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니 시로 PD『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열두 번째 이야기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운영한 이틀간은 내내 놀라움과 새로운 발견의 연속이었다. 우선 가장 놀라운 발견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실수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흥미로웠던 것은 손님들 중 누구 한 사람 화를 내거나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호기심이 생긴 나는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찾는 손님 입장이 되어 직접 체험을 해 보았다. 그랬더니 화내지 않고 불평도 하지 않는 손님들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가게에 들어와서 어르신들이 주문을 받으러 올 때는 ‘정말 틀린 요리가 나올까······’ 내심 두근거렸다.

그런데 다음 순간부터 ‘어떤 요리가 나올까······’하고 요리가 나올 때까지 즐겁고 재미있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너무 가슴이 뛰어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나는 피자를 주문했는데 정확히 피자가 나왔다. 솔직히 조금 실망스럽다. 식후 음료로는 콜라를 주문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옆 사람이 주문한 아이스커피가 내 앞에 놓였다.

‘앗’하고 생각했다. 분명히 콜라가 아니야. 톡 쏘는 탄산 느낌이 없어. 잘못 나온 거야. 어쩌지. 어르신을 불러서 말을 해야 하나, 가만히 있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이미 할머니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뭐, 어때.’

옆 사람과 ‘이 아이스커피, 당신이 주문한 거예요.’ ‘맞아요. 이 콜라는 당신 거예요.’ 그렇게 바꿔 마시면 그만이다. 그것만으로 실수는 실수가 아닌 것이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완전히 바뀐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느낌은 비단 내가 기획자여서만이 아니었다. 많은 분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손님들이 남겨준 설문지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샐러드는 두 번 나오고 수프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괜찮았어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좋았어요.”

“다른 가게였다면 화가 났을지도 모르지만, 여기서는 웃는 얼굴로 넘어가게 되더군요.”

“‘실수를 해도 괜찮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손님들이 만들어 낸 ‘관용’이라는 분위기. 이 관용이야말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 추구했던 하나의 도달점이었다.

 

실수를 받아들이고 함께 즐기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식당 하나로 치매에 관한 수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실수를 받아들이고 실수를 함께 즐긴다는 조금씩의 ‘관용’을 우리 사회가 가질 수 있게 된다면 분명히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가치관이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솔직히 대부분의 실수와 착오라는 것은 그리 심각하지 않다. 조금만 대화를 하면 해결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들이 아닐까. 다만 ‘뭐, 어때’라는 관용의 스위치가 우리 모두에게 간단히 켜지지 않을 뿐이다.

그런 기분을 들게 하는 몇 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라는 타이틀 즉 이 가게의 세계관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메롱’로고는 물론이고 가격을 균일하게 한다거나 알레르기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어떤 요리를 시켜도 맛있다거나, 그런 점들이 중요한 장치가 되지 않을까.

사람은 조금이라도 불안하면 관용을 베풀고 싶어도 베풀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박수와 호평을 받았던 미카와 씨 부부의 연주도 소중한 장치 중 하나였다.

 

한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일도 90분 걸려서 한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서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최대한 배제했다. 그런데 이 방식이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운영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부분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사람은 애써서 의식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효율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는 뜻이다. 요리점 분위기를 수습해 준 기무라 씨는 요식업계의 미다스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가게가 레스토랑으로서 제대로 운영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순간적으로 판단이 가능하다.

그의 지시는 아주 적재적소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치 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할 겨를조차 없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이런 상황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 아니라 그냥 ‘고령자분들이 많이 일하는 레스토랑’이 되어 가는 것만 같았다. 반면에 와다 씨 같은 복지 전문가는 치매를 앓고 있어도 자신들의 의사로 최대한 자유롭게 행동하기를 바란다.

이 가치관 역시 나름대로 흥미롭기는 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무질서해지면서 요리점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지원을 맡고 있는 스태프 중 음식점에서 일해 본 사람이 거의 없을뿐더러(있어도 아르바이트 정도의 경험뿐), 그나마도 어르신들은 치매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 상태로 그냥 내버려 둔다면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룰로 정했던 ‘요리점으로서의 질을 고집한다’에 반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도 프로가 아닌 나는 충돌 직전의 상황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고민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틀째 아침, 가게 문을 열기 전 미팅 시간에 모두에게 이렇게 전달했다. “요리점으로서의 질을 반드시 지켜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60분에 할 수 있는 일을 45분에 하려고 하지는 마세요. 60분 걸릴 일을 90분 동안 하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기 바랍니다.”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기 때문에 그런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요리점 안에서는 주문을 받는 중간중간, 어르신들이 손님들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유모차에 앉아 있는 아기와 놀아주기도 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문제는 손님 한 테이블당 70~90분 정도가 걸리는 바람에 밖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의 대기시간이 더 길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사실.

보통 레스토랑이라면 너무 비효율적이고 비상식적이라서 당장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광경이 여기저기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치매 상태의 홀 스태프들에게 그때그때마다 지시를 내리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대응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최대한 어르신들에게 맡겨 보기로 했다. 비효율적이고 비상식적일지 모르는 커뮤니케이션을 거듭해 보자고 결정했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여유로운 분위기에 젖어드는 특별한 공간. 이런 연출이 시작되면서 비로소 모두에게 ‘뭐, 어때’하는 스위치가 켜졌던 것 같다. (하지만 손님을 무작정 기다리게 한 점은 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었다.)

※ 위 사연은 오구니 시로의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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