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우선심사 절차 돌입
실적 보면 긍정적, 불안 요소도 존재
노조 "현직이 유리해 형평성 문제"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AI 원팀 서밋 2022'에서 발언하는 KT 구현모 대표.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AI 원팀 서밋 2022'에서 발언하는 KT 구현모 대표. /연합뉴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KT 구현모 대표이사가 연임 의사를 공식화했다. 그동안의 경영 성과가 있다는 이유로 연임에 나선 모습이지만, '쪼개기 후원' 재판 논란, 정권교체에 따른 정치권의 외풍 등 CEO 리스크는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1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KT는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구현모 대표이사를 차기 대표 선출을 위한 우선 심사대상으로 선정했다. 구 대표가 지난 9월까지는 입 밖에 내지 않던 연임 의지를 끝내 표명하자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연임에 성공할 경우 2020년부터 2026년 3월까지 6년간 업무를 이어갈 수 있다. 

KT는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여부를 심사하는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정관 및 관련 규정에 따라 심사해 나갈 예정이다. KT의 정관에 따르면 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소 3개월 전인 오는 12월까지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대표이사 연임 적격성 심사의 기준은 재임 중 경영계약 이행평가 결과와 경영목표 달성 정도, 재임 중 고객·임직원·주주 등 대내외 이해관계자 만족도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는지 등으로 평가된다. 만약 심사위원회에서 연임에 부적격하다고 판단하면 새 대표 후보군을 구성해야 한다.

구 대표의 실적만을 놓고 평가할 경우, 2기 체제를 바라보는 낙관론에 무게가 실린다. 그는 취임 전 대비 시가총액을 45% 늘리면서 9년 만에 10조원으로 회복시켰다. 통신 중심 기업에서 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 디지코)으로의 성공적 전환과 콘텐츠 전문 계열사 KT스튜디오지니 설립 후 공동 제작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흥행도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구 대표의 재판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구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약식 기소돼 올해 초 1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구 대표는 황창규 전 회장 시절 전·현직 직원이 이른바 '상품권 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것에 명의를 빌려준 혐의를 받는다. 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책임을 물어 총 630만 달러(약 75억원)의 과태료와 추징금을 부과받는 대외적 신뢰도 하락을 가져왔다.

아울러 구 대표는 3월 주총을 앞두고 우리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직원들을 상대로 의결권 위임을 강요하고 있다는 의혹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법조계에선 직원 명의로 주식을 매입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것에 배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치권의 외풍도 부담이다. KT 전직 대표들은 2002년 민영화 이후 줄곧 정권 교체기에 시련을 거듭했다. 문재인 정부 기간 친 민주당 성향을 보였던 구 대표는 올해 윤석열 정권 출범 후 여권을 향한 구애 작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기존 정치적 색채가 뚜렷했던 탓에 '철새' 이미지로 보는 시선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노조 측에서는 구 대표의 연임 수순에 우려를 표명했다. KT 새노조 이호계 사무국장은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사법 리스크가 있는데 굳이 연임 결정을 해야 되나 싶다"며 "절차상으로 이사회가 우선 심사대상으로 선정한 것도 현 CEO가 제일 유리한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회삿돈으로 과징금을 낸 책임자들한테 문책하지 않는 것은 이사회도 분명히 책임 소재가 있는 부분"이라며 "ESG 경영에 적합하지 않은 이런 인물을 또 한 번 선임하는 모든 리스크와 책임은 이사회도 같이 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직원들 우리사주 매입에 대출 이자를 지원한 과정은 복지 차원에서 무료로 준 것도 아니어서 의도가 의문스럽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높은 확률로 경영권 방어, 연임을 위한 우호 지분 확보 작업으로 보인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