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본 세상]
코로나 장기화로 비대면 강의 지속이 원인
“시선 집중, 완벽주의 강박, 소통 어려움”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코로나19 확산 후 대학의 비대면 강의 전환으로 교우관계 활동이 줄어들면서 학과 내 발표에 대한 울렁증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픽사베이 
코로나19 확산 후 대학의 비대면 강의 전환으로 교우관계 활동이 줄어들면서 학과 내 발표에 대한 울렁증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픽사베이 

“발표 자원하실 분 없으신가요?”

“저는 발표하지 않겠습니다.”

인천 I 대 인문학부 재학생 양모 씨(23)는 매 학기 수강 신청을 할 때마다 강의계획서를 정독하면서 발표수업이 없는 강의를 찾아다닌다. 양씨는 “발표 시 나에게 쏠리는 시선들이 부담스럽고 긴장된다”라며 “발표 대신 시험이나 과제를 준비하는 것이 학업적·심리적 부담이 적다”라고 토로했다.

발표에 대한 부담을 갖는 대학생은 양씨 뿐만이 아니다. 대학생 커뮤니티 앱 내 자유게시판에는 발표를 앞두고 두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발표하는 게 너무 떨린다. 발표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들이 '발표 공포감'을 갖는 이유는 뭘까. '발표 울렁증'을 호소하는 학생들은 얼마나 될까. 필자는 4년제 종합대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시대, 대학생들의 발표 공포증의 상황’을 심층 취재한 결과, 상당수 학생들이 ‘발표 울렁증’을 호소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대학의 비대면 강의가 장기화하면서 교우관계 활동이 줄어든 탓에 일면식조차 없는 같은 학과 친구들 앞에 나서기가 꺼려진다는 것이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앱 자유게시판. /에브리타임 캡쳐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앱 자유게시판. /에브리타임 캡쳐

특히 학생들의 부담은 △시선의 집중 △완벽주의적 강박 △소통의 어려움이라는 세 가지 원인으로 주로 발생하고 있었다.

"사람을 안 만나니 사람 앞에서 말하기 힘들다"

충남 H대 보건학부 재학생 정모 씨(여·22)는 평소 발표의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고 “비대면 수업에서 발표가 훨씬 수월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비대면 수업 전환은 그의 판단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정씨는 “비대면 강의가 지속되면서 인간관계 내에서의 소통이 줄어들었다. 밖에 나가지 않고 사람을 안 만나니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게 전보다 힘들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경기 K대 도시공학부 이모 씨(25)는 “나의 발표에 대해 교수님과 학우들에게서 역질문을 받을까 두렵다. 대답하지 못했을 때는 너무 부끄럽다”라고 했다.

충남 B대 어문학부 재학생 박모 씨(여·23)는 평소 발표 준비에 대한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발표를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실수의 두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발표 전에 대본을 계속 외우고 발표 시뮬레이션을 해보지만 막상 연습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SNL에 인턴기자로 출연한 주현영. /유튜브 쿠팡플레이 캡쳐
SNL에 인턴기자로 출연한 주현영. /유튜브 쿠팡플레이 캡쳐

서울 D대 경영학부 재학생 김모 씨(여·22)는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발표 중에 청중과 소통하거나 청중의 반응을 살피기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김씨는 "교수님의 화면을 보면서 발표하려고 했으나 그렇게 되면 시선 처리가 부자연스러워 결국에는 카메라 렌즈만 보고 발표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대면으로 하는 발표에 익숙해지다 보니 자연스러운 표현 능력을 키우기 위한 연습이 어렵다”라고 부연했다.

'코로나 학번'이 갖는 발표에 대한 부담감을 표현한 한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은 20대들의 공감을 받았다. 유튜브 쿠팡플레이 채널 ‘SNL 코리아 인턴기자 하이라이트’ 영상이 그것이다. 공개된 영상에서 주현영 인턴기자는 “젊은 패기로 신속 정확하게 팩트를 전달한다. 안녕하세요 인턴기자 주현영입니다”라고 말한다.

20대의 발표 부담 표현한 개그 '인기몰이'

서울 H대 미디어학부 재학생 신모 씨(여·23)는 “영상 속 인턴기자는 긴장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나오는 부자연스러운 태도와 불안한 눈빛을 표현한 것이 정말 공감이 됐다”라고 말했다.

서울 K대 사회학과 재학생 이모 씨(여·21)는 "대학생의 발표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았고, 회차를 거듭할수록 자신감 있어 보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공감이 많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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