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니 시로 PD『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여덟 번째 이야기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기획안을 들고 “한번 해 보시지 않을래요?”하고 제안했을 때 데쓰 씨는 정말 기뻐했다. 데쓰 씨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음식점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들 가게를 오랫동안 도와주고 있었는데, 치매 진단을 받으면서 “이제 어머니 연세도 있으시니까 천천히 하세요” 아들 내외가 만류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무래도 실수를 하게 될까 봐 걱정도 되고, 자식들한테 짐이 되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손을 떼 버렸지.” 데쓰 씨는 아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일에는 미련이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오픈 당일, 식당 개점시간을 앞두고 우리는 2층에 마련된 휴게실에 모여 있었다. 거기서 처음으로 ‘주문표’라는 것을 나누어 주었다. 테이블 번호와 메뉴 번호가 적혀 있고, 손님이 주문을 하면 동그라미를 치는 식으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런데 정작 주문을 받는 사람은 치매 상태의 어르신들뿐. 그 종이가 대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이해했더라도 당장 10분만 지나면 기억하지 못할지 모른다.

‘잘 될까.’ 나는 내심 조마조마했다. 그때 데쓰 씨의 한마디, “이 종이를 손님에게 주고 직접 쓰게 하면 되지 않아요?” 아아, 그렇구나. 정말 기가 막힌 해결책이다. 과연 음식점 경력자다운 발상이구나, 감탄했다.

실제로 레스토랑 안에는 손님에게 주문표 자체를 건네는 광경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었다. 보통 레스토랑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여기는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이곳이라면 허용될 수 있다. 실수를 해도 누구도 책망하거나 나무라지 않는다.

데쓰 씨가 ‘헤헤’하고 웃는 소리가 들린다. 정작 ‘주문표를 손님에게 전달한다’는 기발한 발상을 한 데쓰 씨는 정확하게 손님으로부터 주문을 받아서 자신이 직접 메모를 하는 등 빈틈없는 서비스를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물론 그 외에는 실수 연발이다. 방금 들은 손님의 주문 내용을 돌아서자마자 깜빡하고는, “어머머”무안한 듯 웃곤 한다. 그렇게 실수는 하지만, 예전 솜씨를 100퍼센트 가동하면서 제법 전문가다운 포스를 보인다.

레스토랑은 하루 단 네 시간만 오픈한다. 하지만 내내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치매 상태의 어르신들에게는 중노동이다. 역시나 데쓰 씨는 척척 알아서 잘하는 것 같았지만, 한 시간쯤 지나서 ‘분명히 지쳤을 거야’하는 생각에 말을 걸었다. “좀 쉴까요?”

“아니, 괜찮아.” 꾀부리지 않고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분이라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 하지만 데쓰 씨는 일하러 오신 분들 중 가장 고령인 여든 다섯이다. 각별히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써 드려야 한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여기서 아예 나가실 생각이 없는지도 몰라…….’ 진심으로 즐거운 듯, 생기가 넘치는 모습으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시금, “좀 쉬면서 하셔도 돼요.” 하고 말을 걸자, “그래?”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는 듯 편안한 표정을 보였다.

아들과 함께 일했을 때는 단 한 번도 피곤하다는 표정을 짓지 않고 죽기 살기로 일했으리라. “여기서 피곤하다는 말을 해서는 안 돼.” 데쓰 씨의 마음속에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자긍심과 각오 같은 것이 엿보였다.

그날 레스토랑에서는, 장소를 제공해 준 주인공이자 요식업계의 전문가인 기무라 슈이치로 씨가 함께하면서, 홀에서 일하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적당한 타이밍에 말을 걸어주었다. 그때까지 기무라 씨는 치매를 앓고 있는 분들을 직접 접해본 경험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오픈 이틀째 오후 무렵, 기무라 씨가 물었다. “3번 테이블, 음료 준비해야 하지 않아요?” 그러자 데쓰 씨가, “아니요. 아직 음식을 드시고 있으니까 좀 더 있다가 나가도 될 것 같아요.”

옆에서 듣고 있던 우리도 깜짝 놀랐지만, 기무라 씨도 적이 놀란 표정으로 “아아, 그렇군요”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기무라 씨에게 그때 일을 물으니, “그때는 제 귓불까지 빨개질 정도였어요”하면서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분들과 함께 일하면서 ‘지시를 내리면 정확하게 움직여 주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되더군요.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어요. 미리 알아서 움직이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도 많은데, 데쓰 씨는 치매를 앓고 있으면서도 그 일이 가능하니까요. 사실은 좀 더 많은 일을 맡겨도 좋았을 것 같아요. 지나친 과보호가 아니었나. 반성했어요.”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첫날 영업이 끝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데쓰 씨는 “아. 피곤하다.” 지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마냥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 혼자였다면 절대로 못했을 테고, 아무런 도움도 안됐을 거야. 동료들이 함께한 덕분에 할 수 있었지.” 그렇게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모두들 함께해서 힘을 낼 수 있었어.” “동료란 정말 소중해.” “벗을 귀하게 여겨야 해요.”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데쓰 씨는 항상 밝고 농담도 잘하고 수다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가르침을 주려는 것 같은 모습은 처음이었다. 데쓰 씨는 하루 일한 사례금으로 3천 엔을 받았다. “그 돈, 아드님한테 자랑하실 거예요?” 하고 물었더니 빙그레 웃는다. “이틀 치를 합쳐서 돈이 좀 모이면 보여줘야지”하고 너스레를 떠는 바람에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이 이야기에는 사실 후일담이 있다. 얼마 지나서 아드님에게 물었더니, “아, 사례금이 나왔어요?”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표정이다. ‘데쓰 씨, 사례금 받은 걸 잊어버리셨나?’ 걱정이 돼서 데쓰 씨에게 확인해 보았더니 역시 기억 자체가 애매하다. 기억을 되살리도록 이야기를 정리해 주었더니 그제야 “아, 뭐 좀 샀어”라고 말한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서 일한 후, 데쓰 씨는 2주 정도 시설을 쉬었다. 처음에는 감기에 걸린 것 같더니, 금방 기력을 되찾아 사례금을 들고 쇼핑을 간 모양이다. 데쓰 씨의 기억 속에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 아직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쩌면 그때 ‘내가 일을 했다’는 기억이, 예전에 아들 가게에서 일했던 기억과 이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아들한테 사례금 받은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도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당연히 일한 대가로 받은 급여라고 생각했으니 굳이 아들에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는가. “내가 일해서 번 돈이니까 내 마음대로 써야지.” 오랜만에 쇼핑을 하면서 즐거웠기를 바란다.

※ 위 사연은 오구니 시로의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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