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색채 지우고 친윤 인맥 쌓기 총력
의원 '쪼개기 후원' 등 사법 리스크 발목
KT 새노조 "조직 구성원부터 잘 다져야"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7월 28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2022년 상반기 KT그룹 혁신성과 공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7월 28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2022년 상반기 KT그룹 혁신성과 공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KT 구현모 대표의 연임 도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구 대표는 1987년 KT에 입사해 35년 외길을 걸어온 정통 KT맨으로서 입지를 다져왔지만, ‘쪼개기 후원’ 재판과 ‘주총 의결권 위임 강요’ 의혹 등으로 이사회에서 안정적 지지를 확보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구 대표는 2016년 국회의원 13명에게 비자금 1400만원을 불법 기부했다는 업무상 횡령 혐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1월 약식명령으로 총 1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구 대표는 불복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해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구 대표의 '쪼개기 후원' 혐의는 KT의 대외적 신뢰도 하락도 가져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KT가 이런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들어 3월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위반했다고 책임을 물었다. KT는 SEC와의 합의를 통해 총 630만 달러(약 75억원)의 과태료와 추징금을 내기로 했다.

당시 주주총회에서 이를 비판하는 주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구 대표는 "회사 입장에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구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KT 새노조 김미영 위원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연임 도전 여부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실형을 받은 사람을 대표로 앉히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우리사주 직원에 의결 위임 강요 의혹

아울러 구 대표는 3월 주총을 앞두고 우리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직원들을 상대로 의결권 위임을 강요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KT 측은 “의결권 위임에 대한 안내일 뿐 어떠한 강요도 없었다”고 했지만, 6월에는 전 임직원에게 최대 2100만원씩 이자 없이 대출해 주고 자사(KT) 주식을 매입하도록 독려하는 과정에서 또 강요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직원 명의로 주식을 매입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 대표 측은 연임 무산 가능성에 대비해 정치권에서 돌파구를 열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줄곧 CEO 리스크를 거듭했다. 특히 정권 교체기에 남중수 전 사장·이석채 전 회장 등이 검찰 수사를 받았기에 정치적 외풍을 유리한 쪽으로 끌고 와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구 대표 측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권 인맥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T가 속한 국회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중심으로 대관업무를 늘리는 데 바쁘게 움직인다는 후문이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7월 최장복 KT 노조위원장 아들 결혼식에 참석해 주례를 섰다는 점에 주목한다. 막강한 권력 실세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 원내대표가 친분을 이유로 직접 보란 듯이 축하를 보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여의도 정가의 평가다. 최 위원장의 KT 노조는 KT 새노조와 다르게 구 대표의 신임을 받는 조직이다. 이 노조는 지난해 8월 검찰에, 올해 6월 법원에 각각 구 대표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보낸 바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위로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위로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친윤' 與 원로 아들, 정권 바뀌자 대관업무 투입

구 대표의 '친윤(석열) 인맥 만들기'는 내부 인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 국회 대관업무에서 제외됐던 여권 다선 의원 출신 A씨의 아들을 정권이 바뀌자 다시 대관업무에 투입시켰다고 한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A 전 의원은 지난해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퇴임 후 정치를 시작할 때 가까운 거리에서 정치적 조언을 해주는 '멘토' 역할을 했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를 국정감사에서 말하게 한 장본인이며, 윤 대통령이 친박계와 화합하도록 서청원 전 의원과의 직접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A 전 의원 아들 B씨는 현재 KT 부장인데, 2011년부터 본사 대외협력팀에서 국회 대관업무를 전담했다. B씨는 2011~2015년까지 부친인 A의원실의 입법보조원으로 등록돼 출입 편의를 제공받기도 했다. 당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였다.

문재인 정부인 2019년 B씨의 국회 출입 편의가 구설수에 오르자 KT는 다른 부서로 인사 이동시켰다. 하지만 최근 KT는 윤 정부 출범 이후 B씨를 다시 대관업무에 투입시켰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본지에 "임직원의 신상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말씀 드릴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 대표는 여권을 향해 '구애'를 하고 있지만 원래 '친 민주당' 성향이었다는 게 걸림돌이 되는 모양새다. 구 대표는 2018년 문재인 정부 초기에 이강철 전 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김대유 전 노무현 정부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KT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당시 여권과 채널을 강화했다. 이강철 사외이사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바 있다. 구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지낸 정태호 열린우리당 의원 후원에도 앞장섰다. 특히 KT는 정 의원의 지역구 사업인 '관악S밸리 스타트업 센터' 구축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회사 내부에선 정권이 바뀌자마자 기존 정치적 색채를 지우고 친윤과 가까워지려는 구 대표의 '철새' 같은 모습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KT 새노조 김미영 위원장은 본지에 "(구 대표는) 실력과 내용, 그리고 조직 내부를 잘 쌓아서 성과를 올리고 조직을 장악해가는 수장이 아니라 정치권에 줄대기를 하고 이를 위한 인력을 더 많이 배치한다고 하는 것은, 어쨌거나 CEO 리스크가 그만큼 있는 것을 본인이 인정하고 정치적으로 기대려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사실 내부에서는 그런 행보가 달가워 보이진 않는다"며 "직원들을 더 추슬러서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니라, 외부로 그렇게 대관을 도는 건 직원들 입장에서 '어 왜 저러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구 대표는 지난 3년간 KT가 거둔 안정적 매출 성과와 더불어 주가 상승, 9년 만의 시가총액 10조원 재돌파 등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긍정적 성과도 있다. 

KT 관계자는 "구 대표가 연임을 공식화한 적이 없다"며 현재 모든 행보를 연임과 결부시키는 시각을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KT를 '지주형 회사'로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이를 실현하려면 연임이 필요한 상황이다. 구 대표는 늦어도 11월 전 연임 도전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