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니 시로 PD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세 번째 이야기
미도리 씨의 이야기
현재 여든한 살인 미도리 할머니는 결혼 전까지 대기업에서 비서 일을 하고 있었다. 수려한 외모에 성격도 쾌활하고 사교적이어서, 그룹 홈에 막 들어왔을 당시에는 그곳 직원으로 착각을 했을 정도였다.
지금은 치매가 상당히 진행되어 바로 어제 일도 기억을 못하지만, 그런 미도리 할머니가 늘 입버릇처럼 반복하던 말이 있다. “다시 한번 일을 하고 싶어.” 항상 그렇게 말했던 것을 직원들 모두 알고 있었다. 워낙 활동적인 분이라,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 연세에도 불구하고 혼자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즐길 정도였다고 가족들이 말해주었다.
스스로 즐거움을 찾고 행동할 줄 아는 사람. 나는 미도리 할머니에게서 그런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일 먼저 이 분이 떠올랐다. 다만 체력적인 부분이나 치매 진행 정도로 볼 때, 장시간 일하시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하지만 항상 ‘다시 한번 일을 하고 싶어’라고 말씀하시던 미도리 할머니에게 일할 수 있는 장소를 꼭 만들어 주고 싶었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 오픈하고, 그곳에서 일을 하게 된 미도리 할머니. 처음 한 시간 정도는 즐거워 보였지만, 이후부터는 유난히 피곤해 했고 결국 휴게실에 이불을 깔고 기진맥진 쓰러져버렸다. 체력뿐 아니라 기분까지 완전히 바닥을 보이는 것 같았다. “미도리 할머니, 애쓰셨어요.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말을 건네자 할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분보다 빨리 퇴근을 했다.
첫날 영업을 마치고, 모두가 그룹 홈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2층 베란다에 미도리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 쉬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력을 회복하고 쾌활해지는 것이 그녀의 장점. 그때도 역시 기운을 되찾고 빨래를 널고 있었다. “미도리 할머니.”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부르자, 나를 내려다보며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손을 흔들어 보인다.
“할머니, 오늘 너무 고마웠어요!” 나도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할머니는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뭐? 무슨 말이야?” 미도리 할머니는 자신이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서 일했다는 것을 이미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우리의, 그리고 미도리 할머니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미도리 할머니가 보여 주었던 함박웃음에 그저 빠져들어 버렸을 뿐이다. 어쩌면 그녀로서는, 크나큰 부담이었을지도 모른다.
레스토랑에서 너무도 지쳐있던 모습을 보고, 우리 직원들 역시 하나같이 깊은 후회를 했을 정도니까.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실수를 용납해 주는 안전하고 행복한 곳이다. 하지만 어쨌든 손님에게 돈을 받는 식당이고, 그곳에서 일하는 이상 어떤 증상을 가지더라도 상관없다고 누구도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일은 미도리 할머니에게 너무 버겁고 어려운 미션이 아니었을까. 그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하지만 미도리 할머니의 웃는 얼굴이 우리의 우울한 마음을 훨훨 날려주었다. 비록 그녀는 깡그리 잊어버렸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미소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잇는 것만 같았다.
※ 위 사연은 오구니 시로의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