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본 세상]
코로나19로 대학생 학습격차 ‘심각’
열악한 수업 환경, 교수-학생 간 소통 부재
|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

서울 C대학교 사회학과 재학생 정모 씨(19)는 정형화된 고등학교 공부 방식에서 벗어나 대학에서 새로운 학문을 탐구한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그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정씨는 “비대면 수업 방식은 고등학교 때도 경험했지만 현재 대학 수업 방식은 최악이다. 대학에 대한 기대가 깨졌고 등록금이 아깝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의 수업 형태가 비대면으로 전환된 지 2년이 지났다. 하지만 대학 교육 현장에선 여전히 학습환경, 교수와 학생 간 소통 부재 같은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교수와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학습격차 문제다. 대면 수업과 비교했을 때 수업 퀄리티가 현저히 낮고, 학생도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학습격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비대면 수업, 학습격차 문제 유발
서울 K대학교 언론정보학부에 다니는 최모 씨(여·22)는 “유독 화상 강의 때 집중이 되지 않는다. 판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필기도 힘들고 화상 강의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소음이나 다른 변수들이 수업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최씨의 말이다.
“이번 학기 되게 힘들었던 수업이 있었다. 교수가 수업자료도 일절 올리지 않고 첫 수업부터 마지막 수업까지 15주차 내내 6년 전 수업했던 강의 녹화영상을 올렸다. 매주 작성해서 제출한 과제는 읽지도 않으니 어떠한 피드백도 오지 않았다. 질문을 하고 싶어도 소통이 되지 않으니 그 강의에 대한 의욕도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대면 수업과 비교한다면 학습 수준이 크게 저하됐다.”
서울 K대 한국역사학과에 재학 중인 조모 씨(20)는 “교수님께서 쪽지를 읽지 않고 메일도 읽지 않는다면 참 곤란하다. 모바일 앱을 통해 해당 강좌를 듣는 사람과 교수가 소통할 수 있지만 사용하는 교수는 드물다”라고 했다.
조씨는 “시험을 볼 때 오픈 북 형식으로 보는 과목들이 많은데, 이로 인해 시험 범위를 깊게 공부하지 않아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코로나 이전 대면 시험을 본 선배와 비대면 시험을 보는 후배 간 학습격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서울 C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재학생 정모 씨(20)는 “통계 프로그램 사용법과 같이 질문을 많이 해야 하는 수업에서는 교수와 연락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불편했다”고 말했다.
경기 Y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지모 씨(19)는 “우리 학교의 경우 2학기에는 부분 대면이 이뤄졌다. 컴퓨터 코딩을 배우기 때문에 비대면 수업 시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부분 대면을 진행하면서 불편함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말했다.
“실습 관련 수업은 타격이 2배”
실습수업에선 학습격차 문제가 더욱 부각된다. 직접 경험해봐야 수업의 이해에 도움이 되지만 비대면으로 인해 경험의 길이 막히면서 학습권이 제한되고 있다.
서울 K대학교 한국역사학과 2학년 최모 씨(여·20)는 “사학과의 특성상 1·2학년 때 역사 유적답사 수업이 있는데 실제 답사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모두 동영상 강의로 대체돼 수업에 대한 몰입도와 이해가 낮아져 아쉽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학 실습수업이 취업과 직결되는 경우에는 더욱 타격이 크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습을 통해 배우는 현장 실무능력의 기회가 없어지고 있어서다.
경기 S대학교 유아교육과에 다니고 있는 전채연 씨(여·21·경기도 김포시)는 실습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이렇게 털어놨다.
“유아교육과는 반드시 모든 실습을 진행해야 졸업과 동시에 유치원에서 근무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실습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어린이집 실습 기간이 6주에서 4주로 변경됐고 나머지는 동영상으로 채웠다. 또한 개인적으로 실습기관에 전화해 실습 가능 여부를 파악해야 하는데, 아이들의 안전과 학부모의 우려로 실습이 가능한 기관도 많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두 명 이상의 학생들을 실습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실습수업 진행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
경기 Y대학교 항공서비스학과 휴학생 노모 씨(여·21)는 비대면 수업 때문에 휴학을 하게 됐다고 했다. 노씨는 “기본적으로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학과인데 헤어와 자세, 어투 등 잘못된 점을 알고 고치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 수업을 할 수 없었다”며 “VR 실습실, 비행기 모형 내 실습 등을 경험하지 못한 채 졸업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휴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희대학교 간호학과 졸업을 앞둔 정모 씨(여·24)는 “간호학과 실습의 경우 병원에서 간호사를 따라다니며 업무를 관찰하고, 직접 환자들과 대면으로 만나며 신뢰적 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며 “코로나 초기 4차시의 실습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실습수업이 임상강사의 강의 또는 과제로 대체됐다”고 말했다. 이어 “소중한 실습 기회가 이론 수업의 연장선이나 특강 수업으로 느껴져서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교수도 학습격차 체감… 비대면 수업 부작용 줄여야”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습격차를 체감하는 건 학생 뿐만이 아니다. 교수들도 학습격차를 느낀다고 한다.
김정수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전임교수는 비대면 수업의 문제점에 대해 “학생들의 표정을 보고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으면 부연 설명을 해야 하는데 확인이 불가능하니 수업의 융통성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모든 사람이 다 수업할 준비가 되어 있고 의욕이 있다는 걸 기대하기 힘들다. 많은 학생에게는 그냥 틀어만 놓고 시간만 보내더라도 진도가 체크되니 제대로 된 학습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학습격차 문제도 있지만, 비대면 수업에 대한 학생 간 학습격차가 더욱 큰 문제라고 봤다.
그는 “다음 학기부터 만약 전면 대면 강의가 된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의 요청이나 교수의 필요성으로 인해 일부 수업은 비대면으로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비대면 수업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