 695억원 행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이달 1일 체포 당시 휴대전화를 던져 화제가 된 유씨 휴대전화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구속 전 인터뷰에서 "술을 마시고 휴대전화를 집어 던졌을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증거인멸 의혹은 남아있다. 경찰은 검찰과 협의해 포렌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포렌식을 계기로 추가 인물관계가 밝혀질지 관심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