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본 세상]
대학생 코로나 후유증 심층인터뷰
20대 우울증 환자 17.3% 급증
인간관계 단절, 미디어 과다 사용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비대면 수업이 지속되면서 대부분 대학생은 미디어 기기에 의존하고 있다. /픽사베이
비대면 수업이 지속되면서 대부분 대학생은 미디어 기기에 의존하고 있다. /픽사베이

“요즘이요? 평균적으로 하루에 6~7시간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 같아요.”

“하루 평균 스크린 타임이 15시간을 넘었던 시기도 있었어요.”

코로나19로 주로 집안에서 생활하게 된 사람들에게 '코로나 발생 이후 미디어 사용량이 얼마나 증가했는냐'는 물음에 대한 공통된 답변이다. 이들은 대부분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정신적 문제를 스스로 느끼고 있다고 했다.

서울 K대 이공계열에 재학 중인 이모 씨(여·21)도 마찬가지다. 평소 외향적 성격으로 시간이 있다면 밖에서 무엇이라도 했다는 이씨는 "방학 때 할 일도 없는데다 사람들도 못 만나고 집에서 스마트폰만 계속 사용하다보니 정신이 피폐해졌다"며 "특별히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닌데 무의미하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켜두고 손을 움직여야 시간이 흐르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씨의 사례처럼 코로나로 일상 생활패턴이 무너져 정신 건강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필자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코로나 발생으로 인한 20대의 무력감’을 심층 인터뷰 방식으로 취재했다. 그 결과, 20대는 무력감 발생 원인으로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인간관계의 어려움 △한정된 실내 생활 △학구열 감소·취업난 등을 꼽았다.

"편한 인간관계조차 만들기 쉽지 않아"

우선 인터뷰 응답자 대부분은 코로나 이후 인간관계의 축소 현상이 일어난다고 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모임 등을 통한 관계 형성 기회가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서울 K대 중국학부 재학생 정모 씨(여·22)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학교에서 매일 보던 동기들이었는데,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직접 연락해서 약속을 잡지 않는 이상은 우연히 마주치는 일조차도 없게 됐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2년 전에는 서로 웃으며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는데 이제는 그런 편한 인간관계조차 만들기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코로나 시기에 입학한 '코로나 학번'들은 새로운 대학생활에서 만들어질 인간관계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이씨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코로나 사태가 발생해 대학교 1~2학년 동안 대면 수업을 한 번도 못 했다"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사귈 생각에 들떴다가, 원래 친구들도 거의 만나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외향적이던 성격마저 내향적으로 바뀌었다"라고 답했다.

비대면으로 인한 온라인 생활은 인간관계 단절 뿐만 아니라 소통의 어려움도 만들어냈다. 중국 C대학교에 재학 중인 문모 씨(여·22)는 “채팅으로 대화하다 보니 말투로 인한 작은 오해들이 쌓이면서 대면하기 어색한 경우가 생겼다”라고 토로했다.

집안에서만 생활, 정신적 스트레스 경험 많아

야외 활동을 할 수 없고 한정된 공간에서 반복적 생활을 하다보니 우울증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일본 A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 씨(26)는 평소 일주일에 3일 이상 외출해서 운동을 하거나 친구들을 만날 만큼 활동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운동장이 폐쇄되고 약속을 잡기 어려워져 반강제로 집에만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삶의 의욕이 떨어졌다고 했다. 김씨는 “집에 있는 동안 하루의 절반 이상을 누워있다. 이러고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우울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서울에서 홀로 자취하는 정모 씨는 백신이 보급되기 이전에는 대중교통을 타는 것조차 겁이 나서 되도록 외출을 자제하며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집안에서의 이동 범위가 침대와 책상 그리고 화장실이 전부였고, 이런 생활의 반복으로 인해 바깥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이 버거워졌다고 한다. 정씨는 “집에서 요리를 직접 해 먹기보다는 배달음식을 주로 시켜 먹어서 건강까지도 안 좋아진 것 같다”라며 “좁은 집에서의 반복되는 일상과 건강상태 악화가 나를 더 무력하게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인천 G대에 재학 중인 심모 씨(23)는 “원래 집을 잘 안 나가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정말 나갈 일이 없어졌다”라며 “13일 동안 집 밖으로 안 나간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심씨는 "집에만 있으니까 오늘이 며칠인지조차 헷갈릴 만큼 날짜 개념이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수업 탓 학구열 감소에 취업난까지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공부할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는 학생들도 많았다. 부실한 대학수업 탓에 코로나 이전보다 취업난이 더욱 가중되지 않을까 고민하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북 P대학교 디자인과에 재학 중인 안모 씨(여·22)는 “강의를 비대면으로 진행하다 보니 학업에 대한 열정이 대면 시기보다 감소했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나의 모습을 보며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학점이 높거나 자격증을 많이 소지하는 등 본인의 능력만 갖추어지면 취업이 잘 될 것으로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또 다른 대학생 정모 씨는 방학 때도 쉬지 않고 자격증 공부를 하고, 또 개강 후에는 학업에 열중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고용이 줄어들어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든 요즘 정씨는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취업이 잘 되리라는 보장이 없어서 더 의욕이 떨어지고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앞으로의 미래가 너무 걱정된다. 일자리의 다양성이 줄어들거나 선발 인원을 감축할 것 같다”, “간호학과라 실습이 중요한데 이론으로만 수업하다 보니 한계가 있어 어려움을 느꼈다” 등의 하소연도 있었다.

한 인터뷰 응답자의 코로나 19로 인해 증가한 스크린 타임의 수치. /오혜경
한 인터뷰 응답자의 코로나 19로 인해 증가한 스크린 타임의 수치. /오혜경

서울 J대학교 기독교 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황모 씨(여·22)는 코로나 이후, 넷플릭스·왓차 등 다양한 OTT 플랫폼을 이용해 드라마·영화를 보는 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한다.

황씨는 아이폰 기능 중 '스크린 타임'을 통해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비교했을 때 코로나 이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평균 4시간이었지만, 코로나 이후 스마트폰 평균 사용 시간은 6~7시간으로 약 2~3시간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사용 하루 평균 2~3시간 증가

황씨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유튜브·넷플릭스, 그리고 인스타그램”이라며 “특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집에 있는 나와 밖에서 열심히 일하는 누군가를 끊임없이 비교함에서 오는 무력감이 매우 컸다”라고 전했다.

미디어에서 보이는 남과 나를 비교하면서 생기는 무력감을 경험한 것은 황씨뿐만이 아니었다. 유학생인 문모 씨 역시 “궁금하지도 않았는데 미디어를 통해 많은 주변인의 사생활을 알게 되면서 자격지심도 느끼고 비교도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문씨 이외에도 “피드를 다 봤는데도 계속 새로 고쳐서 보고 또 본다”, “유튜브 한번 키면 기본 2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되고 유튜브 시청 후에는 후폭풍과 무력감이 찾아온다” 등의 답변을 통해 별다른 목적 없이 습관처럼 미디어를 계속 이용하고 있는 학생들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YTN 보도에 따르면 2020년 한해동안 코로나로 우울증을 겪은 20대 환자 수는 14만 306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보다 2만 4880명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2020년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20대는 전 연령층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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