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니 시로 PD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네 번째 이야기
에미코 할머니는 여든 살이다. 손님에게 방긋 웃으며 말을 건네는 그녀는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연신 웃음꽃을 피워내는 재주가 있다. 사람을 좋아하고 또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해주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에미코 할머니는 그런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손님과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정작 주문을 까먹는 일도 종종 있다. 마음씨가 따뜻하고 붙임성도 좋아서 순식간에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의 인기스타로 떠올랐다.
“같이 사진 쫌 찍어주세요!” 연신 손님들의 부탁이 이어져도,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웃는 얼굴로 카메라를 향하는 에미코 할머니. 정말 즐겁고 행복한 듯 생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일을 시작하고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우리는 갑자기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허둥지둥거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머, 에미코 할머니 배고프신 것 아니야?”
“그런 것 같은데…….”
“아, 실수다!”
그건, 명백히 우리 실행위원들의 실수였다.
누구라도 배가 고프면 불쾌하다. 허기가 지면 갓난아이도 울어 젖히고, 점잖은 어른이라도 안절부절못한다. 보통 사람 같으면 ‘배가 조금 고픈데 일단 참아 보자’하고 정신을 차리려 하겠지만, 이렇게 기본적인 이성의 작용조차 쇠퇴해 버리는 것이 치매의 한 증상이다.
그 외에도 너무 덥거나 너무 춥다거나, 무언가 조금이라도 불쾌한 느낌이 들면 갑자기 허둥지둥, 기분은 급격히 가라앉고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것이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오픈 당일, 우리 직원들은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레스토랑 오픈 시간은 정해져 있다. ‘빨리 출발하지 않으면 오픈 시간을 맞추지 못해!’ 서둘러 출발했지만 거리는 이미 차로 가득. ‘큰일이다! 오픈 시간 늦겠어!’ ‘지각이다!’ 머릿속이 하얘져 버렸다.
‘저분들, 뭐라도 좀 요기를 해야 할 텐데’하는 걱정은 있었다. 하지만 과자나 빵 같은 것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없어서 유야무야 뒤로 미루어 버린 것이다. 레스토랑에 도착해서도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를 설명하고 문 열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팔려 식사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준비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에미코 할머니를 홀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에미코 할머니, 좀 쉴래요?” 말을 걸었을 때는 이미 불쾌감이 최고조에 달한 후였다.
휴게실에서 잠시 쉬고 있다가 드디어 피자가 나온 순간, ‘우걱 우걱 우걱’ 에미코 할머니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뻗더니, 마치 전쟁이라도 치르는 것 같은 표정으로 순식간에 접시를 비워버리고 말았다. 빈속이 채워지자 그녀는 예의 평온한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즈음에는 이미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폐점 시간이 다가와 있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에미코 할머니는 더 많은 손님들을 미소로 맞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에미코 할머니, 어제는 정말 애쓰셨어요. 굉장히 인기 많던데요.” 영업 이틀째, 에미코 씨에게 말을 걸자 그녀가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아아, 잊어버리셨구나. 맞아, 맞아.’ 치매 환자들과 있다 보면 종종 겪는 흔한 상황 중 하나다. 더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지 에미코 할머니의 의중을 확인할 방법은 이제 없다. 유감스럽게도······.
하지만 나는 그날의 에미코 할머니를 기억하고 있다. 정말 즐거워보였어요. 사람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계셨죠. 정말 다행이에요. 다음에는 더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게 해 드릴 테니 함께 일해요, 우리.
※ 위 사연은 오구니 시로의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